▲2013년 8월 8일 정부가 발표한 '2013 세법개정안' 보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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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에 유리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함으로써 새롭게 확보하는 세수는 전액 근로장려세제 강화나 자녀장려세제 신설 등 서민·중산층에게 돌아가도록 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보다 강화했습니다."2013년 8월 8일, 박근혜 정부는 임기 5년간 조세 방향이 될 '2013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소득세와 소비세 비중을 높이되 법인세와 재산세는 성장 친화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비중이 OECD 국가의 평균보다 낮기 때문에 소득세 비중을 높이고, 창조경제 기반 구축을 위해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 따랐다.
최근 '13월의 세금폭탄'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는 연일 해명하느라 바쁘고, 여당도 불똥이 옮겨 붙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야당은 오랜만에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보수 언론은 명백한 부자만의 증세라고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고, 진보 언론은 바뀐 연말정산 제도에 긍정적 요인도 없지 않다는 논조를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정당, 언론조차도 현상의 진단에만 급급할 뿐이다. '세금폭탄'이 언제 무슨 이유로 투하됐는지 근본 문제에 접근하려는 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출산 장려하며 다자녀 공제 폐지한 나라, 대한민국2015년 1월, 월급쟁이 서민들 밥상머리에서 터진 세금폭탄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다듬어져 2013년 8월 8일에 장전 발포된 것이다. 소득세와 소비세를 높이고 법인세와 재산세를 낮춘다는 2013 세법개정안이 그것이다. 담배소비세의 인상이나 소득세 인상은 세법개정안에 따른 하나의 조치일 뿐이니 그리 호들갑스럽게 놀랄 일도 아니다. 또 수천억 원에 달하는 법인세 감세는 나 몰라라 하면서 13월 보너스가 세금 고지서로 바뀌었다고 '조세저항' 운운하는 것도 어쭙잖은 일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소득세 비중이 OECD 국가에 비해 낮아 평균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소득세는 임금 수준과 직결된 문제다. OECD 국가 중 최저임금이 꼴찌 수준인 현실을 두고 소득세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유리지갑을 더 털어 내겠다는 협박과 다르지 않다. 저임금 구조를 해소하면, 소득세 비중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저임금 구조는 그대로 두고 소득세 비중만 올리려니 억지가 생기고 비명과 비난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혼란이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고 많이 거둬 많이 돌려주는 방식에서 적게 거둬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고소득층 증세를 강제하는 진일보한 조세제도라 평가한다. 때문에 몇 가지 문제점만 보완하면 될 뿐, 복지를 위해 어느 정도의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내비친다. 또 '세금폭탄'이라는 용어의 남발은 자칫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담시키는 조세개혁을 되돌릴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부자들에겐 '은총의 메시지'에 가까운 세법개정안그러나 난 그 주장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세액공제로의 전환으로 재분배 효과를 강조했지만, 각종 공제제도를 축소하거나 없애 직장인의 70%가 내야 할 세금이 늘고 저소득층이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반드시 필요해서 시행됐다는 각종 공제제도의 축소와 폐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일례로 다자녀 공제 폐지는 출산 장려 정책을 펴는 나라가 맞는지, 그 진정성마저 의심케 만드는 행위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노동의 대가인 임금에 과세하는 '근로소득세' 비중을 무작정 높이는 것이 올바른 조세 방향인가에 대한 논의조차도 거의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의 목적이 세수 확보였다면, 자산 소득에 대해 철저한 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 가진 사람, 자산가들에게 각종 면세 혜택을 부여해 왔다. 다주택자에게 취득세를 감면해주고, 전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재벌들의 편법 상속에 대해서도 솜방망이 처벌이나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근로 소득보다 자산 소득이 더 많은 부자들에게, 재산세를 성장 친화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혜택이 넘어서는 '은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증세 아니라 조세 형평성과 원칙 논의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