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받은 민변 소속 권영국, 이덕우, 김유정, 송영섭, 김태욱 변호사와 변론을 한 동료 변호사들이 "무죄"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우성
'피고인'이 됐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 변호사 5명이 20일 활짝 웃었다.
이날 법원은 2013년 7월 25일 서울시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자 해고자들의 집회에서 경찰관을 때리고 불법 체포한 혐의로 기소된 권영국·김유정·김태욱·송영섭·이덕우 변호사들을 무죄라고 했다. '질서유지선'을 내세워 신고한 장소에서조차 집회를 할 수 없게 만든 경찰의 행동은 위법하며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대한문은 2009년 대량 해고사태 이후 세상을 뜬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분향소가 설치된 채 오랫동안 쌍용차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였던 장소다. 2013년 7월 25일 민변은 경찰이 분향소를 철거한 뒤 화단을 설치, 병력을 배치한 일 등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런데 경찰은 민변이 집회장소로 신고한 화단 앞 공간에도 질서유지선을 세웠다. 민변은 경찰에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양쪽은 몸싸움을 벌였다. 김유정 변호사 등은 최성영 당시 남대문 경찰서 경비과장이 정당한 집회를 방해하는 현행범이라며 그의 양쪽 팔을 붙들기도 했다.
검찰은 이 일이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에 해당한다며 변호사들을 피고인석에 법정에 세웠다. 또 그들이 화단을 에워싼 경찰에게 항의한 일은 질서유지선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경찰이 대한문 집회 방해... 피고인들은 무죄"하지만 20일 법원은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에 따르면 사람은 질서유지선으로 볼 수 없는 데다 ▲ 문제의 집회가 일반인의 통행이나 주변 차량 소통을 방해한다고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권영국 변호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윤승은)와 나머지 변호사들의 사건을 심리한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모두 오히려 남대문서가 민변이 신고한 공간 안에 불필요한 병력을 배치하는 바람에 집회 장소를 축소하고 집회의 자유를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허가받은 집회를 방해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으므로 변호사들의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권 변호사가 2012년 5월 10일 종로구 청운동 동사무소 앞 집회 때 청와대 쪽으로 이동하다 도로를 점거하고(집시법 위반·일반교통방해죄), 2014년 7월 20일 집회를 제지하는 경찰에게 욕설을 한 혐의는 인정,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김유정 변호사 등이 최창영 경비과장의 양팔을 잡고 20여m 끌고 간 일은 체포미수죄가 성립한다며 김유정·이덕우 변호사를 벌금 200만 원, 김태욱·송영섭 변호사를 벌금 150만 원에 처했다.
일부 유죄가 나오긴 했지만 핵심 쟁점인 대한문 집회 부분이 무죄로 나온 만큼 '피고인' 변호사들의 표정은 밝았다. 선고 후 기자회견을 열기 전 "자 피고인들 서시죠"라는 말에 이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피고인' 변호사들 활짝 웃었지만.... "체포미수죄 항소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