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인가 군대인가 '전교조 교사 폭행당해'

임신중인 부인 '하혈증세' 학교측 보직해임으로 무마

등록 2000.11.08 18:07수정 2000.11.0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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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의 한 사립고등학교 부장교사가 술자리에서 전교조합원인 같은 학교 동료 교사를 폭행했다. 뿐만 아니라 폭행 당한 교사가 병원에 실려가자, 피해 교사의 집까지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혼자 집을 지키던 임신 9주째인 부인은 술에 취한 부장교사가 남편을 찾는다며, 2차례나 방문하자 이웃집으로 피신해야 했다. 부인은 충격으로 하혈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동료 교사들이 전했다.

교사 폭행사건을 방관하던 학교측은 교사들의 폭력교사 퇴진운동을 비롯 전교조지회가 항의 방문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마지못해 징계에 해당되지 않는 보직해임으로 문제를 마무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여수지역 시민단체들은 '사립학교는 교권보호 사각지대'라고 지적하며 '미봉책에 그치는 처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일 여수문화방송 자유게시판에 '여수한영고 교사 폭행사건'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뒤늦게 밝혀졌다.

자유게시판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주임 김아무개(49) 교무부장 백아무개(48) 씨는 지난달 27일 사회과 동료 교사의 결혼축하 모임 자리에서 전교조 조합원인 박아무개(32) 교사를 마구 때려 병원에 입원하는 등 폭력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학생부장 김씨는 다른 모임에 참석하느라 늦게 도착한 전교조 조합원 오아무개, 황아무개 교사에게 "손들고 있어라, 벌주를 받아라, 옆에 무릎 끓고 앉아라"라는 말로 윽박질렀고 늦게 도착한 교사들은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김씨는 교사들의 사과에도 "너희들 왜 그렇게 싸가지 없이 노냐. 우릴 어떻게 보고 행동을 그 따위로 하느냐. 아주 불쾌하고 기분 나쁘다"고 고함을 치며 계속 험악한 분위기를 몰아갔다.

김씨는 또 다시 전교조 조합원인 박아무개 교사에게 "술 한잔하고 분위기 좀 맞춰라. 분위기도 못 맞추느냐?"며 추궁하자 박교사는 "제가 꼭두각시입니까? 분위기를 맞추게"라고 대꾸했다.

그러자 김씨는 욕설을 하며 박교사의 머리, 얼굴 등을 마구 때려 이빨이 깨지기까지 했다. 또 박교사와 동료교사들이 폭력사용을 항의하자 옆에서 말리던 교무부장 백씨도 "내가 때리고 책임질란다"며 박교사의 뺨을 때리는 등 가세해 결국 박교사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

김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없어진 박교사를 찾기 위해 집까지 쫒아갔고 임신 중인 부인은 이웃집으로 피신했으며 이 같은 충격으로 하혈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8일 김씨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때린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어떻게 때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또한 폭언에 대해서도 "무릎 끓으라는 등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김씨는 또한 "사과하기 위해 박 교사 집에 2차례 찾아갔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아 집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동료교사를 때린 것은 잘못이지만 전교조 분회원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폭력교사 처벌을 요구하는 리본을 다는 등 우발적으로 벌어진 문제를 확대시키며 집요하게 괴롭혀 억울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여수지회(지회장 박영석)는 학교측에 폭행교사의 공개사과를 비롯 징계와 전출을 요구했으나 학교측은 6일 공개사과와 보직 해임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전교조여수지회 관계자는 "이번 폭행사고는 언뜻 사소한 시비로 일어난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전교조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학교장과 중간 관리자의 충성심이 엉켜져 일어난 교권침해 사건이다"고 말했다.

여수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사립학교 특성상 폭행을 당한 교사는 피해를 입고도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면서, "징계가 아닌 보직해임이라는 미봉책으로 사건을 무마한 학교측의 태도로는 앞으로의 교사폭행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7일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이같은 폭행사고에 대해 "사립학교교원 징계권은 재단에 있다"면서, "당사자가 고소로 검찰 처벌이 이뤄져 통보되면 그때 징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딴소리로 사립학교 교권침해에 대한 진상조사를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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