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125명 사적 정보 문건유출 파문

확인안된 소문까지 망라... 기획사·기자측 "조만간 공식입장 밝힐것"

등록 2005.01.19 16:22수정 2005.01.2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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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유출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연예인 파일중 하나.

국내 굴지의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이 CF계약 참조용으로 작성한 연예인 99명에 대한 파일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톱스타를 포함한 광고모델, 연기자 등 99명을 망라한 이 파일에는 해당 연예인의 매력과 재능, 향후 전망, 자기관리 능력 등 사적 정보는 물론 이성편력 등 사실확인조차 되지 않은 소문까지 담겨 사생활 침해논란을 낳을 전망이다.

자기관리와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망라

99명외에 26명 추가 정보 더 있다
신인급·유망 모델 평가 반응 첨부

연예인 사적 정보를 담은 문건 유출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제일기획의 애초 문건에는 99명 외에 26명의 신인급, 유망모델까지 포함돼 있다.

'DB구축을 위한 사외전문가 Depth Interview 결과 보고서' 제목의 이 문건 본문 101쪽에서 112쪽에는 '조사결과 정리(계속)' 항목 아래 신인급 모델 6명과 유망모델 20명이 추가됐다.

그러나 이들 26명의 파일은 99명에 비해 분량 자체가 적고 명예훼손성 대목도 미약한 편이다. 단 2명의 신인 모델은 99명과 같은 수준으로 이름, 사진외에 현재 위치, 비전, 매력·재능, 자기관리, 소문 등 항목에 자세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또 일부 모델의 경우 '사귀는 남자가 있는데 부잣집 아들이라 소속사에서 고민 중'이라든가 '현재 누구와 사귀는 중', '성 정체성 관련 소문이 다소 부담스러움'(호모 아니면 섹슈얼 컨셉이라는 소문이 파다함), '게이 소문 있음' 등의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 적혀 있다.
더욱이 18일 인터넷매체에 첫 보도가 나간 뒤 대형 포털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파일 원본이 순식간에 퍼져나가면서 실명이 기록된 해당 연예인과 연예기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인권침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연예인 X파일', ‘연예계 최대 미확인 소문 유출사건’등으로 독자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 보도에 속속 합류해 파문을 키우고 있다.

표지를 포함, 모두 113쪽의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진 '광고모델 DB구축을 위한 사외전문가 Depth Interview 결과 보고서'라는 제목의 이번 파일은 2004년 11월 작성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제일기획이 여론조사기관 동서리서치에 발주해 만든 것으로 나와 있다.

또 이 문서는 CF모델을 이름, 사진, 현재 위치, 비전, 매력·재능, 자기관리, 소문 등 총 7개 항목으로 분류, 항목마다 별점(1∼5개) 형태의 점수를 매기고 있다. 이중 명예훼손의 문제가 되는 항목은 자기관리와 소문 대목이다.

여기에는 ‘성격이 못됐다’, '불여우', ‘누구와 열애중 또는 내연의 관계’, '스폰서가 최근 바뀌었다', '여러 연예인과 연애했다', ‘재벌회장과 열애’등을 비롯 '성적 취향이 일반인과 다르다', '그룹섹스 소문’, ‘레즈비언’,‘게이 소문 많음’, ‘호스트바를 자주 찾는다’ ‘변태’ 등 지극히 사적이면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 등을 적시해 물의를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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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문건의 표지

기자·연예정보프로 리포터 등 10명 인터뷰 응답자로 등장

한편 이 문건에는 통신사와 5개 스포츠신문, 무료스포츠신문사의 연예담당 기자 및 지상파TV 연예프로그램 리포터 등 연예뉴스 전문가로 통하는 10명이 일종의 '심층 인터뷰' 응답자로 기록돼 언론계까지 파장이 일고 있다.

10명의 기자들은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 연구소에서 섭외한 것으로 나와 있으며 소속 언론사와 이름, 인터뷰 일시까지 담고 있다. 이들은 제일기획측에서 연락이 와서 만났으며 약속 장소에 나가보니 동서리서치 관계자들이 배석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기자들은 인터뷰료로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2장을 받았다.

제일기획측과 동서리서치 관계자들은 "이런 소문을 들은 적 있느냐, 그런 게 사실이냐" 등을 질문했고, 몇몇 기자들은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기획 인터뷰에 응했던 한 기자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제일기획측에서 물어본 내용은 거의 소문이나 '찌라시'에 떠도는 수준이었고, 연예 담당을 해본 기자라면 누구나 들어본 얘기였다"며 "그러나 사실로 확인된 게 아니기 때문에 '들어봤으나 사실여부는 모른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자는 "인터뷰에 응했다기보다 광고기획사 취재원 확보차원에서 나간 자리였고, 그와 관련한 질문에 정식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면서 "그 뒤 사담 차원에서 나눈 얘기가 소견인 양 들어가 있어 마치 기자들이 조언을 한 것으로 오해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문건은 이들 기자·리포트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관련, “광고모델에 관한 자료수집을 통해 모델로서 가치를 파악하고, 모델계약 이후 개인 사정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미연에 관리하여 광고주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기자들은 제일기획이 애초 제안한 인터뷰 취지와 달리 자료가 변질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기자들은 19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너무 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자 일단 취소했다. 기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인터뷰에 응하게 된 상황과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담은 입장문을 오후내로 발표할 예정이다.

또 이번 문건에 언급된 해당 연예인과 소속사 대표 등은 어제부터 잇따라 연락을 취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일부 기획사와 연예인들은 제일기획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어서 연예계 사상 가장 큰 규모의 소송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문건을 작성한 제일기획측은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사의 공식 입장을 정리 중"이라며 "오늘 중으로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론조사를 맡았던 동서리서치측도 "담당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가르쳐줄 수 없다, 지금으로서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면서 취재를 사실상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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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 기자들의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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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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