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힘의 근원인 '겸손한 권력-강한 나라'

<노무현이 만난 링컨>을 읽고

등록 2001.12.27 17:02수정 2001.12.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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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정치인들이 책을 내듯이 노무현도 그런 요식행위를 하는가보다 생각하고 읽으면 큰 오산이다. <노무현이 만난 링컨>은 한국 정치인이 지향해야 하는 정치철학을 제시한다. 링컨은 누구나 알고있듯이 '노예해방'으로 잘 알려져 있고 미국의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다. 그러나 그의 삶속에 투영되어 있는 인간과 정치인으로서 고뇌에 대해서 아는 이가 그렇게 많지 않다.

사실 링컨의 행적을 하나 하나 추적한다는 것은 매우 지겨운 일이다. 그러나 국가와 국가구성원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와 평등이란 민주주의의 운명을 걸고 순간 순간을 선택해가는 링컨의 정치철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노무현이 만난 링컨>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겸손한 권력-강한나라'이다. 지금까지 '강한 권력 - 약한 나라'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낯선 수사이다. 노무현은 겸손한 권력이란 수평적이고 개방적이며 자율적인 통합력에서 발생한다고 쓰고 있다.

다른 말로 해석하면 정보화사회가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을 기반하고, 수용자의 분중화된 요구를 이해해야 하며, 각각의 정보 생비자의 자율적인 구조가 중요해지는 사회라고 할 때 겸손한 권력만이 정보사회구조에 조화될 수 있는 권력임이 분명하다.

또한 겸손한 권력이란 과거의 관습에 안주하여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수구세력의 모습 즉,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 국민를 소외시키는 페쇄적인 정치구조, 강권과 돈을 동원하여 국민을 타율적인 존재로 만드는 정치행위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의가 힘의 근원'이란 화두이다. 미국의 노예제폐지와 연방해체를 둘러싼 국론분열은 어떠한 정의도 부정되고 오로지 상호비방과 전쟁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것은 한국에서 분단과 지역분열구조에 의해 국민통합은 물론 그 어떠한 이념과 정책도 불가능하고 나아가 동족간에 전쟁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과 흡사하다.

여기서 노무현은 '정의가 힘의 근원'이란 화두를 제시한다. 한국정치사를 살펴볼 때 정의가 힘의 근원이란 화두를 인정하기에는 마음이 답답하다. 일제로부터 해방되고 친일세력이 득세하고, 4,19혁명의 결과는 군사독재로, 군사독재와의 기나긴 민주화투쟁은 그들과 야합한 민간정부로, 국민의 힘으로 세운 국민의 정부는 수구세력의 공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그야말로 정의가 힘의 근원이란 말이 한번도 증명되지 않은 유토피아적 수사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노예제를 폐지하기 위해 거쳤던 지난한 역사와 심지어 전쟁을 불사했던 과정을 살펴보면 한 국가와 민족에게 정의가 힘의 근원이란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 사회의 정치지도자와 국민 노력의 산물이란 생각이 든다. 노무현은 이러한 역사적 도정이 한국사회에 절실하다고 믿고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 도정은 정의를 통해 동서화해와 국민통합으로 나아가고, 국민의 합의에 의해 남북화해를 실현함으로써 한반도가 동북아의 중심국가 나아가 세계속의 강한 나라로 우뚝서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노무현이 만난 링컨>은 한 정치가가 화려한 수사로 가득 채운 다른 책들과는 구분된다. 서문에서 노무현과 비서진이 함께 토론한 결과임을 밝히고 있듯이 그들의 한국정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미국의 역사속에 숨겨진 한 정치가의 정의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 결국에는 국민과 함께 승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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