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 일행이 방문해 예식을 행한 사당인 '혼샤(本社)'이상기
사신이 평상 위에서 향을 피우고 축을 읽고서 전후 재배의 예를 행하니 도주와 집정들은 평상 밑에 서서 숨을 죽이고 엄숙한 얼굴로 감히 소리 내지 못했다. 예식이 끝나자 사당 뒤에서 수의(繡衣)를 입은 두 어린이가 봉두금절(鳳頭金節)을 가지고 앞에서 인도하고 나갔다. 그러자 주승(主僧)이 금관(金冠)과 금으로 수놓은 옷차림으로 동쪽 뜰로 내려가더니 사신들을 향해서 읍을 하므로 사신도 여기에 응답했다.
주승은 나이 젊고 넉넉하고 명석하게 생겼다. 호를 비사문당(毗沙門堂)이라고 하는데, 지금 왜황(倭皇)의 사촌이요 죽은 왜황의 아들이다. 정당(正堂)의 제도를 보니 모두 기둥이 다섯이요, 집의 용마루와 기둥과 벽에는 모두 용과 봉이 날고 뛰는 모양을 금으로 칠해서 사람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 사당 안에는 이에야스의 목상(木像)을 봉안해 놓았고, 사당 뒤 산기슭에는 탑을 세웠는데 높이가 10여 장(丈)이나 되었다. 이 탑은 머리에서 허리까지 황금을 칠했는데 이에야스가 묻혀 있는 곳이라 했다."
<조용주 동사록>에 보면 일광사가 비교적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일광사에 부쳐 題日光寺
구리로 만든 원앙기와 흐를 듯하고 銅鑄鴛鴦瓦欲流
사이좋은 황금 봉황새 새긴 집이 산위에 있네. 黃金鸞鳳屋山頭
영롱한 높은 기둥에 하늘을 찌르는 누각 玲瓏高棟凌霄閣
높고 먼 가파른 난간에 은하수에 닿을 듯한 누대. 迢遞危欄絶漢樓
과부가 처마를 걸으면 두 다리를 걱정할 듯 夸父步簷愁兩脚
이루가 방에 들면 두 눈이 아찔할 듯. 離婁入室眩雙眸
장군이 황황한 대업을 널리 심으려 將軍弘植煌煌業
모든 하늘이 훤히 트인 곳에 육유를 지었구나. 洞徹諸天闢六幽”
| | '일광사에 부쳐(題日光寺)' 해설 | | | | 과부(夸父): 신(神)의 이름. 해 그림자를 쫓아갈 만한 빠른 걸음을 가졌다. 이루(離婁): 눈이 아주 밝았던 사람. 《孟子 離婁》 장군(將軍):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말한다. 육유(六幽): 6채의 신전(神殿) / 이상기 | | | | |
<신죽당 해사록>에서는 권현묘와 일광사가 불교를 통해 상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권현묘 權現廟
아로새긴 들보 옥 주초가 그림자 영롱한데 雕樑玉礎影玲瓏
용봉이 꿈틀꿈틀 벽공에 솟아 있네. 龍鳳蟠拏入碧空
닛코의 동조궁은 권현의 사당이라지만 東照日光權現廟
기실은 서쪽 천축에서 온 법왕의 궁전. 西來天竺法王宮
부상이 정말로 다라수에 접하였고 扶桑眞接多羅樹
개창하면서 보제공력을 드리웠네. 開創兼垂普濟功
남아있는 조각상이 늠름하고 구름이 덮였으니 遺像凜然雲物衞
앞으로도 영겁토록 무궁하리다. 應將劫化亘無窮
일광사 日光寺
돌문에 폭포 소리 우레처럼 울려서 石門飛瀑吼雷霆
용봉 같은 물결이 푸른 병풍 뒤흔드네. 龍鳳波瀾動翠屛
석양에 누대도 붉은 햇빛을 머금고 半夜樓臺含日赤
하늘 높이 솟은 전나무는 푸른 구름을 스치네. 天中杉檜拂雲靑
삼신이 진작 연화계에 속하였고 三神已屬蓮花界
백마 한 필로 일찍 패엽경을 실어 왔네. 一練曾駄貝葉經
하필 허무한 곳에 신선을 찾아가랴 不必虛無訪安羨
예서 가섭을 의지하여 풍경 소리를 듣자. 且依迦葉定風鈴”
| | '권현묘(權現廟)', '일광사(日光寺)' 해설 | | | | 권현[묘](權現[廟]): 바다를 평화롭게 해주는 신적인 존재[를 모신 사당] 부상(扶桑): 해가 뜨는 동쪽 다라수(多羅樹): 야자과의 상록 교목으로 높이는 20~30미터에 이른다. 보제공(普濟功): 삼매에 빠지듯이 정신을 집중하는 공력 삼신(三神): 조화신(造化神), 교화신(敎化神), 치화신(治化神) / 이상기 | | | | |
(이상의 원문과 번역문은 http://www.minchu.or.kr 자료를 토대로 수정·정리하였음)
덧붙이는 글 | 이번 여행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이번 글에는 360여년전 닛코 도쇼쿠를 방문한 우리 조상들의 느낌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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