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우리 전통과학의 참 모습 소개

전상운 박사의 <한국과학사>

등록 2003.10.12 11:02수정 2003.10.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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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과학의 발달은 서양세계가 주도했다. 서양은 물질문명과 근대과학의 덕택으로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식민지를 강점하여 세계를 지배했다. 그러나 그들의 근대과학은 동양의 전통과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어떤 학자는 서양이 동양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불과 400∼500여년전일 뿐이라고 한다. 이처럼 과학은 원래 동양이 서양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한 동양세계의 하나였던 우리 역시 과학의 선진국이었다. 무조건 서양이 우리보다 우수하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뚱딴지 같은 소리일런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학사 연구의 대가인 전상운 박사의 <한국과학사>(사이언스북스, 2000)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과학사 분야의 국제적인 석학인 전상운 박사가 과거에 저술한 <한국과학기술사>를 새롭게 증보 및 개편한 것이다. 과거에 비해 다양한 그림과 사진을 첨부하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이 책에서 말하는 위대한 과학 한국의 모습은 어떠한 것일까.

한국은 북방계의 청동기를 받아들였지만 중국의 청동기 문명 또한 창조적으로 수용하여 보다 우수하고 독특한 청동기를 만들어냈다. 이는 철기 문명 역시 마찬가지여서 우리나라의 우수한 철기는 일본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고 동북아 무역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해상강국 가야의 번성은 이를 통해 증명된다.

첨성대와 천문 관측 그리고 각종 약재로 대표되는 삼국시대의 천문학과 의학의 발달은 당시 과학의 선진국인 중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통일신라기의 석굴암 건축기술과 범종의 제작 기술, 현존하는 목판인쇄본 중 세계 최고인 다라니경 등은 그 우수성이 이미 증명된지 오래이다. 여기에는 이슬람 과학의 수용도 큰 몫을 했다.

이러한 과학의 업적은 고려와 조선에까지 그대로 계승된다. 고려는 목판 인쇄 기술을 계승하여 금속활자 인쇄술을 발명하였고 정교한 혜성과 일식 관측기록을 남겼으며 청자를 구워냈다. 조선에 와서 창조적인 과학의 성과는 더욱 빛을 발한다.

천문도를 돌에 새겼고(현재 덕수궁의 궁중유물전시관에 있으며 세게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것이라고 함), 인쇄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발달시켰다. 측우기와 해시게, 물시계 등이 발명되었으며 역법체계를 확립하였다. 우리의 실정에 맞는 독특한 농법이 <농사직설>로, 의학이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으로 구체화되었다.

또한 우리 나라는 지도의 선진국이었다. 여러 가지 목적의 다양한 지도가 대량으로 제작되었다. 조선초 이미 세계지도를 만들었다는 것은 우리가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었다는 것임을 증명한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이러한 조선 지도의 업적이 축적된 바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과거 교과서에서 배웠던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구체적인 자료와 사진 등을 통해 다시한번 증명하고 있다. 다시말해서 우리의 과학업적은 어떠한 것들이며 이것이 왜 우수한지를 중국, 일본의 사례와 함께 비교해 봄으로써 우리 과학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우리 과학의 참모습들을 여럿 발견하곤 하면서 우리 것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과 무지를 반성하게 된다. 과학에 대한 문외한인 나도 어려움없이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평이하게 씌여진 책의 내용 역시 이 책의 강점이다.

우리는 분명한 과학의 선진국이었다. 때로는 중국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곤 했지만 단순한 모방에 그친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수용하여 더욱 우수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민족과학으로 탈바꿈 시킨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는 지금도 이러한 조상들의 과학 업적이 스며들어 있고 장차 과학 한국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역량이 잠재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 들려오는 이공계 기피 현상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 책을 읽고 서울 시내의 여러 박물관들을 가서 과학 문화재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훨씬 재미있고 잘 이해가 되었다. 또한 교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보다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을 해줄 수 있었다. <한국과학사>를 통해 우리 조상들의 위대한 과학 성과를 이해하고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을 지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은 바로 국가발전과 사회개혁의 원동력이지 않은가.

한국과학사

전상운 지음,
사이언스북스,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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