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뮤지컬 만든 '학교 밖 아이들'

TBC 라디오 31일 방송...포항 청소년 자유학교 학생들 경험 담아

등록 2005.12.30 21:12수정 2005.12.3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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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스튜디오에서 프롤로그 코러스를 녹음하는 모습 ⓒ TBC 제공


"무대에서 트럼펫을 불 거예요(중략)
안돼, 안돼 절대 안돼, 니가 트럼펫을 알면 얼마나 알아,
그 정도 실력으로 어떻게 연주자가 돼?
언젠가 헤어디자이너 될 거예요,(중략)
안돼, 안돼 넌 안돼, 넌 졸업장도 없고, 경험도 없지
세상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꿈은 꿈일 뿐, 현실을 봐!
가수가 되면 사람들이 주목하죠(중략)
안돼, 안돼 넌 안돼, 겁쟁이 넌 왕따, 사람들을 피하면서 어떻게 가술해?(하략)"
- 김영 작사, 포항청소년 자유학교 교사, 학생 노래 <현실의 벽> 중에서


학교의 울타리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아웃사이더' '별난 학생' '왕따' '범죄자' '사회 부적응자' 등의 싸늘한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고 있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에 실었다.

정규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다양한 이유로 퇴학한 청소년들이 모여서 꿈을 펼치고 있는 포항의 청소년 자유학교(교장 김윤규 한동대 교수). 이 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라디오 뮤지컬'을 통해 힘들었던 자신의 삶, 사회적 편견, 현실의 벽 등을 노래하고, 청소년 자유학교를 통해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한 내용이 2005년 마지막 날 라디오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학교 밖 아이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엮어

대구지역 민방 TBC는 창사 10주년 특별기획 <라디오 뮤지컬 자유학교>(PD 박원달, 작가 박정하·이하 자유학교)를 12월 31일 오전 11시부터 11시 50분까지 라디오(TBC FM 99.3Mhz)로 방송한다.

<자유학교>는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학교 밖 아이들'로 살 수밖에 없었던 명희, 수영, 진수, 동진(가명) 등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야기하고, 노래를 주고받으면서 꿈과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작품을 기획한 박원달 PD는 "지난 1년 동안 포항의 청소년 자유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이 시나리오 작성 과정에서부터 연습, 녹음에 이르기까지 직접 참여했으며, 뮤지컬 연습은 청소년 자유학교 특별활동시간에 이뤄졌다"며 "이 뮤지컬은 실제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감동적"이라고 밝혔다.

<자유학교>는 ▲프롤로그 ▲편견 가득한 세상(너희들은 패배자)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을까? ▲꿈을 찾아서 ▲명희의 아픔 ▲PC방의 유혹 ▲수영과 엄마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현실의 벽 ▲우린 어디로 가야 하나 ▲자유학교 ▲아이들의 봄 ▲꿈은 이루어진다 ▲에필로그 등 총 14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뮤지컬을 제작한 이유에 대해 청소년 자유학교 김윤규(한동대 교수) 교장은 "대안학교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언론사 관계자들이 취재를 의뢰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자신이 기획한 대로 연출을 요구한다. 그런 요구가 있을 경우, 우리는 취재를 정중하게 거절했다"며 "이번에는 연출이나 가공, 거품 없이, 청소년 자유학교의 모습,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야 한다는 제안에 TBC 제작진은 수락했다"고 밝혔다.

'몰입의 즐거움' - 그들이 세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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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 왼쪽부터 김영(음악감독), 정은혜 (사운드 디자이너), 박원달 PD ⓒ TBC 제공

1년 제작기간 동안 즐거운 일도 많았다고 김 교장은 전한다.

'명희의 아픔'을 노래한 실제 주인공 명희(가명)양은 병으로 수술을 해야 했고, 그 때문에 휴학, 몇 년 후 복학했지만 나이 차이로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미용사가 꿈이었던 명희양은 청소년 자유학교가 소개해 준 미용실에서 기술을 배웠고 최근에는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한편 'PC방의 유혹'을 노래한 진수(가명)군은 이 뮤지컬을 제작하는 도중 '온라인 포트리스'경기에 참가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늘 '왕따'였고, 적응하지 못했던 그가 게임을 통해 숨겨진 자신의 능력을 찾게 된 것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좋은 소식이 들릴 때마다 덩달아 기뻤다는 박원달 PD는 학교의 틀 밖에서 자신의 끼와 능력을 찾게 되는 학생들의 현상을 '몰입의 즐거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적으로 빠지게 되면, 그 일에 미치게 되고, 그 속에서 숨어있는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라디오 뮤지컬 자유학교>는 포항청소년 자유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이 직접 노래와 내레이션을 담당했고, 학생들의 메모와 일기 등을 참조한 노랫말 작곡은 김영씨가, 학생들의 노래지도는 사운드 디자이너 정은혜씨가 담당했다.

포항 청소년 자유학교는...

포항청소년 자유학교(교장 김윤규 한동대 교수)는 2001년 3월 구 포항문화원에서 처음 문을 열였고, 현재는 포항시 북구 대흥동에 있다.

실험형 대안교육시설로서 지정된 청소년 자유학교는 2005년 현재 12명의 학생들이 있으며 자원활동 교사가 4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중고등학교 과정의 검정고시 대비교과 수업을 평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야학으로 실시하고, 소형영화제작실습, 자동차 만화, 디자인 등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응을 위한 특기 실습교육을 병행하기도 한다.

이 학교 운영자금은 김윤규 교장과 제일교회와 곡강중앙교회 신도들이 보내는 후원금으로 운영하고 있고, 경북도 교육청에서 실습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

<자료참조 : <열린포항> 2004년 가을호/자세한 문의 : 054-260-1323> / 허미옥 기자

덧붙이는 글 | 허미옥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덧붙이는 글 허미옥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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