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한국인 다리는?" "백만불짜리!"

[이주의 오마이북]7월 넷째 주, 이 책을 주목하자!... 스포츠는 우리 민족의 힘

등록 2005.07.19 09:11수정 2005.07.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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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끝나지 않는 신드롬> - 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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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신드롬> ⓒ 푸른역사

지난 IMF 시절, 경제 위기에 신음하고 있던 우리 국민들에게 큰 웃음과 희망을 선사하며 전 국민이 단결된 한마음으로 열띤 응원을 펼칠 수 있게 해주었던 자랑스런 대 한국인 박세리와 박찬호의 모습을 기억하는가? 그 이후 최근 몇 년간 부진했던 박찬호의 재기가 새삼스러움과 동시에 슬럼프에 빠진 박세리의 분전 또한 빌어 마지않고 있다.

그리고 2002년 4강 신화를 보여줬던 한국 축구 대표팀의 놀라운 활약상과 함께 전세계를 경악시킨 붉은 악마의 물결은 또 어떠한가? 냄비근성에 불과하다는 일부의 비아냥을 뒤로 하지 않아도 우리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을 알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해 '나' 가 아닌 '우리'라는 존재의 확장과 더불어 우리 대 한국인이 단결된 '민족'으로 거듭나게 될 수 있었다는 것을…. 물론 지난 80년대 이를 '3S정책'의 일환으로 악용했던 한 인물이 기억나는 것은 잠시 잊도록 하자.

전작 <근대의 책 읽기>를 통해 책 읽기의 근대사를 밝힘으로 해서 문학연구의 지평을 넓혔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저자 천정환이 바로 이러한 스포츠 민족주의를 통해 조선의 근대성 형성과 식민지 시대의 민족주의를 형성할 수 있게 만든 대중적인 신드롬에 주목한다.

그 중심에는 단연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보여준 손기정 선수의 우승이 있다.

식민지 시대라는 꼬리표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무능한 왕 순종의 인산, 그러나 그것은 비록 실패하였지만 6·10 만세운동과 같은, 조선왕조 500년간 쌓아왔던 우리 민족의 '망국'의 한을 표출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고, 이렇게 쌓아온 식민지 민족의 열등감은 손기정 선수의 우승으로 말미암아 우월감으로 환치, 우리 민족 모두가 단번에 자랑스런 '민족'으로 새삼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발생한 일장기 말소사건은 바로 스포츠 민족주의를 통해 완성될 수 있었던 식민지 체제하의 조선인들이 보여준, '민족'으로 거듭나는 과정과 극일 민족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한 예가 아니었을까?

식민지 조선 시대사라는 다소 암울하고 딱딱한 주제를 스포츠라는 대중적인 소재를 이용, 풀어 나감으로써 교양과 재미를 적절히 버무린 기내식 비빔밥과 같은 이 작품은 짜증나는 삼복더위에도 누구에게나 쉽게 읽힐 수 있는, 탁월한 역사교양서가 아닌가 싶다.

사족으로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으나 반세기를 돌이켜 보건데 우리 민족은 정말 힘든 시기에도 오뚝이 같은 근성으로 다시 일어나는 '大 한국인' 이 아닌가 싶다. 올 초에 감명 깊게 봤던 <말아톤>이란 영화의 한 대사를 슬쩍 인용해 본다.

"大 한국인 다리는?" "백 만불짜리 다리" (푸른역사 / 1만5천원)

[역사] <오랑캐의 탄생> - 니콜라 디코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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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의 역사> ⓒ 황금가지

오늘날 중국의 역사학자들은 "중국사의 범위는 현재 중국 영토를 범주로 한다"는 원칙에 따라 중국 고대사를 서술하고 있다. 이에 기인한 것이 현재 중한관계에 있어서 태풍의 눈이라 할 수 있는 고구려사의 중국사 편입문제이기도 하다.

이 원칙은 변방 땅까지 중국사의 영역에 포함하여 통일된 중국 세계관을 구축하려는 <사기(史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 집필의도에 저해가 되는 변방의 흉노족을 오랑캐라는 야만민족으로 치부, 중국적 세계질서에 종속된 존재로 탈바꿈해 버렸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2000여년간 전해 내려온 이러한 '중화와 오랑캐'라는 화이사관(華夷史觀)에 이의를 제기하며 <사기>에 기록된 변방 민족의 실제모습을 추적, 유목민들의 '참'역사를 찾아내고 있다.

따라서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참신한 시각에서 바라본 중국사, 나아가서는 아시아 고대사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과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이다. (황금가지 / 2만원)

[사회] <요부, 그 이미지의 역사> - 제인 빌링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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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부, 그 이미지의 역사> ⓒ 이마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의 어두운 이면에는 소위 요부라 불리 우는 여성들이 항상 등장한다.

장녹수, 정난정에서부터 데릴라, 클레오파트라에 이르기까지 그녀들은 한 나라, 나아가서는 그 나라의 역사를 책임질 남성들의 이성을 마비시켜 모든 무능과 부패, 폭정과 멸망의 빌미를 제공한 위험천만의 존재로 비쳐지고 있다.

과연 그러한 것일까? 이 책은 신화와 역사, 그리고 영화라는 대중문화 속에 비쳐진 그녀들의 모습을 아우름과 동시에 그 이면에 숨어있는 시대적, 정치 사회적 배경과 맥락 속에 감추어진 요부라는 이데올로기를 파헤침으로 해서 이는 곧 남성들이 자신들의 우월한 지위와 그 위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함을 밝혀주고 있다.

또한 그러한 요부의 이미지를 여성 자신들은 어떻게 이용해 왔는지를 함께 살펴보면서 요부라는 존재를 통해 우리 인간들의 욕망의 변천사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보여주고 있다.(이마고 / 1만7천원)

[경제] <쾌도난마 한국경제> - 장하준, 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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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 한국경제> ⓒ 부키

<사다리 걷어차기> <개혁의 덫>의 저자이자,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 교수가 이번에는 국민대 정승일 교수와 만나 한국 사회와 경제의 현안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 이것을 월간 <말>지의 이종태 편집장이 좌담식으로 엮었다.

장하준 교수는 박정희 체제나 재벌체제를 긍정하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가 하면 정부 개입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도 동시에 노조 편에 서서 입장을 이야기 하는 등 '도대체 정체가 뭐냐?'는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묻는 이들 독자들에게 장하준 교수가 직접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두 교수가 직시하고 있는 현실 진단을 통해 좌담은 이른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경제 개혁의 결과를 가차없이 비판하면서 비자유주의적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한국 경제의 부활이 가능하다고 피력하고 있다. (부키 / 9800원)

[소설] <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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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 푸른숲

한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당대 최고의 영웅 이순신의 고뇌하는 인간적 모습을 통해 삶의 모습을 얘기한 <칼의 노래>, 무너져 내리는 가야국의 현실 속에서 무기의 길과 다름아닌 악기의 길을 걷는 예인 우륵의 삶을 담은 <현의 노래>와 같은 작품을 통해 그만의 궁극적인 미학을 보여줬던 작가 김훈이 이번엔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는 개 한 마리를 통해 다시금 우리의 삶을 토해낸다.

"나는 개발바닥의 굳은살을 들여다보면서 어쩌면 개 짖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세상의 개들을 대신해서 짖기로 했다. 짖고 또 짖어서, 세상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눈부시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칼과 악기에서 이젠 개발바닥의 굳은살을 통해 척박한 세상이지만 주어졌기에 순응하고 감내하며 살아가는, 그러나 그 속에 숨어있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푸른숲 / 9800원)

[소설] <오 자히르> - 파울로 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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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자히르> ⓒ 문학동네

<연금술사> <11분>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으로 올 4월 출간과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만큼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 1위가 확실시되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지난 주에도 소개했던 작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자히르>에서 영감을 받아 구상했다고 한다. '자히르'가 어떤 대상에 대한 집념, 집착, 탐닉 등 미치도록 빠져드는 상태나 열정을 뜻하는 아랍어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삶과 사랑에 대한 코엘료의 성찰이 얼마나 풍부하고 다채로운 깊이와 넓이를 통해 보여질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주인공이 말없이 사라져버린 아내 에스테르를 찾아 떠나는 구도의 여정과 그녀에 대한 집착과 혼돈을 통해 가장 강력한 자히르의 상태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문학동네/ 9800원)

[청소년] <노빈손의 시끌벅적 일본 원정기> - 한희원, 이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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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빈손의 시끌벅적 일본 원정기> ⓒ 뜨인돌

세계 각국의 유명한 역사 현장을 방문하여 그곳에 살아 숨쉬는 생생한 역사 체험기를 담아내는 노빈손의 세계역사 탐험 시리즈 제4탄 일본편이 1여년만의 우리 곁에 다가왔다.

EBS 방송작가로도 활동 중인, 여전히 재치 넘치며 통통 튀는 입담을 자랑하는 한희원님의 독특한 필체와 함께 이번 작품에도 역시 '도날드 덕'으로 친숙한 만화가 이우일씨의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그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일본의 기후와 자연 환경, 가부키 무대의 비밀, 스모와 씨름의 비교, 일본의 음식과 중세 일본의 생활 모습 등을 OX 퀴즈와 인터뷰, 토론 등의 형식으로 화보와 함께 재미있게 소개함 과 동시에 독도소유권 분쟁,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정신대 문제 등 한일 간에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 또한 다루고 있어 이를 읽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우리 역사의 정체성과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 주고 있다. (뜨인돌 / 8500원)

끝나지 않는 신드롬 - 친일과 반일을 넘어선 식민지 시대 다시 읽기

천정환 지음,
푸른역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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