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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상 철거' 논란에 휩싸인 미국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한국전쟁 초기 유엔군 사령관이었던 미국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약탈 및 양민학살의 책임자로 규정한 노래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민중가수 박성환밴드가 지난 7일 발표한 <맥아더>라는 제목의 노래는 "노근리의 양민들을 쏴 죽이라 명령했던 그 자 맥아더" "신천의 양민들을 기름으로 태워 죽인 그 자 맥아더"라는 구절이 담겨있다.
총 3절과 후렴부로 구성된 노래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끝 부분의 나레이션이다.
"서울을 탈취하라. 그 곳에는 아가씨도 부인도 있다. 3일 동안 서울은 제군의 것으로 될 것이다. - 1950년 9월 유엔군사령관 맥아더"
박성환밴드는 10일 인천 자유공원에서 열린 '미군강점 청산 국민대회'에서 이 노래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맥아더 동상의 이전 내지 철거에 공감하는 진보성향의 역사학자들조차 맥아더 발언의 출처에 대해서는 "어디에서 그런 말이 나왔냐"고 되묻는 분위기다.
'출처'로 지목된 한홍구 교수 "그런 내용 쓴 적 없다"
밴드의 리더 박성환씨는 15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산하 한국민권연구소의 장창준 연구위원이 6월 25일 <자주민보> 홈페이지에 올린 기고문을 맥아더 발언의 출처라고 밝혔다.
장 연구위원은 "2002년 민권연구소에서 발간한 <정세동향>에 글을 쓸 때 인터넷을 검색해서 나온 얘기를 쓴 적이 있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글에서 인용한 내용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한 교수는 "2002년 5월2일자 <한겨레21>에 맥아더에 대한 글을 쓴 적은 있지만, 그런 내용을 쓰지는 않았다,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부인했다. 한 교수는 "맥아더는 동상을 만들어 기릴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일선 지휘관들이 그와 같은 지시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맥아더가 직접 그런 말을 했는 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80∼90년대 대학가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의 저자 박세길씨도 "관련 자료가 있으니 그런 얘기가 나왔으리라는 짐작은 있지만 발언 출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현대사에 정통한 익명의 대학교수는 "맥아더가 양민학살을 지시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지금처럼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주장들을 밀고 나가다가는 정말 큰일나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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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노조신문 홈페이지에 게시된 2000년 8월 '맥아더 발언' 기사. ⓒ 현자노조신문
진보성향 학자도 우려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주장 밀고나가면 큰일"
한편, <오마이뉴스>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2000년 8월 9일 '미군양민 학살 사진전'을 열었고, 이튿날 배포된 노보에도 문제의 발언이 소개된 사실을 확인했다.
노보 관계자는 "오래된 일이라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2000년 여름이면 노근리 양민학살이 쟁점이 돼 이러저러한 주장이 검증되지 않고 유포됐던 시기"라며 "지금에 와서 전임 집행부에서 있었던 일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노래 가사에서 맥아더 장군을 황해도 신천의 양민들을 '기름으로 태워 죽인' 책임자로 묘사한 대목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북한은 신천 학살을 해리슨이라는 이름의 중대장이 저지른 만행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황석영씨가 소설 <손님>에서 마르크스주의와 기독교라는 '외래의 손님들'을 끌어들인 동족간의 참극으로 묘사하는 등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박성환밴드'의 노래 가사가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 연구위원은 한홍구 교수가 부인했다고 하자 "출처가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부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기술했다고 해도 할말이 없겠다"고 말끝을 흐렸고, 박성환씨도 "우리가 학자는 아니기 때문에... (발언을 입증할 수 있는) 사료를 좀 더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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