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애국지수는?

<주장>

등록 2003.06.10 21:28수정 2003.06.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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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나? 유승준이라는 한 명의 재미동포 댄스가수의 군입대 파문으로 세상은 참으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스티브라고 불려지고 있는 그가 다시 한국에 입국을 희망한다는 소문이 파다해지면서 또한번 한반도에는 마녀사냥이 일어나고 있다.

유승준, 그는 누구인가?

군입대 파문이 있기 전에 유승준은 그저 평범한 재미동포 댄스가수였다. 단 조금 더 보태자면 세상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그런 상품에 가까운 가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항상 원한다. 모든 것이 자신의 구미에만 맞는 그런 상품들을…. 하지만 그 상품에 조금의 하자라도 있을 시라면 그에게서 상품의 가치를 찾는 것은 어쩌면 바보스러운 행위라고 손가락 질 할지도 모른다.

유승준은 그저 가수였고, 이중 국적을 가진 미 영주권자일뿐이다. 유승준은 미국 국적을 택했고, 미국여권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입국하려 했으나 그는 매몰차게 거부당했다. 그가 이 땅에서 그런 대우를 받아 본 적이 있을까? 그는 화려했고 그는 열망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그에게 손가락질하는 그 우매한 대중들에겐 말이다.

그렇다. 그는 거부당했다. 그 거부에 환호하고 마치 거부를 결정한 일부 국가단체가 영웅인냥 또 하나의 대중에 구미에 맞춘 상품이 탄생되었다. 그렇다면 왜 많은 한국인들은 유승준의 군입대 파문에서 마녀사냥식 작태를 보이는 것인가?

난 솔직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유승준도 인간이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상품이기 훨씬 이전에 우리와 동등한 인간이다. 인간이기에 그에게 우리의 잣대를 함부로 잴 수 없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기본 상식도 없는냥 그를 자신의 잣대에 맞추기 시작했다. 우선 자신의 경험에 잣대를 맞췄겠지.

군대를 다녀온 우리 자랑스러운 예비역들이 가장 신났으리라. 자신들의 군입대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은 저리 버린 채 그저 자신의 잣대보다 조금 편하게 빠져버린 그 사람이 싫었겠지. 군대에 다녀오지는 않았지만 군대에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보냈던 사람들도 신이 났으리라.

혹 그뿐일까? 이제 앞으로 어쩔 수 없이 군입대를 해야하는 수백만의 대한남성들이 신이 났으리라. 여기서 나는 나의 애국지수를 측정해 보려한다. 솔직히 모두 까발려서 말하자면 나는 군대가 싫다. 내 2년2개월을 국가에 헌납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수가 없더라.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더라. 하지만 내가 끌려감에 있어서 이 나라를 위해서 싸운다기보다는 나의 인내 혹은 세상사는 법을 배워 오고자 하며 입대하리라.

매일 군대로 끌려가는 수 천명의 청춘들 중 이 땅의 안보와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며 가슴 깊숙히 끌어 오르는 뜨거움을 가지고 입대하는 청춘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그렇다면 유승준을 비난하고 비판하는 지금의 사회적 흐름이 과연 옳은 방향인가? 물론 유승준이 자신이 평소에 대중과 약속했던 부분을 지키지 못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유승준이 지금 받고 있는 비난의 흐름이 마치 유승준이 분단국가로써의 특수한 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채 멸공의 선봉에 서지 않음을 지적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뜸금없이 하나의 질문을 수천만의 예비역에게 던지고 싶다.

지금 당신의 애국지수는 얼마나 되는가? 유승준의 국가의무를 져버린 행위를 비난하고 있는 당신의 애국지수는 과연 얼마나 되는가?

당신은 얼마나 이 땅의 국가의무를 가슴 깊숙히 새겨가며 군 생활을 했는가를 생각해보면 당신의 애국지수는 금새 계산되어 나올 것이다. 그 애국지수에 당신이 유승준에게 맞추고 있는 그 치수만큼만 자신을 맞춰 보면 어디 한 구석 시린 곳이 있을 것이다.

유승준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자신의 행복권을 추구한 죄 밖에 없다. 물론 그가 공익근무요원으로써 현역입영보다 수월했겠지만 그것 또한 개인적 선택일 뿐 우리의 잣대로 잴 수 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그 고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나라의 국적을 포기하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투정 어린 볼멘소리보다는 언제까지 '국가의 의무' 정도로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많은 고민이 이뤄져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유승준 사태로 많은 이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유승준 문제는 단지 '하나의 예'에 불과 하다.

'애국'하나만으로 2년2개월을 희생하기엔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도 또한 함께 고민해야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이제는 건설적인 고민을 해야할 때가 분명 왔다.

이제 유승준을 비난하는 세력들도 자신의 잘못 돌아간 화살의 방향을 이제 제자리로 돌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당신들의 비난하고자 하는 '국민의 의무'를 포기한 것이 본질이 아니라는 것은 바로 당신이 더 잘 알고 있기에 근본적인 문제로 화살의 방향을 돌려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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