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와 '감사하다'의 차이는?

[서평] 김경원ㆍ김철호의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 - 낱말편1>

등록 2006.09.04 19:34수정 2006.09.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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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 - 낱말편1> ⓒ 유토피아

우리말 속담에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라는 말이 있다.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말하기에 따라 사뭇 달라진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미세한 차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낼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말은 같거나 비슷한 뜻을 드러내면서도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가운데 짝을 이루는 말들이 적지 않다.

'마당'과 '뜰'을 생각하여 보자. 언뜻 보면 그것이 그것인 것 같지만 구분하여 볼 수도 있다. '뜰'은 '식물이 그 안의 중심'이 되면서 '완상 또는 여가나 휴식의 공간'이 되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 상황을 가리킬 수는 없는 데 비하여 '마당'은 '그 안에서 사람이 중심'이 되면서 '놀이나 활동 또는 노동의 공간'이 되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 상황을 가리킬 수 있다.

그래서 '뜰'을 떠올리면 사람보다 관상용 식물이 중심을 이루는 반면, '마당'은 사람이 놀거나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람이 중심이다. 이런 점에서 '뜰'은 정적이고 개인적이며 '마당'은 동적이고 공동체적이라 할 만하다.

내 기억에도 '마당'은 비어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간혹 농작물을 널거나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이러한 빈 공간이 사용되었을 뿐 그 외에는 비워두어야 하는 곳이 마당이었다. 집안의 앞마당이자 안마당이 그러하였고 대문 밖의 사람 다니는 한길이기도 했던 바깥마당이 또한 그러하였다.

반면에 '뒷마당'이라는 말은 듣지 못하였다. '뒤뜰'이라 하였다. '뒤뜰'은 장독대가 놓인 공간이기도 하고 대추나무, 앵두나무, 감나무가 있는 공간이기도 하며 부추나 상추 가지 오이 콩 등이 자라나는 공간이기도 한데다가 딸기나 참외를 심어놓을 수도 있는 공간이었다. 그렇다면 '마당'이 비어 있어 채울 수 있는(그러면서 사용 후엔 원래대로 비워놓아야 하는) 공간이라면 '뜰'은 무언가 가꾸어져 이것저것 소담하거나 풍성한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 안주인께서 꽃을 좋아하시나봐요. (뜰 | 마당)을 잘 가꿔놓으셨네요.
→ 뜰

@ 내일은 고추를 말려야 하니 미리 (뜰 | 마당)을 좀 치워놓게.
→ 마당


'가족'과 '식구'에 대한 느낌은 어떠한가? 직관적으로 '가족'은 다소간 무게감 혹은 든든함이 느껴지고 '식구'는 가붓하면서도 정겨운 느낌이 들지 않는가?

가족은 '家(집)+族(무리)'로 "한 집에 속한 무리"를 가리키고, 식구는 '食(먹다)+口(입)'로 "(함께) 밥을 먹는 입(사람)"을 뜻하니 그저 비슷하다고 얼버무릴 수는 없을 듯하다. (중략) '식구'는 한 집에서 끼니를 함께하며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 만큼, 한 사람 한 사람의 '입', 말하자면 개인이 중요하다. '식구'에는 '가족'이라는 뜻도 들어 있어서 집단에 속한다는 구속력을 전제로 하지만, '가족'과는 달리 어디까지나 사회적 규정이나 제한을 받지 않는 개별 성원이 중심에 놓인다. (중략) 단순하게 표현하면, '가족'은 집단을 가리키고 '식구'는 개인을 가리킨다.

'식구'를 생각하면서 불현듯 이런 관용어가 떠올랐다. '입이 줄었다'(떠남 혹은 죽음)와 '입이 늘었다'(태어남 혹은 받아들임)가 그것이다. 이는 명사 '입'을 찾아보면 뜻 가운데 "음식을 먹는 사람의 수효"가 있는데 여기에서 나온 관용어들이다. '식구'란 그러고 보면 생계를 같이하는, 생사를 같이한다는 의미도 부가될 것이니 생각하면 정겹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삶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 또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 우리 회사는 모든 사원을 한 (가족 | 식구)처럼 여깁니다. → 가족

@ 이 비좁은 방에서 아홉 (가족이 | 식구가) 산다니.
→ 식구가


'가족'과 '식구'처럼 친근감의 측면에서 다소간의 거리를 보이는 또 하나의 '짝을 이루는 말(짝말)'을 찾아볼 수 있는데 '감사하다'와 '고맙다'가 이에 해당된다. '감사하다'가 공적인 관계에서 주로 쓰이게 되는 단어라면 '고맙다'는 사적인 관계에서 더 잘 어울리는 단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감사'가 격식을 갖추는 것이라면 '고마움'은 친근감의 표시이다.

대체로 '고맙다'는 친밀하고 사적이며 정서적인 고마움의 표시인 반면, '감사하다'는 예의를 차린 형식적이고 공식적인 표현이다. 친근한 사이일수록, 허물없는 자리일수록, '감사하다'는 '고맙다'에 밀려나게 된다. 나아가 '감사하다'는 고마워하는 감정의 표현 자체보다는 감사의 뜻을 '알리는' 데 더 중점을 둔 말이다.

그럼 이번에는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 아우야, (고맙다 | 감사하다).
→ 고맙다

@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 (고맙다는 |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 감사하다는


이 책은 단순히 어감의 차이, 뉘앙스의 차이를 말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우리말에 대해 그 숨결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기묘한 작용까지도 일으킨다. '단어'를 통해서 단어를 둘러싸고 있는(마치 사람의 몸 주위에 감도는 신묘한 기운처럼) 그 테두리의 안팎에서 사유하는 힘을 기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김경원ㆍ김철호 / 그린이: 최진혁 / 펴낸날: 2006년 8월 25일 / 펴낸곳: 유토피아 / 책값: 1만원

덧붙이는 글 * 지은이: 김경원ㆍ김철호 / 그린이: 최진혁 / 펴낸날: 2006년 8월 25일 / 펴낸곳: 유토피아 / 책값: 1만원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 낱말편 1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유토피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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