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사형제도의 이론과 실제 (까치 1989)>

등록 2001.01.26 17:23수정 2001.01.2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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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근에 그린마일(Green mile)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한 마음씨가 착한 흑인이 억울하게 누명을 써서 사형을 선고받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초능력으로 좋은 일을 하기도 하지만 끝내는 사형집행을 당하는 내용입니다. 영화를 많이 보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해서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잘 모르지만, 이 영화가 사형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하나 말해주고 있다는 것만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렇게 억울하게 사형집행을 당한 경우, 나중에 무죄로 판명되더라도 이미 피고인은 사망했기 때문에 잘못된 형집행을 되돌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신문을 보니, 프랑스의 드뇌브라는 여자 배우가 사형제도 폐지 운동에 동참하고 나섰다는 기사가 눈에 띄더군요.

또 우리나라 일부 단체나 사람들도 사형제도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형제도를 옹호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직은 소수의 목소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사형제도의 존폐 여부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식견이 부족한 저에게는 감히 존재해야 된다 폐지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금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누구나 살인현장을 보면 사형제도의 옹호자가 되고, 사형집행현장을 목격하면 사형제도 폐지론자가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 의견이 개인의 경험에 따라 유동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신문지상에서 살인이나 그 현장 범행방법 등을 너무나 자세히 읽을 수가 있지만 사형수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집행을 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사형수들의 삶은 간혹 영화로만 단편적으로 알려질 뿐 그들의 일상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히 <사형제도의 이론과 실제>는 그들의 생활을 비교적 소상하게 알려주어서 우리들의 게 사형제도의 실제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사형제도의 이론, 역사와 사형수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활하고 집행을 당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속 시원히 대답을 해주지만 사형제도의 이론보다는 사형수들의 생활에 대해서 간략하나마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사형집행 시작

일단 우리나라는 사형수들에게 사형집행을 미리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사형집행장 도착 전까지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채 살아가야 하는 것이지요. 사형집행은 일단 법무부 장관의 결재로 결정되며 어느 날 대검찰청에서 사형수 대여섯 명을 지정, 사진촬영과 건강진단을 해 올리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사형집행이 있다는 암시로 받아
들여집니다.

그러나 그 몇 사람만 건강진단을 하면 그 사형수가 눈치를 채기 때문에 사형수 전체를 건강진단을 합니다. 이때부터 사형수들은 전전긍긍하게 되는 것이지요. 일단 사형집행명령이 내려지면 소장이 집행계획을 간부들과 의논을 합니다.

교도소에서 제일 많이 신경 쓰는 것은 '조용한' 집행입니다. 그러려면 "신앙심이 깊고 얌전한 사형수를 가장 먼저 그리고 눈, 콩팥 등 신체기증자를 맨 끝으로 돌려야 분위기도 잡을 수 있으며 이식수술의 절차도 쉬워진다라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 "출입구에서 가까운 사형수부터라는 관례"가 채택됩니다.

이어서 사형집행에 종사할 인원을 차출하지만 모두들 핑계를 대면서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공평하게 순서대로 인원을 차출합니다. 집행 당일에는 사형장 청소가 있고 재소자들이 청소를 하는데 이 소문이 파다하게 나고 감방은 술렁이게 됩니다.

1970년이래 서울 구치소의 사형집행 개시 시간은 오전 10시이고 형집행은 교수형으로 합니다(군 형무소는 총살, 미국은 주마다 다릅니다). 이 집행방법은 고통이 가장 덜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죽어본 사람이 없어서(?) 혹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황홀경(?)에서 죽어간다라는 것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연출

사형수를 형장까지 데리고 오는 것을 연출이라고 하고 연출은 무술에 능한 건장한 보안과 직원 3명으로 구성됩니다. 이들이 어느 날 오전 갑자기 감방정문 앞에 나타나 덜컹 문을 열고는 "19**번 의무과로 체
중검사! 빨리 나와!"라고 소리치거나 "전방(轉房)!이라고 외칩니다. 이들은 "형장으로 갑시다"라고 정직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여섯 번 죽는 사형수

사형수는 연출 조가 데리러 왔을 때 대충 눈치를 채고 늦어도 구치 감 철문을 나서는 순간, 삼엄한 분위기로 해서 그는 오늘의 운명을 알게 돼 있고 뛰어오듯이 다가와 사형수 양쪽에서 바짝 붙어 손을 잡으면서 간곡하게 말합니다.

그 당부는 기독교 신자에겐 "하느님께 영광 돌리자" 불교신자에겐 "극락에 가도록 하자" 신체기증을 약속한 사형수에겐 "유언 때 그 이야기를 꼭 해달라"라고 합니다.

사형수의 손은 예외 없이 땀에 젖어 축축하다고 합니다. 사형수가 여섯 번 죽는다는 말은 1심 선고 때, 2심때, 3심 확정 판결 때 죽고 사형집행장으로 가는 길에서 꼬부라질 때(그때 비로소 사형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네 번째 죽고, 사형집행장 건물을 보았을 때 다섯 번째 죽고, 교수대에서 여섯 번째로 마지막 죽음을 맞는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사형수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감방 문이 열릴 때마다, 자신의 이름이 불려질 때마다, 방송이 갑자기 안 나올 때마다, 비상이 걸릴 때마다, 아침운동이 중단될 때마다, 옆방의 사형수가 사라질 때마다, 시간마다, 분마다 죽어 가는 것이 사형수의 삶입니다.

"그만 읽어요" - 사형수의 항변

사형수가 사형장의 돗자리에 편하게 앉혀진 후 집행관인 구치소장은 인정신문을 시작합니다. 보통 이 고역을 빨리 끝내야겠다는 강박심리에 쫓겨 서둘러 이 의식을 치러버리려고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꼼꼼한 구치소장은 낱낱이 자세히 인정신문을 해서 간혹 사형수들로부터
"그만 읽어요"하는 항의를 받기도 합니다.

성명 본적 등과 소송과정에 대한 확인이 계속되고 최종적으로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오늘 법무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서 사형을 집행하겠습니다.유언이 있으면 하시죠."

유언

유언은 사형집행의 과정 중에서 제일 중요한 대목입니다.
인생을 결산하고 사형수가 살아온 인생의 총체적 무게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유언을 하다가 항변하고 발버둥치는 이도 있는데 조경행이라는 사형수가 그런 경우입니다.
그는 형장의 돗자리에 위에 앉혀지자마자 그만 울음보를 터뜨렸습니다.
"저는 돈이 없어서 죽습니다. 변호사 샀으면 이렇게 죽지는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이렇게 죽어야 합니까."

이때 교화담당직원들이 간신히 진정을 시키고 이 사형수는 집착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이 순간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서 용수를 씌우려 하자 사형수는 다급하게 "유언을 하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소리쳤지만 직원들은 이 호소를 묵살, 서둘러 그를 처형해 버렸습니다.

나는 억울하다

유언 때 가끔 전율할 장면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것은 바로 사형수가 "나는 억울하게 죽습니다"는 말을 남기는 경우입니다. 그런다고 사형집행이 정지될 리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형수가 그런 말을 할 때 참석한 공무원, 성직자들은 거개가 그의 무고함을 믿게 된다고 합니다.

천당과 극락을 목전에 두고 스무 명도 안되는 관중 앞에서 변명이나 하려고 또는 그들을 속이려고 그 귀중한 생의 마지막 몇 분을 쪼개서 그런 항변을 했다고 믿는 사람은 극히 적기 때문입니다.

밧줄

지금도 쓰이는 서울 구치소의 교수용 밧줄은 언제부터 있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 밧줄은 마닐라 삼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올가미 부분은 그 수많은 목에서 배어 나온 지방성분과 피가 묻어 새카맣게 반들반들하다고 합니다. 굵은 밧줄이 목에 제대로 걸리지 않을 땐 사형수가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허우적대고 씩씩거린다고 하며 지방의 어느 교도소에선 교수용 밧줄이 끊어져 사형수가 지하실 바닥에 떨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사형수는 비몽사몽간에 울부짖고 서둘러 밧줄을 잇고 올가미를 늘어뜨려 지하에서 다시 목에 걸어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교수형에 처했다는 것입니다. 서울 구치소에는 밧줄 길이를 너무 길게 잡아 떨어진 사형수가 매달리지 않고 지하실 바닥에 부딪쳐 부랴부랴 끌어올려 집행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집행의 순간

올가리를 사형수의 목에 걸고 연출조 직원이 사형수에게 남기는 인사말이 있습니다.
"잘 가."
그러고는 네모 판자를 재빨리 벗어나면서 "비켜!" "젖혀!"라고 연달아 소리치고 이미 한 연출조 직원은 별실 뒤쪽으로 돌아 별실 외벽에 붙어 있는 포인트란 손잡이를 잡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젖혀!"란 소리와 함께 그는 손잡이를 잡아당기고 네모난 마루청이 푹 꺼지면서 지하광의 벽을 "꽝"치게 됩니다. 지하로 떨어진 사형수의 몸은 핑그르 돌면서 1분쯤 흔들흔들하다가 정지되고 그 몸이 퍼득
퍼득 경련을 합니다.

운명 직전에는 반드시 발끝이 파르르 떨리고 그러면서 긴장상태의 목숨에서 무엇이 빠져나가는 듯이 축 아래로 처진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증언입니다. 매단 지 약 20분이 지나면 일단 시체를 끌어올린 후 의무관이 와서 사형수의 가슴을 풀고 청진기를 갖다댑니다. 사망을 확인한 뒤에는 다시 사형수의 가슴을 풀고 청진기를 갖다댑니다.

사망을 확인한 뒤에는 다시 지하로 늘어뜨려 5분 이상 더 달아두었다가 시체가 된 사형수를 풀어놓고 사망진단서에는 사형이라고 씁니다.

만약 콩팥 기증을 약속한 사형수가 죽으면 시체를 즉시 교도소 의무실로 운반하고 거기서 콩팥을 떼어내며 미리 대기되어 있는 환자중 적당한 이에게 이식수술을 해 줍니다.

간단하나마 사형수의 집행절차를 살펴보았는데 사형제도의 존폐여부를 떠나서 사형수들의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해준다는 의미에서 몇 가지 배려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형구를 현대적으로 개량해서 고통이 적게 집행하고 사형수의 유언을 고치거나 빼지 말고 원형대로 가족에게 전해주는 것 이외에도 사형수들에 대한 집필 취미활동 등도 허락해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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