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통령 의회 해산 '정치도박'

친서방 대통령-친러시아 총리 대립 격화... 제2의 오렌지 혁명?

등록 2007.04.03 08:55수정 2007.04.0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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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대통령 빅토르 유셴코는 지난 2일 의회해산 명령에 서명을 하며 정치적 생명을 건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던졌다.

유센코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공영TV 연설에서 현재의 의회 활동이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의회해산이 우크라이나의 지역통합을 위한 필요한 정치적 결단이었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한편 유셴코 대통령은 오는 5월 27일을 조기 총선 날짜로 지정하고 선거를 위한 긴급재정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우크라이나의 최근 정치적 위기는 지난 23일 11명의 야당의원들이 총리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가 지휘하는 '지역당'으로 옮겨가자 정치적 위기를 느낀 유셴코 대통령의 '의회 해산' 경고로 대응해 심화되었다.

유셴코 정권은 작년 총선에서 패배하여 제3당으로 전락하였고, 야누코비치는 작년 총선에서 사회당, 공산당과 연합해 다수세력을 확보하며 총리자리를 얻었다. 특히 2006년 헌법 개정으로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우크라이나의 총리는 더욱더 입지가 강화되었고, 반대로 대통령의 권한은 축소되었다. 따라서, 친러시아로 대변되는 야누코비치의 총리 지명은 친서방 유셴코 대통령과의 대립을 예견하는 것이었다.

EU와 NATO가입을 주장하는 유셴코 대통령의 입장에 야누코비치 총리는 줄곧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다수세력을 이끌며 유셴코 정권의 친서방파인 외무, 내무부 장관을 경질했다. 결국 유셴코 대통령은 총리와 다수파의 힘에 눌려 오렌지혁명파들을 모두 잃고 친서방 정책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즉 2004년 오렌지 혁명으로 탈러시아-친서방 정책을 고수했던 유셴코 정부는 내부 분열과 야누코비치의 복귀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고, 여당의원들의 탈당으로 총리와 야당 세력이 더욱더 거세지자 결국 의회해산 카드를 든 셈이다.

한편, 긴급소집을 가졌던 의회는 대통령의 의회해산 명령을 거부할 것이며 의회의 업무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두마위원회 CIS담당 제1차관보 세르게이 안투피예프는 현재의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위기는 현 유셴코 정권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히며 다음과 같은 2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첫째는 의회가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하고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시나리오이며, 둘째는 친서방파인 유셴코 대통령이 서방측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제2의 오렌지 혁명도 가능하나 이번엔 오히려 반대파에 밀려 완전한 참패도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현재로선 의회가 명령을 거부하든 받아들이든 유셴코 정권이 조기 재총선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한편, 2006년 초 가스전쟁을 통해 친서방으로 달리는 우크라이나의 발목을 잡았던 러시아는 친러파 야누코비치의 총리 지명이후 사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특히 지난달 미국 의회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위한 '재정 지원 확대'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며 러시아를 반짝 긴장시킨 만큼 이번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위기는 러시아에게 새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나토가입 반대를 주장하는 친러시아파인 야누코비치 총리가 이번 혼란 정국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한다면, 러시아는 서방에 빼앗긴 우크라이나를 다시 찾을 최고의 기회인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치적 위기 일지

2004년

- 대통령 선거(친서방 유셴코와 친러시아 야누코비치 대결)
- 오렌지 혁명(부정선거로 시민들 반발, 재선거 실시후 유셴코 선거 승리)

2005년

-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취임
- EU-NATO가입 우크라이나 최우선 정책

2006년

- 가스 전쟁(러시아 가스 가격인상 -> 우크라이나 거절 -> 가스공급 중단)
- 우크라이나 의원내각제 채택 (총리 권한 강화)
- 유셴코 정권 총선에서 패배, 야누코비치의 '지역당' 연합 형성후 제1당 차지
- 야누코비치 총리 임명(나토 가입 반대의사 표명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2007년

- 3월 23일 11명 야당의원 탈당 후 여당 '지역당'으로 이동
- 4월 2일 유센코 대통령 '의회해산'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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