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의, 에릭을 위한 <케세라세라>

[아줌마,TV를 말하다 10] MBC 주말미니시리즈 <케세라세라>

등록 2007.04.11 14:07수정 2007.04.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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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세라세라>의 주인공 강태주역을 맡은 '에릭' ⓒ imbc

N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윤철 PD와 에릭이 만나 탄생한 드라마 MBC <케세라세라>가 에릭의 인기에 힘입어 삼순이 못지않은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제작진의 예상과는 달리, 시청률 10%대에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업남은 순진녀와 사랑에 빠지고, 능력 있는 중역은 언제나 실수투성이 신입 여직원에게 끌린다. 거리의 남자를 사랑하는 오너의 딸, 성냥팔이 소녀를 동경하는 재벌의 아들... 식상하다 못해 신물이 나는 소재를 재탕, 삼탕 우리고 섞어서 만든 <케세라세라>는 얼마나 식상한지 TV드라마에서는 처음 보는 얼굴인 정유미(한은수역)조차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들의 완소청년 에릭이 나오는 한, TV를 향한 아줌마의 외사랑은 멈출 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같이 TV를 보던 남편이 한 마디 한다.

"침 나온다. 입 다물어라. 당신 나이가 몇 살인데 새파랗게 어린 녀석한테 반해가지고… 그리고 스토리 저게 뭐야? 맨날 똑 같은 이야기, 지겹지도 않아?"
"스토리가 무슨 상관이야? 에릭만 보면 되지. 얼마나 귀엽고 섹시해."
"남자 보는 눈 하고는. 저게 섹시한 거야? 뺀질거리게 생겨가지고…."
"어머, 당신. 질투하는구나. 그치? 그치?"


식상하면 어떠냐, 멋진 '에릭'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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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세라세라> 제작 발표회장. ⓒ imbc

아줌마도 안다. <케세라세라>식 러브 스토리가 얼마나 식상한지. 하지만 어쩌랴. 부리부리한 눈과 두툼한 입술, 근육질의 몸매를 가진 저 아름다운 청년이 무엇을 하던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것을.

2004년 <불새>에서 에릭은 아버지 옷을 빌려 입은 아이처럼 캐릭터에 융화되지 못하고 겉돌기만 했었다. 6명이 떼로 몰려 나와 "우리는 신화입니다"라고 외치던 댄스 그룹 맴버 '에릭'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극중 지은(이은주)을 사랑하는 그룹의 황태자 서정민의 배역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2005년 두 번째 작품 <신입사원>에서 그는 그룹 '신화'를 벗고 마침내 연기자 문정혁으로의 변신에 성공한다. 그룹 '신화'가 유명 댄스 그룹이라는 것조차 모르던 아줌마들이 에릭(강호)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던 것도 이때쯤이다.

말썽쟁이 아들 같기도 하고 장난꾸러기 초등학교 동창 같기도 하며 먼발치에서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았음직한 바람둥이 남자 같기도 한 에릭. 젊고 잘 생긴 데다가 노래는 물론 춤까지 잘 추니 보는 즐거움을 바라는 시청자야 이보다 더 고마울 수가 없다.

에릭은 <신입사원>의 인기 여세를 몰아 2006년 <무적의 낙하산 요원>의 '최강'으로 다시 한 번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신입사원>의 '강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은 물론 10%대의 저조한 시청률까지,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긴 했지만 에릭 특유의 명랑 발랄함을 좋아하는 팬에게는 기다림 만큼의 즐거움은 주었다는 평이다.

아무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드라마가 왜 나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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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에릭을 위해 만들어진 케릭터 강태주 ⓒ imbc

MBC 주말미니시리즈 <케세라세라>에서 에릭은 백화점 사주의 딸 차혜린(윤지혜)과 위태로운 계약연애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어수룩한 순진녀 한은수(정유미)와의 사랑을 키워가는 작업남 강태주(문정혁)를 연기한다. <신입사원>과 <낙하산요원>에 이어 에릭에 의한, 에릭을 위한, 에릭의 세 번째 드라마인 셈이다.

닳고 닳은 연애스토리라 할지라도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을 정도로 웃겨 주기까지 하니 작품성을 기대한 작품이라면 몰라도 아무 생각 없이 보여주는 대로 보고 웃겨주는 대로 웃을 준비만 되어 있다면 높은 점수를 주어도 억울할 것은 없지 않을까.

좌충우돌, 용감무쌍, 단순무식 강태주(에릭)와 어리버리, 순진무구, 철딱서니 한은수(정유미)의 귀여운 사랑을 보고 있노라면 그 유치찬란함에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거나 훈수를 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 한때 나에게도 정유미같은 모습이 있었어. 나도 한때는 에릭처럼 멋진 바람둥이도 깜빡 넘어갈 만큼 매력 있고 사랑스러운 여자였다니까. 믿거나 말거나 말이지….'

대부분의 남편들은 이런 아내들에게 '스토리도 없는 연속극에 빠져 현실과 드라마를 구분하지 못하는 모자란 아줌마'라며 비난의 화살을 날리지만 정작 아내에게 드라마 한 편만큼의 위로도 되어주지 못하는 자신들은 왜 반성하지 못하는지 오히려 궁금하다.

일상의 고단함과 팍팍함을 잊게 해주는 착한 드라마 <케세라세라>는 비타민C처럼 상큼한 연기자 '에릭'이 있기에 살아난다.

완벽한 스토리, 치밀한 구성, 이면에 숨겨진 의미까지 담겨진 대작들도 좋지만 그러지 않아도 복잡한 세상, 가끔씩은 스낵처럼 가볍고 만화처럼 유치한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무게를 내려놓고 마음을 비운다면 세상은 좀 더 많은 즐거움을 허 할 것이다.

골치 아픈 세상 케세라세라(될 대로 되라라는 뜻), 잊고 싶은 세상 케세라세라, 복잡한 고부관계 케세라세라, 구멍난 가계부 케세라세라. 세상일은 되어가는 대로 잠시 내버려두고 '에릭' 혹은 푼수떼기 아가씨 정유미와의 데이트를 상상해 보자. 영혼의 나이가 10살쯤은 젊어지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김혜원 기자는 티뷰기자단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혜원 기자는 티뷰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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