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사태는 '사학비리 종합선물세트'

[기고-황상익 서울대 교수] 대학 책임자 처벌은 솜방망이

등록 2005.03.28 09:08수정 2005.03.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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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 2월 재단이사장 비리 의혹이 제기된 세종대학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그간 제기됐던 의혹들을 대부분 사실로 밝혀내고도 세종대 책임자들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황상익 서울대 교수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와 소개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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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세종대 민주이사 파견촉구 기자회견'. ⓒ 임순혜

교육부는 법인 이사장의 비리와 관련하여 2004년 10월 18일부터 11월 3일까지 세종대학교(학교법인 대양학원)에 대하여 종합감사를 실시하고 지난 2월 11일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감사가 끝난 지 석달이 넘도록 감사결과가 발표되지 않자 ‘세종대학교재단 퇴진과 김동우 교수 복직 투쟁위원회’ 등 법인과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해온 교육·시민단체들은 교육부가 국민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설 연휴 전날쯤 결과를 발표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교육부는 그러한 우려를 감안했는지 설 연휴와 주말 사이인 11일(금요일)에 발표함으로써 교육·시민단체들이나 3년 전 ‘5등신 조각상’으로 세종대학교에서 재임용 탈락된 김동우 교수보다 단수가 높음을 보여 주었다.

교육부가 밝혀낸 대양학원의 '부정 백태'

발표 시기는 그렇다 치고, 감사결과의 내용은 어떠한지 교육부의 보도자료를 통해 살펴보자.

1. 학교법인 대양학원에서는 세종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세종투자개발(주)에 100% 출자한 형태로 수익사업을 함에 있어, 세종투자개발(주)의 배당가능 이익금이 매년 발생하고 있는데도 학교법인으로의 배당실적은 전혀 없는 등 법인의 수익금 증대를 위한 직무를 태만히 한 반면, 법인 이사장·설립자 등은 세종투자개발(주) 및 출자회사의 회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37억9800만원의 보수를 지급받았다. 배당가능 이익잉여금은 1998년 8억여원, 2003년 35억여원 등 지난 6년 동안 108억2500만원에 이른다.

2. 이사장은 정관에서 정한 상근하는 임원이 아님에도 그에게 3년 동안 6억9300만원의 보수를 지급하였다. 또한 대학 직원으로 하여금 법인 업무를 전담케 하고 교비에서 인건비(4명에게 1억6760만원)를 지급하였다.

3.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인 토지를 처분하면서 처분 허가조건을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법인과 대학에 50억7300만원의 손실을 끼쳤다.

4. 교육용재산(토지 및 건물)을 매입함에 있어서도 토지의 교육환경적합 여부, 활용계획 등을 사전 검토 없이 매입함으로써 대부분의 토지를 교육용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으며, 예산 확보 없이 제3자에게 매입하도록 요청하여 자금 차용에 따른 이자 지출로 6900만원의 재정상 손실을 초래하였다.

운영방법에 따라 수익은 증가되지 않고 있는 반면, 근무한 사실도 없는 설립자에게 1년여 사이에 4500만원의 보수를 지급하였다. 특히 대학출판부 사옥 건축을 위하여 분양받은 파주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내 부지는 산업시설내 공장시설 부지로서 교육용시설은 입주가 불가한데도, 대학출판부 파주사옥 부지매입 및 건축비로 교비에서 54억8600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하였다.

근무한 사실도 없는 설립자에 1년여간 4500만원 보수 지급

5. 업무추진비, 연구비, 회의비, 장학금 등 각종 경비의 회계처리도 투명하지 못하거나 목적외로 집행하였고, 선 집행후 사후 품의하거나(3억여원) 구체적인 사용내역 없이 업무추진비로 품의하여 현금으로 집행하였다(2억여원). 또 장학금을 조교 인건비, 입시수당, 세종 청소년 만화대전 진행비 등으로 사용하면서(55억여원) 대학 평가를 위하여 조교 인건비를 장학금에 포함시켜 실제 장학금 비율이 10% 미만임에도 10% 이상 지급한 것으로 보고하였고, 교내 연구비와 회의비를 직원 수당 및 격려금, 연구자 인센티브 등으로 집행하였다(15억여원).

6. 대학 평가를 높게 받기 위하여 대학시설 사용료, 임대료, 기부금 등을 법인회계로 수입조치 한 후 학교회계로 전출하거나(41억6400만원) 교육목적으로 활용이 불가능한 시설 및 기자재를 대학에 전출(8억8300만원) 처리하는 등 편법으로 법인 전출 실적을 확대하였다.

7. 일반경쟁입찰 대상 공사 대부분을 부당하게 수의계약으로 체결하고, 특히 종합강의동 외 4개동 신·증축공사(계약금액 443억원)에 있어서는 설계용역도 변칙 현상설계 방법에 의하여 부당하게 수의계약으로 체결하고, 공사계약에 있어서도 학교공사가 아닌 세종호텔 공사와 함께 입찰함으로써 낙찰자가 없어 유찰시킨 후 임의로 5개 업체를 선정하여 그 중 최저가격 제출자는 제외시키고 특정업체와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하였다.

8. 법인 직원을 사기업체에 종사(세종투자개발(주)) 이사 등 8개 사기업체 대표이사, 이사, 감사 등 임원)하도록 하는 등 영리업무 금지규정을 위반하였다.

9. 전공심사시 심사기준 미전달로 연구실적물이 없어 탈락되어야 할 지원자를 합격시키고, 자원·교통경제 분야로 채용공고하고서는 국제경제 전공자를 선발·임용하는 등 교원 신규채용에서도 부당한 조치를 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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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세종건설을위한공동투쟁위원회'는 지난 1월 3일 교육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대 재단의 비리를 비난했다. ⓒ 임순혜

교육부가 발표한 감사결과만 보더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학교법인 대양학원이 '사학비리 종합선물세트'라는 점을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부가 종합감사로 적발했다는 탈법, 비리행위가 모두 그 동안 ‘세종대학교재단 퇴진과 김동우 교수 복직 투쟁위원회’ 등 교육·시민단체들이 지적해온 것들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교육부의 감사 전문가들이 보름이 넘도록 철저하게 감사한 결과가 ‘아마추어’들의 문제 제기에 그쳤다는 점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감사결과 자체에 나타나는 모순점도 한두 가지가 아닌데, 교육부는 감사에서 지적한 불법사실에 대해서는 검찰에 즉각 고발 조치로 해야 한다.

교육부의 부실 처방과 솜방망이 조치

교육부의 진단도 대단히 미흡하지만 처방은 더욱 가관이다. 즉 교육부는 학교법인 대양학원에 대해 113억원 환수 조처를 내리고 계고 기간(15-60일 사이) 안에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사장 등 이사들의 취임 승인을 취소하기로 했으며, 아울러 법인 사무총장과 대학 재무처장 등 2명을 해임하고, 대학 사무부처장 등 5명은 중징계, 대학 총장 등 10명에 대해선 경징계를 요구하는 솜방망이 조치를 취한 것이다. 또한 교육부는 명백한 불법 사항은 적발하지 못해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계고 기간'이란 무슨 말인가? 교비를 횡령했든지 유용했든지, 또 다른 방법으로 학교에 피해를 끼쳤더라도 그 액수를 일정한 기간 안에 변상하기만 하면 죄를 묻지 않는다는 뜻이다. 113억원이라는 액수도 황당하게 축소된 것이지만, 그 돈을 60일 안에 갚기만 하면 ‘상황 종료’라는 것이다. 비유컨대, 도둑질을 했더라도 훔친 것을 다시 가져다 놓으면 절도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교육부의 주장대로 현행 ‘사립학교법’이 그렇다. 이 한 가지 점만으로도 사립학교법은 당장 개정되어야 한다. '계고 기간'이라는 기네스북에나 오를 조항, 법치주의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조항의 삭제는 물론이고, 학교 구성원들에게 학교 운영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여야만 '사학비리 종합선물세트'를 없앨 수 있다.

입학비리와 교수채용비리, 어느쪽이 더 큰 범죄일까

‘사립학교법’이라는 악법 때문에 처벌도 못하고, 이사(장)과 총장의 해임도 불가하다고? 위에 적시한 불법 비리 행위 모두 중벌감이지만, 마지막 사항인 부당한 교수임용 한가지만도 법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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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익 교수

얼마 전 서강대학교에서 있었던 입시부정 사건으로 관련 교수 2명이 구속되고 총장은 사퇴하였다. 입학 비리와 교수채용 비리 중에 어느 것이 더 큰 범죄일까? 학생들의 등록금을 횡령, 유용하고 대학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힌 것이 형법에 비추어서도 무죄인가?

단돈 만원을 훔쳐 절도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수인에게 교육부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 수인은 상습범이라고? 대양학원 이사장의 범죄, 비리 내력을 구구이 말할 필요는 없을 터이다. 그러므로 교육부는 불법, 비리 사학 세종대학교에 임시이사를 즉각 파견하고 주명건 이사장과 김철수 총장을 해임시켜 세종대학교를 하루 빨리 정상화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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