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사수를 위해 주민이 뭉쳤다

횡단보도를 돌리도!

등록 2003.06.27 16:59수정 2003.06.2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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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남사거리. 종로4가에서 서울대병원으로 가려면 횡단보도를 세번 건너야 한다.(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이화로타리↖, 종로4가↗, 율곡로↘ 방면 이다. 사진의 대각선 방향에 원남파출소가 위치하고 있다)

원남사거리 주위의 원남동, 연지동, 연건동 주민들이 횡단보도사수대책위원회(위원장 강문호 이하 대책위)를 만들어 없어진 횡단보도를 다시 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천여 명의 시민에게 서명을 받고, 플래카드를 달고, 신문에 투고도 하고 서울시장·서울경찰청장·종로구청장 앞으로 탄원서도 보냈다. 그 결과 나재암 구의원에게서 7월 11일까지 설치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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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사수대책위원회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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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남사거리에 붙은 횡단보도 설치 요구 플래카드

6월 26일 이곳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강문호 대책위원장이 종로구청과 동대문경찰서의 책임있는 관계자를 불러 간담회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나재암 종로구의회 의원의 사회로 관에서는 종로구 건설교통국장, 교통행정과장, 동대문경찰서 정보1계장, 원남파출소장 등이 참석하고 인근 주민들 5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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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에서 강문호 대책위원장(사진 중앙)이 발언하고 있다.

“절차와 목적이 합당해야”…“확실한 날짜를 정해 달라”

간담회는 나 의원의 인사말과 참석자 소개로 시작되었고 뒤이어 종로구 건설교통국장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건설교통국장은 "답답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우리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나 절차와 목적이 합당해야하니 좀 더 기다려 달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이어 강문호 대책위원장은 “우리 주민은 고가 철거 시 소음, 먼지 등을 감수하며 고가가 철거되는 것에 대해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 주민들이 40여 년 동안 이용하던 횡단보도를 주민들에게 한마디 동의도 구하지 않고 하루 아침에 없애 버렸다. 이 횡단보도는 서울대병원 단지 내 학생과 일하는 사람, 병원 이용자등 하루 10만여 명이 이용하던 곳인데 이것을 없애버려 22m만 건너면 되는 길을 18분을 돌아가야 한다”고 주민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구청장과 약속을 하고 방문했을 때 문전박대를 당한 사연과 서울대병원 정문에 위치한 구청장 소유의 병원이 잘 되게 하기 위해 종로 5가의 대형약국으로 통하는 길인 횡단보도를 없애 버렸다는 의혹등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주민에게 한마디 동의도 없이 (횡단보도를) 없애 놓고 참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늘은 (횡단보도 설치 여부의) 확답을 해 달라"라며 말을 맺었다.

이후에는 주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는데 "책임 있는 분들이 왔으니 오늘은 확답을 해 달라", "횡단보도가 없어진 후 상권이 다 죽었다", "마을의 환경은 주민이 살기 편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주민들에게는 도로를 넓히고 일방통행을 만들 하등의 이유가 없다. 주민의 편의를 우선 생각해 달라" 등의 요구가 줄 이었다.

한 주민은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았는데 "창경궁 쪽에서 이화로터리로 좌회전하는 신호 시간이 지금은 40초인데 앞으로 50초로 늘려 좌회전 시간 30초 주고 20초는 횡단보도에 주면 된다. 이렇게 건널목(횡단보도)을 살리자"고 해 참석한 공무원들이 고개를 꺼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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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남동 주민과 종로구청 건설교통국장과의 대화

마지막으로 강문호 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의 치안 문제를 제기했다. 파출소가 횡단보도도 없이 도로 건너편에 있어 신고하기도 힘들고 경찰들의 출동도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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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남파출소 앞에서 본 없어진 횡단보도의 모습. 보행자의 무단횡단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종로구 교통행정과장은 "횡단보도 설치에 공감하며 다음달 중순에 열리는 교통규제심의위원회에 상정을 해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 관계자를 열심히 설득하겠으나 확실한 날짜는 정할 수 없다. 최선을 다 할테니 믿어 달라"고 말을 맺었다.

이에 주민들이 재차 확실한 날짜를 말해 달라고 하자 나재암 구의원이 "감정으로 하면 해결이 안 되고 매월 중순에 (교통규제)심의위원회가 있으니 좀 더 참자. 실무국장이 약속했으니 믿어 달라"는 말로 간담회를 마쳤다.

"그때까지 안 되면 내가 도로에 드러눕겠다"

이날 참석한 주민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노인들로 횡단보도가 없어진 후로는 건너편에 있는 시장도 못가고 은행 볼 일도 못 보게 되었다며, 예전에는 1분도 걸리지 않았던 길이 이제는 20분도 더 걸려 길 건널 엄두도 못 낸다며 하소연을 했다.

이날의 간담회의 목적은 책임 있는 사람들을 불러 확실한 날짜를 정하기 위함인데 관에서 참석한 사람들 모두 책임자가 아니어서 목적달성에 실패를 했다. 더구나 예전에 나재암 구의원이 약속한 횡단보도 설치 날짜인 7월 11일도 이제 확실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간담회 도중 나재암 구의원이 “그때(교통규제심의위원회가 열린 후)까지도 결정이 안 되면 내가 도로에 드러눕겠다”는 말로 주민들을 안심시켰지만 주민들은 또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는데 대해 실망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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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장으로 힘겹게 이동하고 있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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