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꼬마손님들, 청학동에서 왔어요?

아이들 언행에서 깨닫게 된 가정교육의 중요성

등록 2006.12.10 15:18수정 2006.12.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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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이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옹알이 할 때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엄마라면 누구나 느꼈을 행복이다. 옹알이 끝에 발음은 분명하지는 않지만 '엄마'라는 말과 '맘마'라는 말을 하게 되면 말문이 터짐에 기쁘고, 예쁘고, 신기해서 꼭 껴안아주게 된다.

아기들이 단어 하나 습득하는 데에는 그 단어를 삼천 번 이상 들었을 때야 가능하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친정엄마에게서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아이들을 키울 때 한 단어를 익혀주기 위해 삼천 번 이상을 들려주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여기서 삼천 번이란, 숫자의 개념이 아니라 그만큼 자식을 키움에 있어서 정성과 공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부모님 선물 사러온 기특한 꼬마손님들

@BRI@가게에 예쁜 꼬마손님 3명이 들어왔다. 엄마, 아빠 생신 때 천 원짜리 양말 하나를 사러 와도 예쁘게 포장해서 주다보니 소문이 났는지 꼬마손님들도 많은 편이다. 이렇게 선물을 사러 코 묻은 돈을 가지고 오는 아이들에게 예쁜 짓을 하고 있음을, 그리고 부모님께 선물하는 마음이 즐겁고 기쁘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어 일부러 더 칭찬해주고 포장도 예쁘게 해주고 장식꽃까지 달아주고 그런다.

"예쁜 꼬마손님들~! 생일 선물 사러왔니?"
"네! 조금 구경하면서 고를게요!"

천천히 보고 고르라고 하고서는 아이들 물건 고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아이들 대화 중에 내가 잘못 들었나 싶은 말들이 있어 다시 귀 기울이며 조용히 엿들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 입에서 엄마, 아빠에 대한 호칭이 '어머니, 아버지'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여 아이들을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되었다.

각자 모은 용돈으로 남자아이는 부모님의 목걸이를 고르고 가장 큰 아이는 손수건을, 그리고 막내꼬마아가씨는 양말을 골랐다. 각자 따로 선물포장을 해주면서 슬쩍 물어보았다.

"엄마, 아빠라고 안 부르고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니?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
"네… 저희는요, 어릴 적부터 그렇게 불렀어요. 부모님들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어요"

큰아이가 눈웃음을 지으면서 예쁘게 설명을 해준다.

"너는 누나한데 뭐라고 부르니?"

아까 얼핏 누님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서 남자아이에게 확인차 물어보았다. 그러자 남자아이가 당연히 '누님'이라고 부른다고 말해준다. 누나는 4학년, 남자아이는 3학년, 겨우 한 살 차이라고 하는데 깍듯하게 누님이라고 부른다.

보통 형제나 자매, 남매들이 함께 가게에 오면 서로 네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 해가면서 다투는 모습이 흔하다. 게다가 한 살 차이일 경우에는 이름도 부르고 서로 막 대하는데 유심히 본 이 아이들은 은연 중 남매간 위계질서가 저절로 몸에 배어 있었고 서로 챙겨주는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가장 큰아이는 맏이답게 이게 어떻겠니? 저게 어떻겠니? 하고 설명과 조언만 해줄 뿐 맏이라는 위치에서 강요가 아닌 동생들을 지켜보고 따스하게 보살펴주는 모습이었고, 남자아이는 유일한 남자로서 누님과 여동생을 보호하려는 듯한 의젓함이 엿보였다.

여동생이 계산하고 난 뒤에 잔돈을 지갑 속에 잘 챙겨준 뒤 지갑까지 호주머니 깊숙이 넣어주는 모습이 자상한 오빠 모습 그대로였다. 막내도 자기고집을 부리거나 떼쓰는 모습이 아니라 언니, 오빠를 잘 따랐다.

버릇없는 아이는 결국 가정교육 탓

요즘 아이들 같지 않은 모습에 이 아이들 부모님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어머니는 35살이고 아버지는 39살이라고 한다. 요즘 중고생들도 부모님 나이를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이들은 머뭇거림 없이 바로 대답했다. 생각보다 젊은 부모님이라서 속으로 조금 놀라긴 했지만 이 시대의 '참부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아이가 4학년, 둘째가 3학년, 막내는 일곱 살…. 반듯하게 자라는 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가정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우리는 시대를 탓하고 세대를 탓하는데 정작 생각해보니 버릇없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결국 자기 가정에서 비롯되었음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말(言)은 행동이 되고 그 행동이 인품이 된다는 깨달음으로,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쳐줄 때 단순한 말보다 그 속에 담긴 예의와 존중까지 가르쳐야겠다고 새삼 인식한다. 아기들의 단어 하나 습득에 삼천 번 이상 들려주어야 하는 것처럼 자녀를 키움에 있어 삼천 배를 하는 것과 같은 정성과 공을 기울여 자녀를 올곧게 키워야겠다.

"예쁜 꼬마친구들아~! 너희들 언행에서 예쁜 미래의 모습이 그려진단다… 지금처럼 그 모습 그대로 예쁘게 커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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