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츨라프광장, 군중은 사라지고...

[한장의 여행사진 3] 체코 프라하에서

등록 2005.03.26 00:31수정 2005.03.26 10:25
0
원고료로 응원
a

ⓒ 권기봉

2005년 겨울의 프라하. 대륙의 한복판에 위치한 탓인지 날이 더 차게 느껴진다. 카페 창밖으로 보이는 바츨라프광장엔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휴일이라 놀러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그 사이사이에 지도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여행객일 게다. 체코 국립박물관에서 시작되는 바츨라프광장은 프라하 제1의 번화가로, 각종 유명 상점과 여행자를 위한 시설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화려해 보이는 이 광장도 변혁의 물결이 유럽을 휩쓴 68년을 그냥 흘려 내지 않았다.

60년대 후반, 체코(당시는 체코슬로바키아) 민중은 스탈린주의에 물든 노보트니 정권을 몰아내기 위한 민주자유화운동을 펴나갔다. 그러나 여느 권위주의 정권들이 그랬던 것처럼 노보트니 정권은 민중의 요구에 귀기울이기는커녕 소련만을 추종하다 결국, 두브체크에게 정권을 넘겨 고 만다.

민중은 말 그대로 따뜻한 봄날을 맞았고 두손 들어 기뻐했다. 그러나 자칫 자신들의 세력을 잃을 것을 염려한 소련군과 바르샤바조약기구 소속군 20여만명이 프라하로 진군, 자유주의 세력을 타도하게 된다. 그 자유와 피의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 바로 이 곳 바츨라프광장이다.

소련 붕괴 이후 자유주의시장경제체제로 편입된 체코. 지금 체코의 텔레비전을 켜면 상업방송들의 경쟁이 날로 격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성인물의 공중파 방송이야 유럽에선 상식처럼 통하는 일이기는 하나, 이곳에서처럼 기상 스터까지 방송 중에 옷을 벗는 나라가 있을까.

기나긴 권위주의 정권과 잠깐의 '프라하의 봄',다시 찾아온 암흑기와 소련 붕괴로 인한 권위주의 정권의 퇴조. 이후 찾아든 물신주의. 그런데 이것이 비단 체코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덧붙이는 글 | www.finlandian.com

덧붙이는 글 www.finlandian.com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종영 '수사반장 1958'... 청년층이 호평한 이유
  2. 2 '초보 노인'이 실버아파트에서 경험한 신세계
  3. 3 '동원된' 아이들 데리고 5.18기념식 참가... 인솔 교사의 분노
  4. 4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5. 5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