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 '직통열차'는 '직통'이 아니다

[주장] 더 큰 혼란 오기 전에 명칭 바꿔야... '고급열차'는 어떨까

등록 2007.03.21 20:55수정 2007.07.0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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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철도 '직통열차'의 모습. ⓒ 공항철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항과 대도시 도심을 연결하는 인천국제공항철도가 개통했다. 공항철도가 효율적이고 창의적으로 경영되어 세계 철도업계의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잡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항철도의 한 가지 오류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공항철도가 승객들에게 제시하는 두 가지 선택 중 하나인 '직통열차' 명칭 말이다.

얼핏 보면 별 문제 없을 것 같은 이러한 명칭이 무엇이 문제일까? 명칭이 가진 고유의 뜻을 먼저 살펴봄이 필요할 것 같다.

[직통] 다른 계통의 선로를 연결한 열차

직통열차의 '직통'은 다른 계통의 선로를 직통으로 연결한다는 뜻이다. 현재 '용산~덕소'간 전철과 흔히 '서울지하철 3호선' '서울지하철 4호선'으로 불리우는 전철이 이에 해당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용산~덕소'간 전철의 경우, 용산에서 회기까지의 구간은 '경원선', 회기에서 덕소까지의 구간은 '중앙선'이다. '서울지하철 3호선' 전철의 경우 일산선과 서울지하철 3호선을 합쳤다. '서울지하철 4호선' 전철의 경우는 안산선과 과천선, 서울지하철 4호선을 합친 경우이다.

즉, 열차가 다른 계통의 선로를 연속하여 운행되어, 환승의 불편을 없앤 열차 편성을 일컬어 '직통'열차라고 하는 것이다.

[급행] 정차역 수를 줄여 동일구간을 빠르게

'직통'열차와 혼용되어 쓰이는 명칭이 '급행'열차다. 이는 모든 역을 다 서는 일반열차와 달리 정차역의 수를 줄여 동일구간을 빠르게 이동토록 한다는 뜻이다. 현재 '동인천~용산'간 전철과 '천안~용산', '천안~서울'간 전철, '동두천~인천'간 전철의 '동두천~의정부' 구간 등이 이에 해당된다.

'동인천~용산'간 전철은 '동인천~구로' 구간에서 동인천·주안·동암·부평·송내·부천·역곡·구로역만 운행한다. '동두천~가능' 구간의 급행운행의 경우 두 역 사이의 중간정차역으로 동두천중앙역과 덕정역에서 정차할 뿐이다.

또한 '천안~용산'간 전철은 '천안~가산디지털단지' 구간에서 천안·두정·성환·평택·서정리·오산·병점·수원·안양·가산디지털단지 역에서만 정차한다. '천안~서울'간 전철은 천안·두정·성환·평택·서정리·오산·병점·수원·성균관대·의왕·군포·안양·시흥·영등포·서울역에서만 정차한다.

이러한 급행열차을 타면 일반열차에 비해 '동인천~용산' 구간에서 15분가량, '서울~천안' 구간에서 40분가량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직통열차'와 '급행열차'의 뜻은 이렇게 판이하다.

직통도 급행도 아닌 공항철도 직통열차

그렇다면, 인천국제공항철도의 '직통열차'는 실제로 어떤 열차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안으로는 '직통'도 '급행'도 아니다.

과거 한창 논의됐던, 9호선과의 직결운행이 실시될 경우 '인천국제공항역~김포공항역~고속터미널역~방이동(역명 미확정)' 구간을 운행할 전철에 한해, '직통열차' 라는 명칭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공항철도의 '직통열차'는 '직통'이라는 명칭을 쓰기에 부적합하다.

'급행'이라 하기에도 부족하다. 현재의 1단계 구간을 기준으로 33분(일반열차)과 28분(직통열차)으로, 일반열차보다 고작 5분 정도의 시간절약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서울역까지의 전구간 개통시에도 8분 정도밖에 시간절약이 안 되며, '청라'역과 '영종'역이 중간정차역으로 추가 건설돼도 10분 정도 시간이 절약될 뿐이다.

나는 '고급열차'라는 명칭을 제안해본다.

이 열차는 KTX와 흡사한 좌석 형태를 갖고 있으며, 승무원이 탑승하여 안내서비스를 한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역에서는 안내도우미와 무료카트서비스 등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서울역까지 선로가 연결되면, 서울역도심공항터미널에서 수하물 체크인까지 가능하다.

'직통'이 틀린 명칭이며 '급행'이라고 하기에도 왠지 어색한 현재의 상황에서, 현재의 '직통열차'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고급형철도서비스' 로의 가치를 강조한다면 결코 공항철도로서도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의 관문, 이름 잘못 쓰면 국가적 망신

전신인 철도청 시절 철도공사도 이러한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현재 성황리에 운영 중인 경인선 급행전철도 '직통열차' '직통전철' '주안역직통(당시에는 주안역이 종착역이었음)' 등으로 불렸다.

전문가집단과 마니아집단이 오랜 세월 개정을 요구한 뒤에야 철도청은 '직통전철'이라는 올바른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당시 '주안역직통(Juan Station)'이라고 적힌 표지판, 차내 행선도 등을 썼던 것을 '주안역급행(Juan Rapid)으로 변경하고, 명칭 개정 사실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만 했다.

국내 전철도 그와 같은데, 전 국민 아니 전 세계인에게 불리워질 공항철도의 운행체계 명칭은, 잘못됐을 경우 국가적 망신이 될 수 있고 변동시 크나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잘못된 명칭이라면 이제라도 좋으니 서둘러 바꾸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사족으로, 공항철도 측은 "공항간을 무정차로 가니 직통이라 해도 무관하다"라는 논리로 '직통' 표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꼭 '직'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쓰고 싶다면 '직통'이 아닌 '직행(Express)'라는 단어를 써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korea.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korea.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항철도 #급행 #직통 #고급열차 #정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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