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있는 승부 "안철수 이야기"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드는 사람 이야기

등록 2004.11.22 20:35수정 2004.11.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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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쉬는 날 도심 구경을 나섰다. 한가롭게 시내 거리를 활보 해본 지가 꽤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중심지로 들어서려는 곳에 작은 헌책방이 있다. 가끔 시내에 나올 때 들르는 장소지만 다른 날보다는 왠지 여유있는 시간을 책구경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무심코 눈에 들어온 책 한 권. <영혼이 있는 승부>. 평소 약간 전투적인 책 제목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호기심에 바로 책꽂이에서 책을 빼들었다.

저자 안철수. 한국이 낳은 벤처업계의 선두주자며 의사. 작가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온 터라 빠르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면 시작이다" 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책 한 권이 평소 기업의 경영이념과 가치에 관심있던 나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벤처 사업가의 성공담에 익숙한 나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닌 저자의 말처럼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드는 사람들의 가슴속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이 책에서 중시하는 저자의 가치는 바로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기업 문화의 생성 시각이다. 다시 말하면 단순한 장사와 이윤추구가 아닌 기업의 오너와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핵심적인 기업가치를 어떻게 넓혀 나가느냐, 또 기업 설립 초기의 수평적인 인적구조를 거대한 이윤을 달성한 기업이 어떻게 유지해 나가느냐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일련의 과정을 저자는 소규모 회사 시절부터 큰 회사가 될 때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나가고 있다.

"영혼이 없는 기업은 그 회사 사람들에게 단지 개개인의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영혼이 있는 기업에서는 전 사원들이 스스로 주체의식을 가지고 기업의 영혼을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해서 공동의 발전을 이뤄나간다. 그런 가운데 기업은 영속하는 우량기업으로 자라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영혼이 있는 기업이란 이처럼 리더와 구성원들의 수평 관계에서 시작된다. 기업의 구성원들은 오너 한 사람의 관심과 추진력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함께 걸어가야 한다.

저자는 또 그러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윤추구란 목적에 앞서 기업, 오너 그리고 전 구성원이 명확한 자기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명확한 자기기준이란 기업이 우량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기업문화로, 모든 구성원의 존재 이유기도 하다.

단순히 돈 몇 푼을 가지려고 일을 할 것이냐(인생의 목표가 단순한 돈이라면 그러한 회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아니면 돈보다도 신념과 공익을 생각하는 이윤추구를 할 것이냐. 저자는 이 문제를 '긴호흡', 다시 말하면 느리지만 건강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문제로 내세우고 있다.

내 관심사에 관련한 책이지만 오랜만에 잠시도 쉬지 않고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책을 찾았다.

'느리지만 건강한 긴호흡'은 기업의 새로운 문화이면서 우리 생활의 자기기준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안철수 지음,
김영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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