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미디어>, 홍정욱 사장 고발한 노조 간부 해고

"사태 확산되면 참여자 엄중 책임 묻겠다"...노조 "무력화 노린 탄압"

등록 2004.06.23 23:29수정 2004.06.2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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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미디어>는 홍정욱 사장 고발 건과 관련, 노조 정·부위원장을 면직 처분하고 나머지 징계 대상자 7인에 대해서는 사면조치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헤럴드미디어>는 이날 경영지원국장 명의로 이같은 결정을 사내에 공지했다. 이에 따라 이정환 전국언론노동조합 헤럴드미디어 지부 위원장과 김진수 지부 부위원장은 사실상 해고당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회사측은 이보다 앞서 지난 21일 징계위원회(위원장 기외호 부사장)를 열고 대표이사 고발 건을 주도한 전·현직 노조간부 9명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로 회사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면직 3인, 직위해제 1인, 정직 3인, 감봉 2인의 징계를 결의했다. 징계위원회는 회사측 6인과 노조측 4인 등 모두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김관선 경영지원국장은 공지에서 "최종 결재과정에서 당초 징계결의 수준이 전면조정됐다"며 "이는 징계범위를 최소화함으로써 상생과 화합의 기틀을 마련하고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이번 사태가 대내외로 확산될 경우 항고에 적극 참여하거나 파업 쟁의 등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정상참작의 여지 없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또 면직처리된 노조 정·부위원장에 대해 명예 신용훼손 및 사내기밀 유출과 관련, 빠르면 주중으로 민 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족벌·파행 경영 견제했다고 노조간부를 해고하는 홍정욱 사장의 만행을 규탄한다"며 홍 사장 퇴진과 함께 전면투쟁을 선포했다.

언론노조는 "노조는 파행·족벌 경영을 막고 헤럴드미디어가 홍 사장의 족벌왕국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유일한 견제장치"라며 이번 징계를 홍 사장의 파행·족벌 경영을 감시, 견제해온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탄압으로 규정했다.

한편 언론노조 헤럴드미디어 노조는 그동안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인수자금 출처 문제와 관련, 지난 5월 10일 홍정욱 사장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14일 견질담보로 제공된 회사어음이 이미 회수됐다는 점과 홍 사장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려 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회사측은 검찰의 무혐의 결정 직후 곧바로 정·부위원장 등 노조간부 9명을 징계위원회에 전격 회부, 보복성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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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3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홍정욱 헤럴드미디어 사장은 파국을 자초하고 있다.

- 족벌·파행 경영 견제했다고 노조 간부 해고하는 홍 사장의 만행을 규탄한다.

족벌·파행 경영을 일삼아온 홍정욱 헤럴드미디어 사장이 6월23일 이정환 헤럴드미디어지부 위원장, 김진수 부위원장 등 2명을 면직시켰다. 사실상 해고한 것이다. 또한 이들 2명을 상대로 명예·신용훼손 및 사내기밀 유출과 관련한 민·형사상 소송도 제기하겠단다.

분명히 밝혀둔다. 이제 사태 해결의 길은 단 하나밖에 없다. 홍 사장의 퇴진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홍 사장이 징계를 자행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홍 사장의 족벌·파행 경영에 대해 끝까지 준엄한 책임을 물을 것"이며 “홍 사장은 결코 이 땅의 언론계와 재계에 발붙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 사장은 이 다짐이 결코 빈 말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검찰은 족벌·파행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홍 사장을 업무상 배임과 횡령혐의로 고발한 노조의 행위에 대해 “무고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홍 사장은 노조 간부 2명을 해고했다. 애초 노조 간부 9명을 징계하고자 했으나 "징계 범위를 최소화함으로써 상생과 화합의 기틀을 마련하고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 단 2명만 해고했다며 너스레를 떨고 있다.

소가 웃을 일이다. 어디에다 대고 상생과 화합을 운운하는가. 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해고하면서 상생과 화합 운운하는 정신 상태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묻고 싶다. 제 정신인가.

우리는 이번 징계가 홍 사장의 파행·족벌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해온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탄압으로 규정한다. 헤럴드미디어 경영진 스스로가 그런 속내를 고백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대내외적으로 확산될 경우 항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파업·쟁의 등의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정상 참작의 여지없이 엄중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란다. 노조의 발을 꽁꽁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홍 사장은 곧 알게 될 것이다. 이번 징계는 홍 사장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행위임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헤럴드미디어에서 노조는 파행·족벌 경영을 막고 헤럴드미디어가 홍 사장의 족벌왕국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유일한 견제장치다. 노조의 검찰 고발 이후 홍 사장이 백지어음과 약속어음을 회수한 것 자체가 바로 그 증거다.

훔친 물건을 다시 주인에게 돌려줬다고 해서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홍 사장은 향후 우리의 투쟁에서 그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홍 사장에게 약속한다. 이제까지 당신의 인생이 탄탄대로였다면, 앞으로는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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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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