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강사와 학문의 왜곡

등록 2002.04.11 23:00수정 2002.04.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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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4월3일자 <한겨레>에 실렸던 정대화 교수의 시평 <시간강사와 대학교육의 사기극>을 읽고 느낀 점이 있어 몇 자 적어 보려 한다. 나 또한 몇 해 전까지 대학원을 다니며 조교일을 했던 사람으로서 시간 강사 문제는 가까이는 박사 과정 선배들의 일이었고 훗날 내게 닥칠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위의 글에서 정 교수가 지적했던 문제는 두 가지로 요약 될 수 있다. 첫째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반이상이 '무자격' 시간 강사에게 맡겨져 있다는 사실이고 둘째는 이들 시간 강사들에 대한 처우가 평균적으로 월 70∼80만 원 정도로 매우 열악할 뿐 아니라 방학 기간 중에는 아예 '고등 실업자'로 전락한다는 사실이다.

실상이 이 정도에서 그친다면,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은 아마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래에 대학 교수가 될 사람으로서 그 정도는 견디어 내야하는 것 아니겠는가하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 내가 지켜 본 바로는 시간 강사의 처우 문제는 이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다. 그때 주당 2시간을 맡은 시간 강사의 강사료가 월 18∼23만 원 정도였고 의무 강의 시간이 주당 6시간인 전임 교수의 급여가 월 350∼500만 원 정도 되었다. 이는 단순 비교만 해보아도 5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또 거기다 시간 강사는 '길고 긴' 대학교의 방학 5개월여 동안 강사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전임교수들은 개인의 연구실도 있고 연구와 업무를 보조하는 조교들도 있지만 강사들은 그야말로 '담배 피울' 공간도 없다. 그나마 이런 강사 자리 구하기도 어려워서 강사료로 최저 생계비인 월 70∼80만 원 수준을 채우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처럼 어렵사리 공부해서 다들 교수가 되고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으면 모르지만 특히 내가 전공했던 인문학 분야의 경우는 그렇지도 못하다.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이와 같은 열악한 환경은 또 하나의 구조적인 문제를 낳는다.

그것은 어떤 사람이 대학원 석 박사 과정을 다 마치고 논문이 통과되고 몇 년의 강사 생활을 거쳐 교수가 될 때까지 경제적 무능력자인 자신을 뒷받침할 만한 재력을 가지고 있거나 주위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학문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한 마디로 얘기하면 있는 사람들만이 학문을 할 수 있고 이러한 학문의 풍토는 연구 주제의 설정에서부터 연구자의 시각과 가치가 깊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인문 사회과학에서 '그들만의' 학문을 확대 재생산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명실공히 최고의 교육 학술 기관인 대학은 자유, 평등, 정의 같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주창한다. 그러나 그 안으로 눈을 돌려보면 - 시간 강사 문제같은 것을 보면 전혀 자유롭지도 평등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 더 늦기전에 시간강사 문제 만이라도 빨리 그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정말 그들만의 학문 당신들의 학교가 되기전에.....

덧붙이는 글 | 시간강사와 조교 문제를 이슈화 해주세요. 좀 검토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문제가 대학 안에 숨어 있어서 그렇지 사회 어느 문제 보다도 심각합니다. 이 문제를 과감히 학교 밖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원고에도 썼지만 이 문제를 그냥 두고 대학에서 정의니 자유니 평등이니 이런 말을 한다면 다 헛소리입니다.

이문제를 기획란 형식으로 홈 전면에 띄우면 글 쓸 사람 많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시간강사와 조교 문제를 이슈화 해주세요. 좀 검토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문제가 대학 안에 숨어 있어서 그렇지 사회 어느 문제 보다도 심각합니다. 이 문제를 과감히 학교 밖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원고에도 썼지만 이 문제를 그냥 두고 대학에서 정의니 자유니 평등이니 이런 말을 한다면 다 헛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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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한국 중세사를 연구했었습니다. 또 저는 생태 환경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이 분야의 글도 가끔은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디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글을 많이 또 취재를 해가면 쓰는 사람은 아니고 가끔씩 저의 주장이나 생각을 논설형식으로 쓰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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