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영어를 배우러 온 처남

인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8편

등록 2001.12.27 16:43수정 2001.12.2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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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안에서 막내였기 때문에 동생이 있는 친구들을 상당히 부러워했다. 친한 친구 한 명은 여동생이 둘이어서 사이도 좋았고 심부름도 시키는 것을 보면 부러운 정도를 떠나서 나도 간절히 동생을 원했던 어린시절 기억이 떠오른다.

이런 나의 바람이 장가갈 때 이루어지게 된 건지 난 동생 둘을 가진 장녀와 결혼을 해서 본의 아니게 남동생 하나, 여동생 하나를 가지게 되었다. 그중 처남은 처가댁의 기둥으로 집안 어른들이 거는 기대가 사뭇 대단했다.

이런 집안의 기둥이 올 여름 대학교 졸업을 앞둔 한 학기를 남기고 휴학을 하고 신문기자 시험 준비를 한다며 폭탄 선언을 했으니 여러모로 집안에 소용돌이를 일으켰던 장본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계공학을 전공한 친구가 졸업 6개월을 남기고 방향을 180도 전향을 하겠다니 나라도 놀랄 일이었다. 좌우간 이 집안의 기둥인 처남이 델리에 들어왔다.

들어오기 10일전쯤에 연락을 주더니 장모님이 처남편에 먹을 것을 보내준다고 필요한 목록을 작성해서 빨리 보내라고 알려주셔서 마누라는 필요 목록 작성으로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다.

결국 몇번 수정을 거쳐서 최종 알려준 목록을 보면 구차하게도 종류가 많았고 내용도 다양했다. 소고기, 사골뼈, 김치, 시레기 나물, 멸치볶음, 냉동만두, 요플레, 팽이버섯, 오뎅, 단무지, 김, 파래무침, 만두피, 뽕짝 가요 등등..

이 처남이 메일을 보낸 것을 보면,
“매형, 제가 델리 국제공항에 밤 0시20분에 도착하는데 주소와 전화번호 알려주시면 제가 버스타고 알아서 찾아갈께요.”
“이놈은 델리가 어디 서울 같은 곳으로 착각을 하는 것인가! 어딜 버스를 타고 오겠다는거야.”

난 처남과 처남이 바리바리 싸온 음식을 위하여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차를 주차시키는데 무조건 1회 입장에 50루피를 받았다.

보통 델리에서 주차요금은 10루피 정도에 약 서너시간을 허용하고 시내 다운타운은 50루피씩 받고 있다. 또 공항청사 안으로 들어갈려고 하면 또다시 입장료로 50루피를 지불해야 한다.

"정말 인도사람들은 별걸로 다 돈을 버는구먼"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날 따라 비행기가 연착되어 몇 시간이 지난 뒤에 도착해서 가져온 짐을 보니 정말 바리바리 싸주셨다.

“야 정말 고생했다. 이거 화물무게 초과하지 않았어?”
“이렇게 싸왔는데도 조금 남던데요.”

집에 와서 도착 기념으로 맥주 한명을 나눠마시며 궁금한 사항을 물어봤다.
“아니 언론고시 준비는 포기를 한거야? 갑자기 인도로 오게.”
“포기는 하지 않았구요 신문사 공채는 TOEIC이 점수가 안되면 원서 자체를 받지 못해서요. 나름대로 할려고 노력했는데 영어가 영 신통치 않아요. 여기서 영어공부 하고 돌아갈려구요.”
처남의 영어 성적은 공대생 답게 형편없었다.

처남의 인도에서의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 일주일정도 델리에 머물면서 현지적응을 시도하고 한달정도 남쪽지방으로 여행을 다녀 온 뒤 그뒤 약 2~3달 정도 학원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한국으로 갈때는 네팔을 거쳐서 돌아가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패기 만만한 젊은이 답게 거침없는 목표를 가지고 인도로 온 것이었다.

그러면서 요새 대학생들 사이에는 인도여행 붐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겨울방학에도 인도로 들어올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많은 사람들이 특히 대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하여 유럽으로 미국으로 인도로 등 세계각지로 다양한 목적과 체험을 위하여 떠나고 있는데 부디 한국 젊은이의 기개를 떨치고 좋은 경험으로 귀중한 추억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인도로의 배낭여행은 유럽이나 미국과는 달리 여러 불편함에 대한 많은 감수가 필요한데 한때 일본 젊은이들의 인도 여행이 대단한 유행으로 번진 적이 있고 그 유행이 우리나라에도 시작이 될 모양이다.

여기서의 불편은 대중교통의 미흡, 위생상태의 불결, 행정처리의 어려움 등이며 일부에서 얘기하는 위험함은 어찌보면 도가 지나침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편견은 관광지와 관광객을 상대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기준으로 지레 분류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사실 어떤 나라를 가더라도 관광지의 바가지나 위험함은 존재하는 것이며 관광객은 항상 자신의 처신에 주의를 기해야 하는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일반 거주지라서 그런지 신변의 위험을 느끼지도 못하겠고 물건을 살때나 릭샤를 탈때도 별다른 바가지를 느끼지 못한다.

허나 가끔 시내로 들어가면 릭샤 요금도 평소의 배 이상을 요구하며 뭔가를 사라고 끈질지게 붙어다니는 친구를 보면 여기선 나를 관광객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하여간 이왕 이곳으로 들어 온 이상 소기의 목적은 달성을 해야지 그것이 꼭 영어공부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영어 공부 한 두달 한다고 갑자기 실력이 껑충 뛰는 것도 아니고 여행하면서 실제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어도 많이 활용해보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체험도 경험해보고 돌아가기 바란다. 너가 영어 공부 할 만한 곳도 내가 알아보고 너 개인강습 해줄 사람도 내가 구해놓으마.”

여기도 영어 사용 국가라 그런지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학원과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American School, British School과 같이 학교에서 부모를 위하여 가르치는 영어 코스가 있다.

이 코스는 실제 미국과 영국에서 온 선생이나 선교사가 가르치기 때문에 수준도 상당히 높고 물론 가격도 만만치 않다.

다음은 사설 학원이 있는데 여기 인도사람들도 출세를 위하여 영어를 많이 배우기 때문에 정식 학교를 가지 않았으면 이런 사설 학원에서 배우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이곳에 들어가면 인도인들과 함께 인도사람에게 영어를 배우는 것이다.

또 한가지 방법은 Tutor를 고용하는것인데 보통 대학생들이 이런 역할을 많이 하며 시간당 150루피 정도를 주면 개인적으로 둘이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다.

그래서 이곳에 들어오면 우선 학원에 등록하여 정기적으로 공부를 하고 개인적으로 개인교사를 시간이 허락할 때 마다 불러서 인도 문화와 인도 생활 방법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도 공부하는 방법을 많이들 쓰고 있다.

인도는 과거 영국의 식민 통치를 몇 백년간 받으면서 자연히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가 되었는데 인도가 독립하면서 자신들의 언어인 힌디어를 다시 일으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공식적으로 지금은 힌디어가 제1공용어, 영어가 제2공용어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인도에는 지역마다 민족마다 쓰는 언어가 달라서 대충 따져도 몇 십개 이상의 언어가 존재하다고 하니 여기 법인의 현지 영업 부사장도 자기가 6개 언어를 할 줄 안다고 자랑한다. 물론 영어와 나머지 5개는 힌디어와 지역 언어들인 것이다.

처음 이곳에 들어와서 이들의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지금 영어를 얘기하는 것인지 힌디를 얘기하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미국식 부드러운 영어에 길들여진 우리가 영국식 딱딱한 발음의 영어를 알아듣기도 힘들고 게다가 여기 현지는 힌디 발음까지 섞여서 정말 뭔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또한 사용하는 영어가 영국식이라 영국식 단어로 이야기를 하니 아무래도 나는 익숙하지가 않았다. 예를 들면 미국식은 Subway를 지하철로 생각하나 여기는 지하도이며 Elevator는 Lift로 Call은 Ring 등으로 표현한다.

이러니 한국에서 영어 좀 한다는 사람도 처음엔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한참을 헤매게 된다. 그러나 어지간한 기본이 있는 사람은 현지 발음에 적응만 되면 별 문제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또한 이들은 대학교를 졸업하면 기본적으로 영어가 가능하기에 우리나라 사람들 처럼 대학 졸업 후에도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것을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이곳에 처음 도착해서 회의에 참석해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리를 들으니 앞길이 막막했다. 업무를 빨리 파악해서 내 일을 해나가야 되는데 말부터 하나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 난 영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고 지금 열심히 배우는 단계니까 내가 이해가 되질 않으면 계속 질문을 하겠다. 천천히 다시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반복해서 들어보니 조금씩 이해가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허나 업무 수행키 위한 충분한 어학능력을 키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내 자신이 아쉬울 나름이다.

처남은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전에 인도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손을 흔들면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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