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름으로 삼행시 지어주자!

문장력도 기르고 재미도 쏠쏠

등록 2000.08.22 11:39수정 2000.08.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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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린 비가 모자라서일까, 제법 쌀쌀한 기운을 덮고 잠을 청했는 데 아침햇살이 버겁게 내린다. 오늘부터 학원은 오후 체제로 돌입한다. 학교와 달리 학원은 방학이 되면 시차라도 느끼는 것처럼 오전과 오후 수업이 바뀌기 때문이다.

하루 2시간에서 3시간을 강의하는 학원은 집에서 50분 정도 걸린다. 여름이어서인지 땀으로 적신 티 한 장 말리려면 에어콘 앞에서 10여분은 서 있어야 한다. 다행히 오늘은 비로 한풀 누그러진 더위 덕에 전철에서 10여분 걸리는 길을 신나게 걸었다. 물론 땀은 콧잔등에 송글송글 맺힐 정도.

시간이 바뀌었다고 아이들은 하나둘 지각을 하고,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의 기운이 없다. 국어라고 하는 과목이 얼마나 재미나는데 했더니 피이하고 콧방귀를 뀌는 아이들은 고1이다. 1교시는 어영부영 하면서도 두 과나 진도를 나갔다. 군말없이 따라준 남학생반.

2교시 한 시간을 건너뛰고 3교시에 여학생반이다. 수업시작부터 졸립고 배고프다고 난리다. 하는 수 없이 배고픔은 집으로 가 해결하라고 하고 재미난 일을 해보기로 했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삼행시 짓기. 조금은 모자라게 조금은 문학적으로 지어보자고 했더니 입을 모아 "좋아요!" 한다. 삼행시라면 으레 말장난이려니 하지만 아이들은 꽤 진지하게 임했다. 연습장과 포스트잇을 나눠 가지며.

방법은 오른쪽 옆에 앉아 있는 친구(토론수업형으로 타원형으로 앉았으므로)의 이름 석자. 5분도 걸리지 않아 아이들은 쉽게 써냈다. 첫 술에 배부르랴. 얼굴을 붉히며 내놓은 아이들 솜씨를 잠시 공개한다.

1. 김 : 김밥 속 단무지 같이 친근한
명 : 명신언니는
신 : 신나는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2. 오 : 오~~~
정 : 정말 아름답구여~~~
은 : 은색의 빛깔을 가로지르는 천사같구려~~~

3. 최 : 최정윤의 눈웃음은
정 : 정말로 느끼하다
윤 : 윤이 좔좔 흐른다.

4. 박 : 박이주는 나의 친구
이 : 이주 후에도 내 친구겠지!^^;
주 : 주마다 계속 영원한 내 친구이다.

5. 박 : 박지선 넌!
지 : 지혜롭구 아름답구
선 : 선한 미영이의 친구야!

6. 주 : 주저없이 벗는당!
미 : 미영이가 벗는당!
영 : 영락없이 ***

7. 한 : 한나라의 한 국민으로 태어난 / 한소정은 수학선생님을 좋아한다.
소 : 소정이라는 여인은 / 소정이는 수학선생님을 좋아한다.
정 : 정말로 성격이 good입니다요 / 정말 좋아할까?

8. 조 : 조니?
한 : 한나야?
나 : 나요??

9. 양 : 양지연~~
지 : 지금 심심한데.
연 : 연이나 날릴까??

조금은 유치하다 생각할 수 있고, 엉터리 같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처음 하는 것이고 서로를 밝게 해주는 우정을 쌓아가는 일이라 생각하니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다음 시간에도 짬을 내서 해보기로 했다. 이러다 정말 문학적인 삼행시 짓기가 이뤄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에.

덧붙이는 글 | * 그저 웃자고 쓰는 요즘의 삼행시 짓기에서 조금 더 발전된 내용으로 만나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덧붙이는 글 * 그저 웃자고 쓰는 요즘의 삼행시 짓기에서 조금 더 발전된 내용으로 만나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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