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정책 폐지, 158개 사립대의 뜻인가?

[초점] '명문 자처' 일부 사립대가 주도... 교육부는 "폐지 불가"

등록 2007.03.23 09:37수정 2007.07.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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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14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한국사립대학교 총장협의회 심포지엄 각 대학 총장들이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용학


정말 지겹게 나온 주장이다. 그 주장의 뼈대를 시시콜콜 들여다보는 건 소모적이다.

다른 면을 짚자. 3불정책 폐지를 요구한 곳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다. 전국 158개 사립대 총장들의 모임이다. 이 협의회가 한 목소리로 3불정책 폐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3불정책 폐지에 전국 158개 사립대의 이해가 완전히 일치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 절대 그럴 수 없다.

이치는 간단하다. 지방 사립대가 얼마나 부실한지는 세상이 다 안다. 학교 재단의 비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입시철이 되면 정원 채우기에 골몰하는 곳이 지방 사립대다.

이런 지방 사립대가 기여입학제를 도입한다고 치자. 누가 생돈 내고 가려할까?

이런 지방 사립대가 고교등급제를 실시한다고 하자. 등급이 높으면 그만큼 가산점을 받는 법, 지방 사립대에 눈을 돌릴 '1등급 고교 졸업생'이 얼마나 될까?

본고사를 부활한다고 치자. 본고사 한 번만 잘 치면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있다. 낙방을 하더라도 1년 동안 두 눈 질끈 감고 준비하면 다시 기회가 열린다. 누가 하향 지원하려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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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유웨이중앙교육 2007학년도 입시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기념관 로비에 길게 줄서 있다. ⓒ 연합뉴스 하사헌


3불정책 폐지, 158개 사립대 모두 한 목소리 냈을까

돌아보고 살펴봐도 전국 158개 사립대학이 한 목소리를 냈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3불정책 폐지를 요구한 주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총회가 아니다. 협의회의 '회장단'이다. 총의가 반영된 게 아니다.

회장단 의견조차 제대로 반영된 것 같지 않다. 김영길 한동대 총장이 한 말이 있다. 그는 "대학경쟁력 저하는 3불정책 탓이 아니라고 본다"며 문제는 "대학교육 자체"에 있다고 했다. 김영길 총장은 3불정책 폐지를 결의했다는 회장단 회의에 직접 참석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런 주장을 내놨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김영길 총장이 한 말이 하나 더 있다. "회의에서 주로 논의된 주제는 사학법이었지 3불정책이 아니었다"고 했다. "협의회 주장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 같다"고도 했다.

문제의 진원지는 일부 극소수 대학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명문'을 자처하는 일부 사립대다. 여기에 3불정책을 '암초'로 규정한 서울대의 장기발전위원회가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태도는 강경하다. 주장은 일관돼 있다. 그런 예가 하나 더 있다.

일부 극소수 사립대가 수능성적 위주 선발 폭을 대폭 늘렸다. 고려대가 선도했고 다른 '명문' 사립대가 호응했다. 내신 비중을 강화하겠다는 교육부의 뒤통수를 강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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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가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를 금지하는 3불정책의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교육부의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하사헌


수능성적 위주 선발폭 주도한 곳은 고려대와 일부 '명문' 사립대

'마이 웨이'를 선언한 이에게 네비게이션을 들이대봤자 소용없다. 오직 한 점만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이럴 땐 다른 말을 하는 게 낫다. 발밑을 들여다보라는 말이다.

다시 김영길 한동대 총장에게 돌아가자. 그는 "대학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대학 교육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을 기준삼아 묻자. 일부 극소수 대학은 "대학 교육 자체"에 아무 문제가 없는 건가.

점검할 게 여러 개이니까 한 두름으로 얘기할 순 없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안다. 세상을 시끄럽게 한 논문 조작과 표절 파동의 대부분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3불정책 #사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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