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을 축하하고, 새해 건강을 위해 건배!"

의미 있는 송년모임을 하다

등록 2005.12.31 20:12수정 2006.01.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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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건강을 기원하며 축배를 들다! ⓒ 전갑남

책상 서랍에서 무엇을 찾다가 세수를 하고 나오는 나를 보고 아내가 밑도 끝도 없는 말을 꺼낸다.

"여보! 무슨 속상한 일이라도 있어요?"
"아니! 왜?"

뒤에 숨기고 있던 담뱃갑을 흔들며 큰 꼬투리라도 찾아낸 양 얼굴에 노여움이 가득하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말을 꺼냈지만 차츰 목소리가 커진다.

"당신, 담배 다시 피워요?"
"이 사람, 무슨 소리야? 담배 끊은 지가 언제인데!"

"그럼 이건 뭐죠? 여기 라이터까지!"
"장섭이형 담배를 끊으라고 내가 빼앗아놓은 거야."

자초지종을 듣고서 아내는 "그럼 그렇지!"하며 마음이 놓이는 듯 한숨을 내뱉는다. 어떻게 끊은 담배인데 또 피우는가 싶었던 모양이다.

담배를 끊어버릴까!

한 보름 전이다. 장섭이형을 비롯해 세 가족이 부부동반으로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형제처럼 마음을 터놓고 살갑게 지내는 사이인지라 만나면 늘 즐겁다. 그날따라 아내는 볼일이 있어 빠지고 나는 혼자 참석하였다.

술이 한두 잔 돌아가자 분위기가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오랜만에 만나 서로 안부를 묻고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그런데 장섭이형의 담배연기가 분위기를 흐려놓는다. 장섭이형은 모인 지 한 시간도 안 되었는데 벌써 세 개비째 담배를 물고 있다. 담배연기가 싫은 듯 연신 손사래를 치며 사모님이 기어코 한소리를 한다.

"여기서 담배 피우는 사람은 당신뿐이네! 제발 좀 나가서 피워요."
"이 사람 되게 민망하게 하네. 이놈의 담배 무슨 수를 내야지, 원!"

내가 한 소리 거들었다. 아무래도 사모님의 역성을 들어줘야 할 것 같았다.

"형은 몸에도 안 좋은 거, 끊어버리지 그걸 못 끊어요!"
"정말 끊어야겠는데…. 쉽지가 않아."

"잔소리 듣느니 끊는 게 낫겠네."
"에이 모르겠다. 감기로 목도 안 좋고, 코도 맹맹한데 당장 끊어버릴까?"
"야! 장섭이형 담배 끊는대!"

내가 앞서가는 소리를 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누구보다도 사모님이 기뻐한다. 아이들처럼 두 분이 손바닥을 마주치며 웃음이 가득하다. 담배 때문에 무던히도 잔소리를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느냐"며 장섭이형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망설이지 말고 곧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내가 모두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말했다.

"그럼, 남은 담배를 압수요! 라이터까지!"

장섭이형은 자기가 한 말을 실천이라도 하려는 듯 담배 갑과 라이터를 서슴없이 내 놓았다. 비장한 각오라도 하듯 찬물을 한 컵 단숨에 들이켰다.

"담배 끊으니 너무 좋아!"

장섭이형이 금연선언을 한 이후 보름이 지난 어제 오후였다. 휴대폰에 장섭이형의 이름이 찍혔다. 가족끼리 조촐한 송년모임을 하자는 전화이다. 가까운 곳에 방을 얻어놓았으니 맛난 음식도 먹고, 새해 덕담을 나누자는 것이다.

아내는 지난 모임에 빠졌는지라 멀리 떨어진 형제라도 만난 것처럼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푸짐한 저녁상이 나왔다. 사모님이 좋은 소식을 알려야겠다며 말을 꺼냈다.

"우리 집 양반, 그날 이후 담배 안 피워요!"

모든 시선이 장섭이형한테로 쏠린다. 담배 끊어야겠다는 다짐을 한 지가 꽤 지나서 모두 잊고 있는데 뜻밖의 이야기에 모두들 기뻐한다.

"아니! 형 정말이야?"
"그날 이후 한 대도 안 피웠어?"
"숨어서 피우는 것은 아니지?"

우리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맹세코 한 대도 안 피웠고, 또 영원히 안 피울 거라며 재차 다짐을 한다. 그리고서는 느닷없이 일어나 어디에도 담배와 라이터가 없다며 호주머니를 뒤집어 본다.

"그동안 어떻게 끊었어? 금단현상은 없었어?"

계속되는 질문에 술술 말을 풀어놓는다.

"처음에는 무엇에 홀린 듯 안절부절 못했지! 입이 심심하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찬물을 마시는 게 효과가 있더라고. 될 수 있는 대로 술자리는 피하고, 대신 운동을 했지. 지금은 언제 내가 담배를 피웠나 싶어. 입속이 깨끗하니까 무엇보다도 좋구! 담배 피우느라 눈치 안보고…. 아무튼 좋아! 한번 마음먹은 거 꼭 해낼 거야."

사실, 장섭이형은 하루에 두 갑을 피워대는 애연가였다. 하루 두 갑 정도라면 틈만 있으면 담배를 물고 다닐 정도이다. 그렇게 좋은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었다고 하니 모두들 내일처럼 기뻐할 수밖에.

나도 20여년 가까이 담배를 피웠다. 하루에 한 갑 정도를 피워댔다. 아내도 담배를 끊으라고 꽤나 잔소리를 했다.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겨도 먹혀들지 않자 기호식품으로 인정하고 포기를 하였다.

그런 나였지만 감기로 몸의 컨디션이 아주 좋지 않은 때 우연찮게 끊었다. 무엇보다도 몸에도 좋지 않은 것을 굳이 피워야겠냐는 생각에서 금연을 결심했던 것이다. 처음 며칠은 힘들었지만 차츰 끊은 시일이 길어지자 오기가 생겼다. 지금은 담배를 끊은 지가 10년이 넘었다. 지금 담배에서 해방된 것을 생각하면 아주 잘했다는 느낌이다.

장섭이형의 금연소식에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술이라면 멀리 도망가는 사모님이 기분이 좋은지 모두 잔에 술을 따르라고 한다. 그러면서 기분 좋게 건배를 제의한다.

"우리 집 양반, 금연을 축하하고! 새해 건강하고 모두 행복 합시다!"

우리는 잔을 부딪치고, 새해 덕담을 나누며 오붓한 송년모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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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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