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자율화하면 안될까요?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권 침해당해서야

등록 2007.03.16 10:58수정 2007.03.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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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중에 중학교 신입생 배정 업무로 학교에 나갔다.

그때 언론에서는 한창 '교복값 거품' 문제가 거론되고 있을 때여서 학생과 학부모들과의 만남이 부담스러웠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 주변 교복전문점에서는 교복을 13만원에서 18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때문에 학부모회에서는 별도로 공동구매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고, 입학식에도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것으로 전달되었다.

@BRI@학부모들은 여러 가지 반응을 보였다. 학부모회의 결정을 그냥 수긍하는 학부모, 공동구매를 해야 한다는 학부모, 나아가 교복을 꼭 입어야 하느냐는 학부모까지 의견이 분분했다. 그런데 한 학부모가 공동구매를 하더라도 교복값이 너무 비싸 부담스럽다며 달리 구입할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 물음에 어느 누구도 마땅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보통 학교에서는 졸업식날 학생들의 교복을 기증받는다. 새로 전입한 학생들,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중간에 교복 교체가 필요한 학생, 경제적 형편이 너무 어려워 교복 구입이 어려운 학생에게 몇 천 원 정도를 받거나 혹은 무상으로 주곤 한다. 그런데 이런 교복 기증은 많지 않아서 필요한 학생들에게 모두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입찰을 통해 공동구매를 해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교복을 공급한다고 해도 교복구매 자체가 부담스러운 가정은 여전히 존재하는 등 교복에 대한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마당에 차라리 복장을 자율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이라고 해서 꼭 교복을 입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사실 교복의 역사는 식민지시대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해방 후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에서도 복종 이데올로기의 수법으로 이용되어 왔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물론 군사정권 시절이던 1982년에 식민지 잔재청산 차원에서 머리 모양이 자유화되었고, 이듬해에 교복자율화가 시행된 바 있다. 그렇지만 1986년 2학기부터는 다시 '학교장 재량에 따라 교복착용 여부 및 교복의 형태를 결정'하도록 방향이 수정되었고, 문민정권이 들어서고 민주화를 이룩한 현재에도 대부분의 학교가 교복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옷을 강제로 입게 한다든지 두발의 길이를 제한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이다. 이전의 교복이나 두발단속이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면 민주화의 흐름에 맞게 당연히 자율화되어야 한다. 혹 교복이 사복착용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빈부격차에 의한 소외감을 막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해도 교복값 자체가 부담스러워진 요즘에 있어서는 그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

그렇지만 아직도 대다수 부모들과 교사들은 '학생들은 교복을 입어야 학생답다'며 교복 착용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예컨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교복이 '학생들 몸에 알맞은 단정한 차림'으로 작용하고 있거나,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딱딱한 책걸상에 앉아 버티는데 편한 옷이라는 최소한의 설득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요즘의 교복은 여학생의 경우 상의의 길이를 줄이거나 허리선을 살리기 위해 품을 줄이는 2차 가공이 필수적으로 따라온다. 심지어 허리를 구부릴 때 허리춤이 다 드러나 눈길을 주기가 민망할 정도인 것이 현실이다. 일부 남학생의 경우도 바지의 폭을 줄이는 게 유행이어서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생활을 하는데 사복보다 오히려 불편해졌다.

더구나 현대사회는 창조적인 사고나 개성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획일적인 교복만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 오히려 개성을 드러내고 자기표현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복장을 자율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도 바람직해 보인다.

'학생답다'는 기성세대들의 가치관에 따라 학생들의 인권이 유린되어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쓴 김영미 선생님은 인권연대 운영위원으로, 중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쓴 김영미 선생님은 인권연대 운영위원으로, 중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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