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시] 새해 이런 운전자가 되게 하소서

등록 2005.01.01 08:55수정 2005.01.0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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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켤 때마다
네 바퀴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케 하시고
깜빡이와 정지등도 제 기능을 하는지 돌아보게 하소서.

아파트 정문에서 좌회전을 할 때
밀린 차량 속으로 끼어들지 않게 하시고
2차선 큰길에서 좌회전을 할 때
우회전 차선에 진입하여 좌회전 깜빡이를 넣고
다른 차량 우회전을 막는 파렴치한 운전자가 되지 않게 하소서.

직진이나 좌회전이나 우회전이나 어떤 신호를 대기할 때라도
내 앞차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빵빵대지 않게 하시고
행여 뒤에서 내게 빵빵대더라도 불쾌하지 않게 하소서.

이 세상 그 어떤 말다툼보다
운전 중에 벌어지는 말다툼이 가장 추한 일임을 명심하게 하소서.

줄을 서서 유턴할 때
급하다는 이유로 남들보다 먼저 유턴하지 않게 하소서.

무리한 앞지르기, 꼴불견 끼어들기로
내 얼굴 내 자동차 번호판에
들리지 않는 육두문자가 넘쳐나지 않게 하소서.

비가 올 때 윈도우 브러시,
눈이 올 때 든든한 체인을 예비케 하여 주소서.

하루에 한번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번쯤은 엔진 뚜껑을 열어 보게 하소서.
엔진, 미션, 브레이크 등 각종 오일을 점검케 하시고
상식으로 알 수 없는 엔진 이상은 없는지 확인케 하소서.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에 접어들었을 때
고속 주행의 여파로 속도 측정기에 찍히는 일이 없게 하시고
우리 운전자들이 속도를 어길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우리 경찰들이 잠복 측정을 하지 않게 하소서.

아름다운 자연과 가족들의 사랑이
속도 측정기 앞에서 주눅 들지 않게 하시고
안전 운전과 법규 준수로 멋진 여행이 되게 하소서.

아아, 무엇보다도 몰지각한 순간 실수로
다른 사람의 행복을 불행케 하고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
'음주 운전'을 하지 않게 하소서.

내 차는 곧 나의 얼굴이게 하시고
내 차의 움직임이 곧 나의 신언서판이게 하셔서
올 한 해 나의 운전으로 다른 사람 열 받는 일 없게 하소서.
그리하여 외국에서 10년 살다 온 친구가 더 이상
핸들 잡은 일이 겁난다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하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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