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핵폐기물 껴안고 산 대만 란위섬

등록 2003.11.27 17:04수정 2003.11.2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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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4년 찍은 부식된 채로 발견된 란위섬의 핵폐기물 저장통. 루샤이씨는 "이같은 부식된 통이 대만 정부가 제시한 수치보다 약 4배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핵폐기물(원전수거물)을 지난 20년간 안고 있던 대만의 란위섬. 그러나 이제 란위섬 주민들은 더 이상 핵폐기물을 받을 수 없다며 '반핵운동'에 나서고 있다.

란위섬은 여러가지 정황상 부안(위도) 문제와 관련해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많다. 섬이라는 점, 대만 정부가 핵폐기물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 민의를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그렇다.

란위섬은 지난 1980년 대만 정부가 핵폐기장 유치 장소로 선정한 이후 20년간 핵폐기물이 저장된 곳이다. 지난 25·26일 양일간 부안에서 열린 '국제 반핵포럼'에서는 대만의 란위섬에서 온 주민 루샤이씨가 참석해 그간의 사정과 현재 란위섬 주민들의 반핵운동에 대해 소개했다.

루샤이씨에 따르면 대만전력공사(타이파워)와 란위섬 사이의 핵폐기장 설치 계약이 지난해 만료됐다. 그러나 란위섬 주민들은 계약 연장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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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샤이씨. ⓒ 오마이뉴스 김지은

루샤이씨는 "대만전력공사와 정부는 란위섬 주민들에게 공정하지 못한 처사를 해왔다"면서 "핵폐기물이 저장된 이후 란위섬 주민들은 어렵고 어두운 세월을 보냈고 끊임없는 반핵운동을 벌여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루샤이씨는 핵폐기물이 란위섬에 저장된 지난 20년 동안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껑충 뛰어 올랐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란위섬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루샤이씨는 "이중 갑상선 암이 가장 많고 기형아 출산율도 늘었다"며 "정신적인 우울증이나 과도한 신경증 등 정신질환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현상의 이유가 핵폐기물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핵폐기물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루샤이씨는 핵폐기장 유치에 대해 대만 정부가 해온 거짓말에 대해서도 고발했다. 그는 "대만 정부는 처음 란위섬 주민들에게 핵폐기물 드럼이 '생선깡통'과 같다고 말했다"며 "이후 핵폐기물이란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금품을 이용한 홍보 작업 등 회유책을 써서 란위섬 주민들의 '반핵운동'을 저지해온 것으로 보인다. 루샤이씨는 "대만 정부는 금품을 제공하면서 주민들의 핵폐기물 반대 운동을 저지해왔다"며 "대만 정부는 그들이 원하는대로 일을 추진하기 위해 '란위섬 핵폐기물 이전 추진위원회'와 '란위섬 개발위원회'를 란위섬에 만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루샤이씨는 대만 정부가 안전하다고 말해온 '핵폐기물 저장 드럼'이 부식된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직접 갖고 온 사진을 보여주며 "지난 94년 찍은 사진을 보면 벌써 폐기물 저장통에 부식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란위섬에 저장된 폐기물통 약 9만7000배럴 중 약 4000배럴이 부식됐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이보다 4배정도가 더 부식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샤이씨는 "란위섬은 핵폐기물만 없다면 정말 아름다운 섬"이라며 "계약 연장이 되지 않도록 우리 주민들은 계속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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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위섬의 핵폐기장 저장 시설. 루샤이씨는 이 사진을 소개하며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핵폐기물이 옮겨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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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샤이씨가 소개한 '핵폐기장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란위섬 주민들이 담긴 사진. ⓒ 오마이뉴스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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