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아이들이 즐겨보는 만화 프로그램인 '포켓 몬스터'를 보다가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했다.
오른쪽 위의 귀퉁이에 '7'이란 글자가 나타나 있는 것이었다.
"어! 저게 뭐니? 제목이야?"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제목은 아닌데... 혹시 '7세 이상 시청가' 아니예요?"
비디오나 영화에 나오는 관람등급 표시를 보았던 아이들의 대답이었다. "설마...." 그러면서도 나도 그런건가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는 사이 그 표시가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잠시뒤에 또 표시가 나왔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간까지 표시는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도대체 저게 뭘까? 아이들과 이런 저런 추측을 하다가 방송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건 등급제 표시예요. 전에는 영화에만 등급을 표시했는데 이젠 만화에도 등급을 표시합니다."
분명히 신문과 방송에 나오기는 했을텐데 내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몰랐던 걸까? 인터넷으로 검색한 결과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됐는데, 작년 7월경부터 논의된 방송프로그램 등급제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논란이 많았었던 모양이었다.
논란끝에 이 제도는 올 2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현재 '전체 연령 시청가' '7세 이상 시청가'와 '12세 이상 시청가' '19세 이상 시청가' 이렇게 네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영화일 경우는 '15세 이상 시청가'가 추가된다는 것이다.
등급표시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 것은, 등급기호를 10분마다 30초이상 표시하도록 한 규정때문이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검토와 의견들을 모아 제정되었겠지만, 어떤 기준으로 그런 제도를 만들었는지 의아해지기도 한다.
지금 여섯 살인 작은 아이는 네살때부터 포켓몬스터를 재미있게 봐왔다. 만으로 따지자면 아직도 네 살인데, 포켓 몬스터가 우리아이에게 보여주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폭력적이라거나 비교육적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적용이 안될 것 같고, 혹시 포켓몬 악당인 '로사'가 입은 짧은 치마가 선정적이어서 그랬을까?
이런 등급을 적용하면 7세 이하의 아이들이 볼 프로그램은 몇 개나 될까? 매일 똑같은 행동과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텔레토비' 같은 것만 보라는 것인가?
사실 이런 제도가 지켜지리라는 생각은 안든다. 제대로 지키자면 7세 이상의 큰 아이가 만화를 보는 동안, 작은 아이는 TV가 없는 방에 가두어 두어야 한다. 아니면 모두가 만화 보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이런 것은 단순히 제도를 위한 제도라고 밖에 볼 수 없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틀 속에 가두려는 행위라는 생각을 했다.
무조건 등급을 만들게 아니라 그 등급이 실제로 적용될 수 있고, 별 거부감이 없는 '부모 동반 시청가'라는 등급을 만드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여태껏 봐온 것을 보여주면서도 나쁜 부모가 된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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