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법 전면 개정의 의미

'차별'과 '수용'을 넘어 '통합'과 자립생활의 첫 걸음

등록 2007.04.17 16:32수정 2007.04.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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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6일 국회에서는 그동안 장애인계의 현안 가운데 하나였던 <장애인복지법> 전면개정안이 통과되었고 4월 16일 국회 헌정기념관 1층 대회의실에서는 <장애인복지법> 전면개정 축하기념식과 관련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장애인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성황을 이루었다. 과연 <장애인복지법>이 무엇이기에 그동안 장애인계에서는 이 법의 전면개정을 위해 그토록 노력해 왔으며, 이 법의 전면개정안이 통과된 시점에서 그것을 기념하는 축하 잔치와 세미나까지 개최하게 된 것일까?

법은 국민들의 일상 하나하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만큼 현행 법체계에서는 사회의 각계각층의 사람들, 특히 사회적 약자 계층에 관련된 수많은 법들이 존재하며 또 이들을 종합하는 차원에서 그들의 기본권과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한 사항들을 규정하는 기본법이 있다. 여성발전 기본법, 청소년 기본법, 교육 기본법, 소비자 기본법 등이 이러한 예에 속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관련법으로는 장애인의 일반적인 복지 혜택을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 복지법> 외에 장애인의 고용과 직업안정을 위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과<특수교육진흥법>,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그리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있고 그 외에 건축법, 의료보험법, 국민연금법 등에서 장애인에 관련된 규정을 두고 있다.

<장애인 복지법>은 올해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까지 여타 장애인 관련 법률의 기본법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장애인 관련법들의 기본법인 이 법의 명칭이 왜 <장애인 기본법>이 아니고 <장애인 복지법>일까?

이러한 사실이야말로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981년 <심신장애자 복지법>의 제정에서 시작된 우리나라의 장애인 정책과 법률은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와 자립보다는 복지혜택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며 그 저변에 깔린 철학과 이념은 장애인을 ‘치료와 재활’, ‘수용과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었다.

비록 <장애인 복지법>이란 명칭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의 전면개정에서는 몇 가지 부분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과 철학의 변화가 감지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이전 법에서 ‘국가의 복지혜택’에 대한 장애인과 가족의 의무(제5조)를 장애인의 권리(제4조)로 대체하여 장애인관련 정책 결정과정에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그동안 장애인 정책의 ‘사각지대’로 존재했던 여성장애인에 대해 임신과 출산 도우미 등 각종 지원정책을 명문화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장애인 자립생활(IL)지원 조항(53조)을 삽입함으로써 국가의 장애인 복지 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수용과 재활에서 지역사회 자립생활로 일대 전환시킨 데 있다. 전국 각지에 설립되고 있는 자립생활 센터 지원이나 올해부터 시작되는 중증 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인 서비스 지원 사업 등은 이에 따른 구체적 정책의 일면일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장애인이 일방적인 수용의 대상이 되고 이를 위한 시설이 지역사회 주민의 ‘기피대상’ 또는 ‘혐오시설’이 되는 것보다는 지역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장애인이 자립 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국가와 지자체는 다만 장애인 개개인의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그에 맞는 지원책을 펼치고 그것이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법>의 전면개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의 전면개정에도 불구하고 벌써 몇 가지 부분에서 미흡함과 개선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장애인 관련법과 정책이 이를 계기로 큰 틀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하며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지적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자 한다. 다만 이를 계기로 장애인의 궁극적인 사회 통합과 자립생활을 위한 큰 움직임이 시작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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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한국 중세사를 연구했었습니다. 또 저는 생태 환경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이 분야의 글도 가끔은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디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글을 많이 또 취재를 해가면 쓰는 사람은 아니고 가끔씩 저의 주장이나 생각을 논설형식으로 쓰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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