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애견 폐사율 높다'

'안티 충무로 사이트' 주장...

등록 2001.04.29 11:46수정 2001.04.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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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애완견을 기른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힘든 일이다. 한국 애견 유통의 70% 이상을 담당한다는 서울의 중구 충무로와 퇴계로 일대.

지방에 사는 사람에게는 흔희 영화와 애견의 거리로 알려진 이 지역의 애견상들이 네티즌으로부터 비난과 성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느 네티즌은 이야기한다. "구입한 개의 70%는 폐사하고 90%는 크건 작건 질환에 걸려있다"고.

사실 애완동물은 일반적인 상품과는 다른 살아있는 생명이다. 따라서 폐사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야 말로 모든 생명에게 평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많이 죽는다는 것". 안티 충무로 사이트에 가 보면 충무로에서 산 개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끝도 없이 올라와 있다. 이 글들을 곰곰히 읽어가다보면 또 하나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모두 비슷한 질환에 걸려있다는 사실이다. 진단이 나온 병은 물론이고 진단이 나오지 않은 경우도 깉은 질환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비슷한 질병의 경과를 밟는다.

안티 충무로에 올라있는 고발성 글들에서 대부분의 강아지는 "가벼운 구토와 설사"로 시작하여 "결국 혈변을 싸며" "별 다른 치료법이 없는 바이러스성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액 주사만 맞다"가 죽어간다.


이 질병은 파보 장염이라는 것으로 파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치명적인 소화기 감염병이다.

또 한가지 예는 "기침과 콧물을 흘리다"가 "눈꼽이 심하게 끼고 경련이 일어나서" 동물병원에 가 보니 "홍역이다.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는 이야기만 듣고는 결국 죽어가는 과정만을 지켜보게 된다.


이 질병은 홍역(사람의 홍역과는 다르며 디스템퍼라는 별도의 명칭이 있다. 사람의 경우 미즐이라는 이름으로 홍역을 부른다.)이다.

문제는 이 두 질병이 모두 예방이 가능한 병이며(백신이 나와있다.) 청결한 환경 관리와 전염원의 격리를 통해 근절도 가능한 전염병이라는 사실이다. 즉 운이 없서 걸린 병이 아니라 그 원인이 너무나도 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왜 유독 충무로 강아지들이 전염병이 많고 또 병에 약한 것일까? 그 이유는 대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너무 어린 강아지들을 판다는 것.

모유를 충분히 먹고 자라야 할 강아지들이 태어난지 한 달만에 어미에게서 억지로 떨어져 충무로의 진열대로 나오게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어린 강아지가 판매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어린 강아지를 귀엽다는 이유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관리상의 소홀이다. 여러 마리를 한 우리에 몰아넣고 정해진 예방접종도 시키지 않아서 전염병이 퍼져 나가기에 너무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어린 개만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잘못이자 한국의 애견 유통 시스템 자체가 잘못이라는 충무로 상인들의 강변이 어느 정도 먹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보상문제에 이르면 소비자들은 두번 상처를 입게 된다.

애완견 판매 보상에 대한 규약은 보증기간 자체를 1주일로 못 박아놓고 있다. 또한 소비자의 귀책사유같은 애매한 표현을 첨가해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눈 뜨고 당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게다가 아무리 중명에 걸려있어도 구입한 지 3일이 지나면 소비자가 절반의 책임을 지도록 해 놓았다. 도대체가 종잡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내용이다.

즉 이 규약 자체가 절대적으로 판매인에게 유리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뭐 거의 SOFA협정 수준이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 규약 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며 보상 문제에 있어 우리는 잘못없다는 판매자와 병 걸린 개를 팔았으니 책임지라는 소비자 사이의 분쟁만이 충무로에는 가득한 것이다.

그러나 감염성 질환에 대한 문제의 경우 누가 봐도 감염원은 판매자의 가게이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폐사하는 강아지가 같은 질환으로 죽어간다는 것은 충무로 일대에 바이러스가 그야말로 쫙 깔려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집에 작은 시추 한 마리와 슈나우져 한 마를 기르고 있다. 개는 원래 잡아먹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할머님 조차도 지금은 누가 뭐래도 우리 막내 손녀들이라고 이야기 하신다. 애견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가족을 받아 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충무로의 애견상들은 이들에게 가족을 잃는 아픔만을 선사하고 있다. 거기다가 예기치 못한 경제적 손실까지 안겨 준다.

안티 충무로는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려는 작은 움직임이다. 단지 사이트를 통해 사례를 수집하고 충무로를 반대하려는 움직임을 넘어 집회를 열고 애완동물 관계법령의 개정을 촉구하는 등 소비자의 권리를 찾는 모임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안티 충무로가 인터넷 속의 작은 혁명이 되어 모든 사람들이 안심하고 강아지를 분양받을 수 있는 곳으로 충무로를 변모시키는 그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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