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지금 민심은 폭발 직전입니다

[주장] 서민주택공급대책 비상위원회를 발족해야 합니다

등록 2006.11.11 11:55수정 2006.11.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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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눈물 흘리면서 기뻐했던 사람으로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 글을 씁니다. 지금 민심은 집값 폭등으로 폭발 직전입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 수도권 무주택서민들이 느끼는 집권세력에 대한 분노의 정도는 5ㆍ18이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때 못지 않을 정도입니다.

과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직접 무주택 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십시오. 물론 언급한 두 사건과는 성격이 다른 상황이지만,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 낸 위정자들에 대한 반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렵고 힘든 시절을 보냈고, 누구보다도 가난한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시리라 믿었던 당신이기에 가난한 이웃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아프게 느껴지는지도 모릅니다.

가난한 자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건실한 직장인들에게 내 집 마련의 소박한 꿈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리는 현 상황은 정권 위기 차원을 넘어서, 건전한 중간계급이 무너지고, 살맛나는 세상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현 사태에 대해서 대통령께서는 투기세력이나 국민들의 부화뇌동을 탓하시겠지만 무엇보다도 정부의 책임이 큽니다. 지난번 판교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것이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판교로또'라 하여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판교분양가가 평당 1300만~1800만원으로 책정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저마다 집값 상승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무주택자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보고 무리한 대출로 집장만에 나섰고, 종합부동산세제 때문에 다소 불안해하며 주춤거리던 다주택자들은 역시 자신들의 불로소득 전선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쾌재를 부르며 추가구매에 나선 것으로 보여집니다.

임대주택 확대공급이 집값 안정 및 서민들의 주거대책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난번 판교 임대주택 분양가를 보면서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국민주택규모의 임대가격이 주공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만~60만원이상, 민영은 보증금 2억원 이상으로 책정된 것을 보고 저는 분노하였습니다.

보금자리를 빼앗긴 판교 철거민들에 대한 보상으로 임대주택 입주권이 주어졌지만, 그들이 어떻게 한 달에 수십만원씩 내면서 살 수 있습니까? 이 가격은 인근 분당의 월세가격 수준에 근접해서 책정되었다는데 이러한 결정으로 판교 철거민들은 거리로 내몰려져 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저는 대추리 농민들보다 판교 철거민들이 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추리 농민들은 땅값 보상이라도 받았고 진보매체와 세력들의 지원을 받았지만 판교철거민들은 진보언론의 관심으로부터도 소외되어 관심의 대상조차도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선 무주택자들을 마냥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이들은 판교분양가를 보면서 더 이상 앉아 있다가는 영원히 집 없는 계층으로 낙오하겠구나 라는 불안감에, 이자부담으로 인한 가계파탄을 각오하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무주택자의 주택마련의 수단인 청약저축 가입자 수가 최근 들어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금리를 올리거나 집값 상승폭이 이자를 상쇄하지 않으면 이들은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이들을 이렇게 무리한 길목으로 내몬 것은 정책이 집값 안정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금리인상이나 대출규제는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다주택자들을 잡아야 합니다.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는데 자기주택보유율은 절반 밖에 되지 않습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이 여기에 있습니다. 다주택자들은 전세와 월세로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고, 그 이윤을 가지고 다시 집을 사들여 손쉽게 부를 축적하여 호화로운 해외여행이나 해외부동산 구매 등으로 국부를 유출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부는 근본적으로 부동산 가치 상승에서 온 불로소득이며 결국은 가난한 서민들이 허리띠 졸라매고 마련한 전세 돈과 월세 돈인 것입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서민주택공급대책 비상위원회'를 발족해야 합니다.

현재 상승 동기가 강하므로 20~30% 하락 가격 공급대책으로는 부족합니다. 부동산 상승의 책임을 건교부 장관에게 묻고 청와대 정책비서관과 정책 입안자들을 호되게 문책해야 합니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사장을 문책하고 감사를 벌여, 무사태평, 안일한 주택공급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아파트 가격을 하락시킬 특단의 대책을 세우도록 해야 합니다.

보유세 인상과 임대 수입에 대한 소득세 대폭 상승 부과를 골자로 하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해야 합니다. 보유세는 1주택 외에 추가로 소유하고 있는 주택들의 전세가격을 월세로 환산한 금액을 불로 임대소득으로 간주해서 부과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김기석 기자는 성공회대학교 교수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기석 기자는 성공회대학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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