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사이트 강제폐쇄 잇따라

정보통신윤리위 잣대따라 언제든 '접근차단' 가능

등록 2001.06.21 10:01수정 2001.06.2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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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형성된 동성애자 모임들이 잇따라 폐쇄당하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어려운 성적소수자들이 그나마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마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다음커뮤니케이션 내 동성애자 카페 '81CLUB'과 세이클럽 내 동성애자 동호회 '조금만 사랑했다면'이 음란성, 풍기문란 등의 이유로 두 통신사에 의해 강제 폐쇄됐다. 관례상 사이트 폐쇄에 앞서 사업자가 한 두 차례 행하는 사전 통보조차 없었다.

이에 대해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사이트 전반에 문제가 있을 때는 사전경고 조치 없이 폐쇄하기도 한다"면서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 음란한 게시물 때문에 폐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81CLUB' 관계자는 "친목을 목적으로 만든 카페였기 때문에 사적인 내용의 게시물이 대부분이었고 음란성 여부가 논란이 될만한 글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다만 "문제가 될만한 글이 있었다면 남성 동성애자의 키스씬이 담긴 게시물 정도"라고 덧붙였다.

사이트 폐쇄로 인해 동성애자들이 겪는 괴로움은 심각하다. '조금만 사랑했다면' 관계자는 "하찮은 대화방을 만드는 것까지 이렇게 억압을 당해야 하냐"며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사이버 세계에서까지 푸대접받는 게 너무나 속상하다"고 슬픔을 토로했다.

잇달아 발생한 사이트 폐쇄 사태에 대해 여성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박수진 간사는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특정 게시물을 이유로 사이트를 폐쇄한다면, 동성애 혐오자가 악의적으로 음란한 게시물을 동성애자 사이트에 올리고 사업자에게 신고해도 그 사이트는 곧장 폐쇄되고 말 것"이라고 평했다.

박 간사는 이어 "동성애자 운동이 통신을 매개체로 발전해 온 배경을 볼 때, 사이트 강제 폐쇄 조치는 동성애자 운동에 전반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유해매체 차단사이트 목록 10만8천 건에 대한 정보통신윤리위의 심의기준에는 동성애가 '퇴폐 2등급'이다. 이는 정보통신윤리위가 '동성애 사이트'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든지 '접근 차단'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뜻. 끼리끼리는 근래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동성애자 사이트 폐쇄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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