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 일행의 글에 나타난 닛코 도쇼쿠

겨울에 본 간또(關東)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⑥

등록 2007.02.16 10:19수정 2007.02.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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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조용주 동사록>, 신유의 <신죽당 해사록>, 작자 미상의 <계미 동사일기>는1643년 조선통신사로 일본을 방문한 관리들이 보고 느낀 기록을 담고 있다.

<조용주 동사록>은 부사인 조경(趙絅)의 호 용주(龍洲)를 따서 제목을 붙였고, <신죽당 해사록>은 종사관인 신유(申濡)의 호 죽당(竹堂)을 따서 그런 제목을 붙였다. <계미 동사일기>는 날짜별로 상황을 기록해서 일기라는 제목을 붙인 것 같다.


<계미 동사일기>에 의하면 정사 윤순지, 부사 조경, 종사관 신유가 이끄는 조선통신사 일행은 2월 20일 한양을 떠난다. 이들은 일본에 도착하여 임무를 수행하고 11월 8일 경상도 개령역까지 돌아온 것으로 되어 있다. 이후 한양까지의 일정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조용주 동사록>은 날짜를 중간 중간 기록하면서 여행 중 보고 느낀 생각과 감정을 산문과 운문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신죽당 해사록>은 날짜를 기록하지 않은 채 중요한 지점에서 느끼는 감회를 시로 표현했다. 작자를 알 수 없는 <계미 동사일기>는 날짜별로 날씨와 일어난 일, 느낌 등을 산문으로 아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먼저 <계미 동사일기>를 토대로 닛코에서 있었던 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계미 동사일기]에 산관교(山菅橋)로 나오는 신교(神橋)
[계미 동사일기]에 산관교(山菅橋)로 나오는 신교(神橋)이상기
"7월 27일: 흐림. 이른 아침 출발해서 잰 걸음으로 닛코산(日光山)에 이르렀다. 지세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높고 험준하다. 동구(洞口)는 깊고 넓다. 검푸른 빛깔의 오래된 잣나무와 늙은 삼나무가 하늘에 닿을 정도다. 나무판자로 만든 다리가 골짜기에 걸려 있고 아래로는 물이 세차게 흐른다. 이 다리가 소위 산관교(山菅橋)이다. […]

이곳을 지나서 몇 리 사이는 얇은 돌을 깔고 돌담으로 둘러쌌으며 좌우에 있는 절집들은 구리 기와로 덮고 황금으로 장식한 것이 몇 천 칸인지 알 수가 없다. 절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양쪽으로 나 있다. 나무가 양쪽으로 서 있고, 두 개의 돌기둥 으로 문을 만들었다. 높이는 7~8길(丈)이나 되고 크기는 두어 아름이 되며 모두 여덟 모로 깎았다. 곁에 자못 큰 글씨로, '동조대권현(東照大權現)'이란 다섯 자를 썼다. 글자 획이 아주 단정하였고 글자 위에 황금을 칠해 넣었다. […]

‘동조대권현(東照大權現)’이라는 다섯 글자
‘동조대권현(東照大權現)’이라는 다섯 글자이상기
돌 문 안 넓은 뜰 동쪽에는 누각 하나가 세워져 있는데, 여기에 장차 우리나라에서 보낸 종을 달 것이라 했다. 그러나 이때는 아직 달지 않았다. 서쪽에는 수각(水閣)이 있는데 돌을 깎아 대공(大拱)을 만들어 돌 위에 얹어 놓고 밑에 구멍 하나를 뚫어서 샘물이 위로 뿜어져 나오게 했다. 이것을 석반(石盤)이라 하고 그 옆에 손 씻는 그릇 셋을 두었다.

또 문 하나를 들어가니 동쪽과 서쪽에 누각이 있다. 동쪽에 있는 누각에는 악기(樂器)를 진열해 놓고 서쪽에는 금수레(金輿) 두 채를 놓아두었다. 이것은 이에야스(家康)이 살아있을 때 타던 수레이다.


또 한 문을 들어서니 이곳은 소위 권현묘(權現廟)다. 도주가 일반 관원은 제외하고 다만 사신만 안내해서 들어갔다. 뜰을 올라갈 때에 좌우에서 옷을 걷어주는 자는 모두 왜인 관리로서 공복(公服)을 입은 자였다. 정당(正堂) 밖에는 탁자를 놓고 물건을 벌여 놓았고, 또 평상(平床)을 놓아 사신이 예를 행하는 곳으로 했다.

뜰 가운데에는 좌우에 악당(樂堂)이 있고 여기에 봉두금반(鳳頭金蟠)을 차려 놓았으며, 악공(樂工) 50명이 모두 금관(金冠)에 수복(繡服)을 입었다. 승도(僧徒)들이 벌여 앉은 것도 역시 백 명이나 되는데, 모두 금으로 수놓은 옷을 입었다. 중 두 사람이 사당 문을 열자 악공들이 음악을 연주하는데, 생황과 퉁소ㆍ종고(鍾鼓)의 소리가 자못 절조가 있었다.


조선통신사 일행이 방문해 예식을 행한 사당인 '혼샤(本社)'
조선통신사 일행이 방문해 예식을 행한 사당인 '혼샤(本社)'이상기
사신이 평상 위에서 향을 피우고 축을 읽고서 전후 재배의 예를 행하니 도주와 집정들은 평상 밑에 서서 숨을 죽이고 엄숙한 얼굴로 감히 소리 내지 못했다. 예식이 끝나자 사당 뒤에서 수의(繡衣)를 입은 두 어린이가 봉두금절(鳳頭金節)을 가지고 앞에서 인도하고 나갔다. 그러자 주승(主僧)이 금관(金冠)과 금으로 수놓은 옷차림으로 동쪽 뜰로 내려가더니 사신들을 향해서 읍을 하므로 사신도 여기에 응답했다.

주승은 나이 젊고 넉넉하고 명석하게 생겼다. 호를 비사문당(毗沙門堂)이라고 하는데, 지금 왜황(倭皇)의 사촌이요 죽은 왜황의 아들이다. 정당(正堂)의 제도를 보니 모두 기둥이 다섯이요, 집의 용마루와 기둥과 벽에는 모두 용과 봉이 날고 뛰는 모양을 금으로 칠해서 사람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 사당 안에는 이에야스의 목상(木像)을 봉안해 놓았고, 사당 뒤 산기슭에는 탑을 세웠는데 높이가 10여 장(丈)이나 되었다. 이 탑은 머리에서 허리까지 황금을 칠했는데 이에야스가 묻혀 있는 곳이라 했다."


<조용주 동사록>에 보면 일광사가 비교적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일광사에 부쳐 題日光寺

구리로 만든 원앙기와 흐를 듯하고 銅鑄鴛鴦瓦欲流
사이좋은 황금 봉황새 새긴 집이 산위에 있네. 黃金鸞鳳屋山頭
영롱한 높은 기둥에 하늘을 찌르는 누각 玲瓏高棟凌霄閣
높고 먼 가파른 난간에 은하수에 닿을 듯한 누대. 迢遞危欄絶漢樓
과부가 처마를 걸으면 두 다리를 걱정할 듯 夸父步簷愁兩脚
이루가 방에 들면 두 눈이 아찔할 듯. 離婁入室眩雙眸
장군이 황황한 대업을 널리 심으려 將軍弘植煌煌業
모든 하늘이 훤히 트인 곳에 육유를 지었구나. 洞徹諸天闢六幽”

'일광사에 부쳐(題日光寺)' 해설

과부(夸父): 신(神)의 이름. 해 그림자를 쫓아갈 만한 빠른 걸음을 가졌다.
이루(離婁): 눈이 아주 밝았던 사람. 《孟子 離婁》
장군(將軍):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말한다.
육유(六幽): 6채의 신전(神殿) / 이상기

<신죽당 해사록>에서는 권현묘와 일광사가 불교를 통해 상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권현묘 權現廟

아로새긴 들보 옥 주초가 그림자 영롱한데 雕樑玉礎影玲瓏
용봉이 꿈틀꿈틀 벽공에 솟아 있네. 龍鳳蟠拏入碧空
닛코의 동조궁은 권현의 사당이라지만 東照日光權現廟
기실은 서쪽 천축에서 온 법왕의 궁전. 西來天竺法王宮
부상이 정말로 다라수에 접하였고 扶桑眞接多羅樹
개창하면서 보제공력을 드리웠네. 開創兼垂普濟功
남아있는 조각상이 늠름하고 구름이 덮였으니 遺像凜然雲物衞
앞으로도 영겁토록 무궁하리다. 應將劫化亘無窮

일광사 日光寺

돌문에 폭포 소리 우레처럼 울려서 石門飛瀑吼雷霆
용봉 같은 물결이 푸른 병풍 뒤흔드네. 龍鳳波瀾動翠屛
석양에 누대도 붉은 햇빛을 머금고 半夜樓臺含日赤
하늘 높이 솟은 전나무는 푸른 구름을 스치네. 天中杉檜拂雲靑
삼신이 진작 연화계에 속하였고 三神已屬蓮花界
백마 한 필로 일찍 패엽경을 실어 왔네. 一練曾駄貝葉經
하필 허무한 곳에 신선을 찾아가랴 不必虛無訪安羨
예서 가섭을 의지하여 풍경 소리를 듣자. 且依迦葉定風鈴”

'권현묘(權現廟)', '일광사(日光寺)' 해설

권현[묘](權現[廟]): 바다를 평화롭게 해주는 신적인 존재[를 모신 사당]
부상(扶桑): 해가 뜨는 동쪽
다라수(多羅樹): 야자과의 상록 교목으로 높이는 20~30미터에 이른다.
보제공(普濟功): 삼매에 빠지듯이 정신을 집중하는 공력
삼신(三神): 조화신(造化神), 교화신(敎化神), 치화신(治化神)
/ 이상기

(이상의 원문과 번역문은 http://www.minchu.or.kr 자료를 토대로 수정·정리하였음)

덧붙이는 글 | 이번 여행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이번 글에는 360여년전 닛코 도쇼쿠를 방문한 우리 조상들의 느낌을 정리했다.

덧붙이는 글 이번 여행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이번 글에는 360여년전 닛코 도쇼쿠를 방문한 우리 조상들의 느낌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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