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후 아들녀석의 졸업장과 상장들을 대신 받아 들고 조은상 담임선생님과 함께...지요하
태안중학교는 올해부터 졸업식에서 처음 실시하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졸업생 대표에게만 졸업장을 준 다음 각 교실에서 담임선생님들이 각자에게 졸업장을 배부하는 형식을 피하고 졸업생 전원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학교장에게서 직접 졸업장을 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일단은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이었지만 지난 10일 천안 복자여고에서 본 것처럼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저 졸업장을 받은 다음 교장선생님과 악수를 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옆에 담임선생님이 서 있지도 않았고, 담임선생님과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아서 싱겁기도 했다.
또 하나는 졸업생이 단상에 올라 졸업장을 받을 때 무대 후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그 졸업생의 재학 시절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순서에 따라 정확하게 스크린에 나타나는 졸업생의 큼지막한 얼굴과 이름은 색다른 볼거리였고, 지금은 디지털 시대임을 실감시켜 주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나에게는 아들녀석의 부재를 더욱 확연하게 부각시켜 주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스크린에 눈을 주면서도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녀석의 가엾은 모습을 떠올리며 한숨을 삼켜야 했다.
아들녀석은 3년의 중학 시절을 잘 살았다. 공부도 잘해 주었다. 202명 중에서 3년 종합 4등이라고 했다. 우등상과 3년 개근상, '태안군교원총연합회장상'과 표창장(공로상)을 받고,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주는 장학금도 받는다고 했다.
그 바람에 반장 친구가 세 번이나 단상에 올라 대신 상을 받는 수고를 해야 했다. 남의 상을 대신 받는 것은 어찌 보면 고역이기도 할 터였다. 그 일을 권현진이라는 친구가 기꺼이 맡아주었는데, 그 학생은 아들녀석과 가장 친한 사이였다. 우리 집에도 몇 번 온 적이 있었다. 3학년이 되고 같은 반이 되면서 아들녀석에게 이끌려 성당에 다니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성탄 때는 세례도 받았다. 세례를 받으면서 동갑인 내 아들녀석을 대부로 삼았을 정도로 그들은 각별한 사이였다.
비록 3년 중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졸업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내 아들녀석은 병상에서도 외롭지 않다는 것을 나는 졸업식장에서도 잘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아이들이 내게 와서 아들녀석의 안부를 물었다. 아들녀석의 휴대폰에 친구들의 문자 메시지가 폭주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병실에서 안 사항이었다. 아들녀석이 수술을 받고 나면 봄방학을 이용하여 친구들의 면회 행렬이 이어지리라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