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이건희→이재용 부전자전
절묘한 '부의 세습' 이제 그만

OhmyNews연재: 이재용은 왜 출발선이 다른가 ⑭

등록 2000.12.05 09:32수정 2001.01.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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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 이병철 전회장, 이재용씨
ⓒ 시민의 신문 권우성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마이TV>
동영상으로 보는 국세청앞 나홀로시위 - 노경진기자 / 와이드앵글


"세금 못 내겠다는 재벌 3세를 도웁시다" 참여연대 시위현장 / 김보영 기자

(30일간의 집중연재 세째주 둘째날---오마이뉴스는 11월 21일부터 4주간 삼성의 편법 세습의 진상과 그 책임을 묻는 기사 <이재용은 왜 우리와 출발선이 다른가>를 집중연재합니다. 이 기획은 참여연대와 함께 합니다. 참여연대는 족벌세습심판 사이버캠페인(http://peoplepower21.org/samsung/)을 진행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사업보국(事業報國)'.
5년전 삼성 일가에서 분가하면서 남산 기슭에 자리잡은 제일제당 건물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고 이병철 회장의 흉상이다. 건물 벽면에 부조처리된 그는 평소 애용하던 금테 안경을 쓴 채 근엄한 표정으로 방문객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앞에 돌출된 대리석 팻말에는 고 이병철 회장의 창업 이념인 '사업보국', 즉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창업주의 정신이 담겨있다. 하지만 삼성은 3대에 걸쳐 편법세속을 계속하면서 오직 '그들만의 제국'을 구축해오고 있다.

38년 대구의 한 제분업체인 '삼성 상회'로 사업을 시작한 이병철 회장. 64년이 지난 지금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인수받은 이건희 회장의 자산 총액은 40조원을 상회한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낸 상속·증여세는 총 180억원에 불과하다. 이중 증여세는 고작 4억7천만원이었다. 어떻게 이러한 기상천외한 '절세 상속'이 가능했을까.

오마이뉴스 집중연재 특집판 '이재용은 왜 우리와 출발선이 다른가'

오마이뉴스 집중연재 '삼성 변칙증여' 실태
<1탄> 삼성 에스원과 삼성 에지니어링
<2탄> 제일기획과 삼성에버랜드


이병철, 공익재단법인 통해 '부자 세습' 마무리

이병철 회장이 3남인 이건희 회장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애용했던 창구는 '공익재단법인'이었다. 몫돈 들이지 않고 천문학적인 재산의 대물림이 가능했던 것은 80년 중반 당시 상속세법의 엉성한 그물망이었다.

삼성그룹은 65년 4월 삼성문화재단(설립 당시 명칭은 삼성미술문화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여개의 공익법인을 창설했다. 삼성문화재단 창설 당시 이병철 회장은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 10억원어치와 부산에 소재한 부동산 10만평을 출연하겠다고 발표해 세인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 이병철 회장의 창업이념인 '사업보국'과 그 맥을 같이 하는듯했다.

하지만 삼성이 설립한 공익재단법인을 한꺼풀 벗겨보면 불행히도 그 양상은 자못 다르다. 당시 이병철 회장의 부정축재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됐었고, 군사정권이 이에대해 조사한다는 설이 떠돌았다. 실제 그는 5·16 직후 부정축재자로 몰리면서 조흥·상업·한일 등 3개 은행을 국가에 환수당하기도 했다.

이 때 이병철 회장은 공익재단법인을 설립해 군사정권의 사정을 피해가면서 오히려 상속에 박차를 가했다. 이병철 회장의 공익재단법인을 통한 '상속 장부'를 한번 들춰보자.

참여연대는 2년전인 98년 9월 공익재단법인 백서를 발간했다. 이 책은 '재벌의 위장 계열사 공익재단법인을 고발한다'란 부제를 달고 나왔다. 참여연대는 이 책에서 재벌들은 공익재단이 누릴 수 있는 각종 혜택을 이용해 계열사 지배수단으로 삼거나, 상속·증여세의 탈세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역시 '상속의 귀재' 삼성의 예이다.

"후계자들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겨줄 때 소유 주식을 직접 물려주면 증여세를 엄청나게 내야 하고, 그에 따라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의 유지가 어렵게 된다. 가령 A가 자신이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을 직접 자녀인 B에게 물려준다면 그는 상속·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A가 주식을 출연해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이사장에 취임한 뒤 자녀 B가 이사장직을 승계하면 A가 출연한 지분의 권리를 B가 상속세 한푼 내지 않고 이어받을 수 있다."(공익재단법인 백서. 참여연대 1998년 발간)


'부의 대물림'이 기업이윤 사회 환원으로 둔갑한 사연

이병철 회장은 지난 71년 개인 소유 재산 중 60억원을 삼성문화재단에 '쾌척'했다. 그는 또 지난 78년 10월 국보급 문화재 11점을 포함한 2,500여점의 미술품 전부를 삼성문화재단에 기증했다. 엄청난 액수의 재산이 문화재단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이를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된 이건희 회장에게 직접 물려준다면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세금 한푼 들이지 않고 이 재산과 미술품들은 이건희 회장에게로 고스란히 상속됐다. 상속세법상 공익재단법인에 재산을 출연하면 상속·증여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문화재단의 주식소유 변화를 살펴보자. 76년 당시 삼성문화재단은 삼성 계열사인 삼성물산 주식의 4.6%, 제일모직 주식의 21.9%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78년 이후 삼성문화재단의 지분은 급속히 감소하고, 동시에 이병철 회장의 소유지분도 감소했다. 반면 이건희 회장의 소유지분은 78년 이래 서서히 증가했다.

이에 대해 동경경제대학의 핫토리 타미오(服部民夫) 교수는 그의 저서인 '한국의 경영발전'(문진당 1991)에서 "창업자인 이병철 씨는 삼성을 분할시키지 않고, 한 명의 아들에게 모두 승계하기 위해 후계자를 공식적으로 명백히 하기 이전에 비영리조직에 주식을 집중시켜 놓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물론 공익재단법인에 재산을 출연하면 법인 소유이기 때문에 그 재산을 출연자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공익재단법인의 이사회를 장악해 각종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 계열의 다른 공익재단법인들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통해 이건희 회장에게로 넘어갔다.

이병철 회장이 사망했을 당시 유족들이 신고한 상속 재산은 237억2,300만원. 그리고 자진납부하겠다고 신고한 상속세액은 150억1,8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 회장 사망 당시 삼성그룹은 32개 계열사, 종업원 15만명을 거느리고 있었고, 11조원 이상의 자산에 17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었다. 상속재산 신고액 237억원과 실제 자산 11조원의 상속재산 공백을 대부분 공익재단법인이 메운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뒷북친 국세청의 공익재단법인 규제강화

공익재단법인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상속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여론이 일자 93년 말 정부는 상속세법을 개정해 공익법인이 특정회사에 대해 일정한 기준 비율을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했고,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를 물리도록 했다.

그러자 삼성을 비롯한 재벌 계열 공익재단법인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는 등 지분율을 낮춰왔다. 결국 삼성의 2세 승계가 완벽하게 진행된 뒤 공익재단법인을 통한 대물림 방식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이병철 회장의 상속 방법을 추정할 수 있는 또다른 단서는 삼성생명의 상장문제와 함께 불거져 나온 이건희 회장의 삼성 생명 주식 급증. 98년 10%에 불과했던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이 1년 뒤 26%로 급증한 이유를 달리 해석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곽노현 교수(방송대)는 이와 관련 "이병철 회장의 소유 지분이 위장 분산됐다가 실명전환했거나, 계열사 자금을 통해 차명지분을 실명전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세법은 주식양도에 따른 비실현 이익이 아무리 높아도 실제 주식매매를 통해 이익이 실현되지 않는 한 과세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절세상속 '부전자전'

이렇듯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절세 상속' 수단은 공익재단법인을 통한 것이었다. 삼성2세 이건희 회장의 '절세 상속' 방법이 '사모전환사채(CB)' '유상증자 후 실권주 몰아주기'인 것을 감안하면 절세에 이용한 수단은 다르지만 세법을 교묘히 악용했다는 측면에서 봤을 땐 부전자전인 셈이다.

 

상속재산 신고액(실제 추정금액)

상속시 나이

   상속   증여세

상속 방법

이병철

1년 300석수확  규모토지(?)

   26

                   ?

토지

이건희

237억2,300만원(약11조원)

   38

180억원(증여세4억여원포함)

공익재단

이재용

60억 8,000만원(약40조원)

   32

16억원(증여세)

 사모전환   사채(CB)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삼성 3세 이재용씨. 그의 나이는 32세다. 이건희 회장이 그룹을 넘겨받았을 당시의 나이는 38세였다. 이재용씨는 현재 학생이고, 이건희 회장은 80년부터 이병철 회장이 사망했던 87년까지 그룹의 부회장을 역임했다.

참여연대 하승수 변호사는 "삼성 두 부자의 공통점은 세법을 악용해 변칙세습했던 것"이라며 "소위 '제왕학 정식 코스'를 밟고 출발한 이건희 회장도 삼성자동차 문제로 국민경제를 휘청이게 했는데 나이 어린 학생에게 나라 경제를 맡기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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