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사료과 직원이 외교문서가 기록된 마이크로 필름을 살펴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비판론 "일본 태도 바꾸지 못했기 때문에 굴욕"
외교부가 학자들과 함께 연구한 '한일협정·한일회담 외교문서' 내용이 알려진 것과 달리 굴욕적이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진보적 역사학자들은 미세한 형식논리에 빠져 기본적인 국제관계조차 이해하지 못한 '몰역사적 견해'라고 쐐기를 박았다.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는 "문자 그대로 협상의 미세한 국면만 놓고 보면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며 "공무원들이 외교적 협상 틀에서 국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지난 40년간 시민사회에서 한일협정·한일회담을 '굴욕회담'이라고 주장한 이유는 우리정부가 일본의 요구대로 무조건 응했기 때문에 굴욕적이라고 했던 게 아니라, 식민지배 36년에 대해 아직도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를 바꿔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안 교수는 "한일협정·한일회담은 36년 식민통치에 대한 일본의 사과 이후 바람직한 국교 정상화를 이루자는 차원에서 한 것인데, 결국엔 식민지배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침략주의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일본이 깔아놓은 판에 말려든 꼴이 돼서 비판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청구권 문제에 대해 샌프란시스코 대일 강화조약을 법적 근거로 재산처분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며 "당시 우리 정부가 제대로 회담에 임하려면 이 조약의 상황논리를 뛰어넘는 단호한 논리를 개발해서 대응했어야 하는데 못했던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안 교수는 "우리가 40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입각해 역사해석을 해야 하는가"라며 "박정희 군사정부가 배상금에 연연하지 않았다면 더 큰 협상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는 결국 한일협정은 잘못된 근거와 논리에 따라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우리는 아직까지도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온당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게 됐다고 개탄했다.
안 교수는 "이번 외교부의 한일협정·한일회담 외교문서 해석은 대단히 기능주의적 입장에 입각한 분석"이라며 "당시 한국정부의 외교수준은 일본의 초등학생 수준도 안됐기 때문에 결국 이같은 협상을 맺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의 이번 해석으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배를 합법지배로 인정하는 꼴이 됐고,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는 종군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피해자 등에 대한 개인배상과 인권문제는 도외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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