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상용차 설비매각, 알고보니 '비리 투성'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업체 재선정 요구 등 논란 확산

등록 2004.10.08 12:42수정 2004.10.1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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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삼성상용차의 퇴출을 반대하면서 직원들이 대형트럭을 정문앞에 세워 둔 모습. ⓒ 오마이뉴스 이승욱

지난 2000년 말 사업 부진으로 인해 퇴출 처리됐던 삼성상용차가 지역 경제문제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됐다. 삼성상용차 논란 그후 4년여. 세인들의 기억 속에 잊혀졌던 옛 삼성상용차의 설비매각 처리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는 등 온갖 부정비리로 점철돼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17일 대구도시개발공사(대구도개공)는 성서 3차 산업단지 내 삼성상용차 부지 18만2000평과 설비를 경매를 통해 낙찰받았다. 당시 대구시와 대구도개공은 삼성상용차의 퇴출로 쓸모없게 된 현 부지와 설비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

의혹 꼬리 물던 삼성상용차 설비 매각 업체 선정, 알고보니...

949억원에 부지와 설비를 매각 받은 대구도개공은 사업제안서를 받아 우수 사업제안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매각 업체를 선정했다. 당시 베트남 국영기업인 빔(VEAM)사와 국내 업체인 (주) 한서정공·거우엔터프라이즈·KCA 등 총 4개 업체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대구도개공은 지난 3월 베트남 빔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빔사는 142억원에 설비일체를 낙찰 받았다. 하지만 당시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한 거우엔터프라이즈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문제 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의혹을 사왔다.

지난 7일 발표된 대구지방검찰청의 '삼성상용차 설비매각 관련 비리 중간수사' 결과는 삼성상용차의 처리 과정에서 업체-로비스트-대구도개공 직원 등의 커넥션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해주고 있다.

업체-로비스트-공무원 커넥션 상당 부분 드러나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우병우)는 이날 삼성상용차 설비 매각 과정에서 거액의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감사 심아무개(56)씨 등 '로비스트'들과 대구도개공 직원 등 6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빔사의 에이전트사 중 하나인 B사 대표인 심씨는 지난해 3월부터 빔사와 접촉, 대구시 공무원 등을 상대로 한 로비를 벌인 후 빔사가 최총 설비 낙찰을 받자 지난 7월 2억7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씨와 함께 구속기소된 P통상 대표인 한아무개(35)씨도 지난해 12월부터 "대구시와 도개공 직원들에게 기계설비를 매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면서 에이전트로 지정받아 로비를 벌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 역시 지난 6월 빔사와 대구도개공이 설비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빔사로부터 성공수수료 명목으로 6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대구도개공 직원인 전아무개(43)씨에게 빔사로 낙찰을 부탁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총 1600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설비매각 과정 뿐만 아니라 아니라 삼성상용차의 재고부품 매수 과정에서도 비리가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지역 부품업체인 H부품 대표 하아무개(44)씨는 삼성상용차 재고부품을 독점매수하면서 2002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재고부붐 판매수입금 3억75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무원에게 뇌물주고 재고부품 훔쳐가기도

또 하씨는 지난해 9월부터 빔사로 매각할 목적으로 보관 중인 금형 138세트(제조가 15억원 상당)를 파산 재단의 허락없이 임의로 반출해 보관(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삼성상용차 파산재단 직원 이아무개(42)씨도 재고트럭 판매업무를 담당하면서 내부방침상 법인에게만 판매할 수 있는 20톤 트럭을 트럭중개업자 박아무개(미입건)씨에게 판매해준 대가 등 총 18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삼성상용차 설비 매각 의혹을 제기하는 관련 업체의 진정서를 접수받아 수사를 벌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속된 로비스트들로부터 로비를 받은 대구시와 대구도개공 관계자 등이 추가로 있을 것으로 보고 계속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탈락 업체, 공개입찰 매각·업체 재선정 요구...논란 확산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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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상용차 부지 ⓒ 오마이뉴스 이승욱

한편 대구시와 대구도개공의 삼성상용차 설비 매각 과정에서 각종 부정비리가 드러남에 따라 매각 업체 재선정 요구 등이 빗발치고 논란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협상대상자로 신청했다가 탈락한 (주)거우엔터프라이즈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 거의 사실로 드러났다"면서 "하지만 공무원들의 로비 관련성 등은 부족한 부분이 많아 앞으로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매각 과정에서 많은 부정적인 거래가 있었던 것이 드러난 만큼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지역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대구시가 기존 매각 계약을 취소하고 투명한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 업체를 재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거우엔터프라이즈는 지난 3월 빔사가 우선매각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대구시와 대구도개공을 상대로 '우수 사업제안자 선정처분 효력 정지 및 계약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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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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