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대표는 '비운의 역사현장 아! 경교장'이라는 책이 놓인 자리로 안두희의 흉탄이 뚫고 지나갔다고 설명했다.오마이뉴스 조호진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이자 최초 남북협상의 산실 그리고, 백범 김구 선생이 암살 당한 비운의 역사현장 '경교장(京橋莊)'은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강북삼성병원의 사유화로 인해 독립운동 후손조차 접근이 차단돼 왔다.
이 병원은 문화재로 지정된 경교장을 천덕꾸러기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 측은 백범의 집무실을 보존하기는커녕 바둑을 두거나 잠을 자는 등 야간 당직의사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광복절을 맞아 경교장을 방문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격분하게 했다.
지난 4일 중국 상하이(上海) 마당(馬當) 소재 '대한민국 임시정부(이하 임정)' 청사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임정이 일제의 추격을 피하며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광저우(廣州) 및 충칭(重慶) 등의 도시를 11박 12일 동안 순례하고 광복절에 맞춰 귀국한 '임정대장정순례단(단장 이윤구 대한적십자사총재)'은 해단식을 갖기 위해 경교장을 찾았다가 병원 측의 어이없는 처사에 분통을 터뜨렸다.
15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평동 강북삼성병원(구 고려병원) 본관 2층 백범 집무실을 찾은 임정대장정순례단원 48명이 문을 열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의사들의 휴게실이라며 거부했다. 이에 격분한 순례단원들은 1시간 동안 백범 집무실 앞 복도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임정대장정순례에 참가한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은 "친일세력들이 역사청산과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상징적인 현실"이라며 "백범 선생이 암살 당한 현장이자 돌아가시기 전까지 집무했던 역사의 현장으로, 선생의 혼이 서려 있는 이 문을 열어주지 않는 한 돌아갈 수 없다"며 병원 측의 태도를 성토했다.
재야 사학자인 이이화(전 역사문제연구소 소장)씨는 "임시정부 유적과 독립투쟁의 1만3천리를 순례하고 귀국해 백범 선생 집무실에서 해단식을 갖기 위해 왔다"며 "민족의 지도자였던 백범 선생과 독립운동의 한(恨)이 서린 경교장이 재벌병원의 소유물이 돼 독립정신을 훼손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통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둑두고 도시락 먹는 백범 집무실..."민족이 이 지경이라는 게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