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만나는 골목의 추억

온라인 사진 전시회 "since 2003 , 골목" 14일까지 열려

등록 2004.05.11 12:43수정 2004.05.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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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주인은 역시 아이들이다 ⓒ 김승욱


사방천지가 초록으로 물들고, 갖가지 꽃들이 저마다의 빛깔로 만개하여 사람들의 눈을 오래도록 잡아두는 아름다운 오월. 여기저기 볼거리가 많은 요즘,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흥미롭게 다가갈 만한 온라인 사진전이 있어 소개한다.

'골목'이라는 낯익은 주제로 젊은 사진가 넷이서 저마다의 빛깔로 올려놓은 작품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유년 속으로 깊숙이 빠져드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진행 중인 사진 사이트를 둘러보고, 사진전을 기획한 김승욱씨를 만나보았다. 그는 지금 외국계 식품회사에 다니는 젊은이다. 그에게 사진전 준비 및 생각을 들어보았다.

- 이 사진전을 기획하게된 계기는?
"디지털 카메라와 인터넷의 확산으로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우리의 사진 인프라가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일환으로 사진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사성 사진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려고 했고 그 결과물로 대중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사진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온라인 전시회라는 형식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 모두 몇 사람이 참여했습니까?
"총 6명인데, 사진가 4명(김승욱, 최호영, 김홍, 신우경), 웹디자이너 1명(이창석), 스크립트 에디터 1명(최수정)이 참여했습니다."

- 얼마동안의 작업이었습니까?
"사진촬영은 2003년부터 또는 그 이전부터 각 개인별로 촬영작업을 했고요. 온라인 사이트 기획 및 작업기간으로 대략 1달 정도 준비했습니다."

- 많은 주제 가운데 굳이 '골목'을 대상으로 찍은 것은 어떤 생각에서입니까?
"도시 계획화로 점차 사라져 가는 우리 재래식 골목들과 그 골목 어귀에서 일어나는 소시민들의 소소하고 정겨운 이야기들을 담아보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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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기억 잊지 못할 기억 ⓒ 최호영


- 이 사진전 이외에 개최한 사진전이 있습니까?
"과거 chalkak.com에서 온라인 사진 전시회 'One Korea'와 반송 독거 노인들의 자서전 '나의 이야기'를 기획하여 선보였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골목 사진전은 chalkak.com과 별개로 진행된 온라인 사진 전시회입니다."

- 온라인 사진전인데도 기간을 두었는데, 기간 동안만 전시할 예정인지요?
"현재로서는 전시 기간동안에만 전시할 예정입니다. 이는 온라인 사진전의 특성상 일정 기간을 넘어서면 조회수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또한 열람된 사진들의 전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책정한 전략입니다."

- 흑백사진으로 구성한 것은 어떤 생각에서였는지요?
"흑과 백의 단순함이 주는 이미지 파워는 칼라 이미지들보다 훨씬 강렬합니다. 또한 화려하진 않지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이웃들의 정감 있는 이야기들을 잔잔하지만 심도 깊게 사진으로 조명해보고자 흑백이미지들로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 이 작품에 쓰인 카메라는 무엇이었으며, 수동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 모두가 다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흑백사진의 경우 아무래도 계조 표현 면에서 디지털카메라보다는 필름카메라가 더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것 같습니다. 참여한 작가들이 사용한 카메라 기종은 Canon 1D, Canon 300D, Leica M6, Nikon FM2, D1X, F5 등입니다."

- 아직까지 사진을 사고 파는 것에 익숙지 않은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진문화의 급속한 팽창으로 인하여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대중들에게 좀더 알려진다면 이는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 만약 전시하고 있는 사진 중에 구매를 요구하는 이가 있다면 어떨 생각인가?
"적정 가격을 받고 판매할 의사가 있습니다. 이는 사진을 판매함으로써 꼭 어떤 경제적인 이익을 얻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사진은 무조건 공짜라는 일반인들의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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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꼼 ⓒ 김홍


- 온라인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있었던 재미난 일화가 있다면?
"동네를 다니며 아이들과 함께 놀아가며 사진을 찍기도 하였고 할머니들의 담소를 듣고 미소를 머금으며 사진을 찍기도 하였습니다.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들을 우선순위로 촬영을 하였는데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동네주민들이 와서 혹시 재개발 때문에 촬영하는 것이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아이들에게 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골목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놀이터이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는 하루빨리 재개발이 되기만을 희망하는 염원이기도 하였습니다.

얼마 전에 찍었던 장전동과 용호동에 다시 가봤을 때에 인정사정 없이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었고 눈앞에서 내가 찍었던 소중한 골목들이 불도저에 밀려나는 그 장면을 목격했을 때에는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허탈감에 가슴 한편이 아려오기도 하였습니다."

- 온라인 사진전과 오프라인 사진전에 대한 견해는?
"사진의 질적인 면과 작품성을 따진다면 인화물로 구성된 오프라인 전시회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겠지만 우리 사회에 어떤 시사성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는 온라인 전시회 쪽이 훨씬 더 큰 전파력과 파괴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작업자들이나 감상자들 모두에게 시간적 물질적으로도 더욱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진 중에 인물사진이 많이 차지하는데 그들이 전시회 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안타깝지만 대부분 모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진들이 불특정 다수를 촬영한 스냅 사진들이기 때문에 개개인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초상권에 대한 사용허가를 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 이 부분에서 만약 사진 속 관계자들 중 이의를 제기해올 것에 대한 대처방안은 세워두고 계신지요.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사진이나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그런 종류의 사진들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이 계실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래도 만에 하나 이의를 제기하는 분이 계시다면 잘 설득하는 방안 이외에 다른 대처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 때문에 전시회를 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혹시 인화해서 오프라인에서 전시할 생각은 없는지?
"현재로서는 경제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프라인 전시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후원단체의 도움을 받아 경제적인 비용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오프라인 전시회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다음 사진전에 따른 준비작업이 있는지요?
"다음 전시회가 개최될 때까지는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다음 전시회는 7월경으로 잡고 있습니다."

- 이 외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사진을 잘찍는 사진가들보다 의식있는 사진가들을 더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카메라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사진 인프라는 급속히 늘고 있으며 그와 비례하여 실력 있는 아마추어 작가들도 많이 탄생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사진 인프라가 확장하고 있는 만큼 의식 있는 작가들을 배출할 수 있는 유용한 프로그램도 함께 선보인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에 사진인들이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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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골목에서 공차기 ⓒ 우경


김승욱씨는 "사진은 세상과 나를 연결시켜주는 작은 창"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들이 비록 온라인 상에 비쳐져서 직접 전시회장을 찾아가서 맛볼 수 있는 그것만의 감성을 자아내지 못하지만, 손쉽게 사이트를 찾아가 하나하나 시간 구애를 받지 않고 감상할 수 있는 점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골목 since2003"을 주제로, 2004년 5월 4일부터 14일까지 전시되는 사진전의 장소는 "http://galleryzone.net"이다. 잠깐이라도 그 곳에 가면 저마다의 유년과 골목을 만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전시기간도 늘릴 수 있다는 넉넉한 마음의 김승욱씨와 사진전에 심혈을 기울인 관계자들에게 그 동안의 수고로움이 네티즌의 사랑으로 채워졌으면 한다.

며칠 간 내린 비로 선선해지다가 다시 더워진다고 한다. 사진전을 보면서 또는 보고 난 후 "그땐 나도 그렇게 놀았지", "좁지만 엉켜 놀던 때가 그립다" 등 작품을 보고 난 후 평소 말없는 이들도 한마디쯤은 되뇌일 만한 추억의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깊은 산 속 옹달샘을 만나듯 달콤하고도 시원한 유년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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