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듣는 대통령

<동아일보> 오 부국장의 칼럼을 읽고

등록 2006.07.27 16:43수정 2006.07.2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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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오명철 부국장의 칼럼을 보면 요즘 유행하는 '노무현 이지메'의 결정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 부국장은 '대통령만 모르는 노무현 조크'라는 글을 통해 시중의 유머를 가감없이 소개했다.

'노무현이 사기친 모임' 대표=정대철, '노무현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희망자가 너무 많아 경선중… 대개 이런 식의 조크다.

물론 자신의 견해를 본격적으로 피력하기 전, 글을 재미있게 풀어나가기 위해 시중에 떠도는 유머를 소개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고 작위적이다. 이 정도의 유머는 술자리에서나 오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지, 공식적인 지면에 장황하게 소개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

'시중 유머'라는 토를 달했다고 해서 강도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굳이 노 대통령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의도였다면 두세 꼭지만 떠올려도 충분했을 것이다. 오 부국장은 '노무현 조크'를 소개하는데 칼럼의 절반 가량을 할애했다.

오 부국장의 의도는 곧바로 드러난다. 그는 유머 소개에 이어 "대통령이 이제 미움을 넘어 체념상태" "저잣거리의 안주" "잊혀진 존재"라는 등의 자극적인 말을 동원해 대통령에 대한 인식과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정작 대통령에 대한 정책적 비판이나 바라는 점 등은 말미에 두서없이 형식적으로 조금 곁들였을 뿐이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볼 때 감정의 배설만 있을 뿐 내실있는 글이라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시중 유머를 빙자해 대통령의 얼굴에 '침을 뱉고' 대충 마무리 한 칼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 부국장은 또 노 대통령이 유혈로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보다 못하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대통령을 가혹하게 비판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정권 들어 나름대로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민주국가에서, 특히 언론인에게 있어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정책 비판에 그치지 않고 '속을 훑는' 인신공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 '동네 개 나무라는' 수준이다.

대통령에게 막말을 해대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를 '용기'라고 치부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막말'과 '독설'이 필요했던 독재정권 시절, 시원한 말을 듣지 못했던 국민들에겐 이러한 '막말의 성찬'이 용기보다는 '한건주의'로 다가선다.

용기란 남들이 쉽게 나설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일신의 피해를 각오하면서 대의를 추구했을 때 적용되는 말이다. 대통령 스스로 '서슬퍼런 권력'을 풀어 누구나 돌을 던져도 용납되는 상황에서 '나도 빠질세라' 돌 던지기 행렬에 가담하는 것은 기회주의 내지 야비함의 발로로 비춰질 수 있다.

대통령이 정치를 잘 하고 허물이 없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민 위에 군림하던 기존 통치자들을 떠올리면, 비록 노 대통령을 찬성하지 않더라도 '정제된' 반대를 펴는 것이 이성적이라고 판단된다. 누구에게나 막말을 듣는 대통령이 존재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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