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저 보일듯 말듯한 골목 안에서 ..

[한 장의 여행사진 1] 체코 프라하에서

등록 2005.03.24 12:28수정 2005.03.24 15:45
0
원고료로 응원
a

ⓒ 권기봉


칙칙하게만 느껴졌던 내 어린 시절의 골목. 높은 담에 둘러싸여 소통의 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음습한 단절의 통로같기만 했던 골목. 좁은 골목길은 내 부모들이 살아냈던 시련의 세월만큼이나 길고 깊었다.

길을 잃어 우연히 들어간 프라하의 한 골목. 여느 골목과는 느낌이 판이하다. 이미 이곳을 지나쳤을 이들의 정겨운 이야기들이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주름깊은 늙은이의 조용한 발자욱 소리와 사랑스런 연인들의 속삭임, 시끌벅적 떠들어대는 동네 꼬마들과 수줍은 듯 지나치는 여인들.

이번에도 골목 안에는 나 뿐이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저 보일듯 말듯한 골목 안에서 친구 하나가 달려나올 것만 같다. 무언가 예쁜 이야기를 갖고.

덧붙이는 글 | 권기봉 기자의 홈페이지는 www.finlandian 입니다.

덧붙이는 글 권기봉 기자의 홈페이지는 www.finlandian 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5. 5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