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처분 헌법소원이 사라진다

사법권력의 민주화 기여, 헌재의 공 인정해야

등록 2007.05.04 10:33수정 2007.05.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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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통과된 사법개혁법의 하나인 형사소송법에서 재정신청의 대상을 고소사건 전체로 확대함으로써 국민들의 형사적 권리 보장의 범위가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한마디로 이렇게 바뀌게 되면, 종래의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은 없어지고, 모두 고등법원에서 이를 관장하게 된다.

심정적으로는 법원과 검찰이 긴장하게 된다. 사안별로 서로 날을 세워왔던 관계에서 이제 검찰이 법원에 한 수 지고 들어가야 할 판이 되었다. 그래서 검사들은 불기소처분에 대해서 항고, 재항고까지 거친 사건을 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니 자존심이 상한다. 이제까지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소원의 대상이었는데.

그에 반해 법원은 표정관리하기에 바쁘다. 권한과 조직 확대로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일감이 늘어 피곤할 것 같기도 하기에 말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

법원과 검찰, 두 기관의 업무량만 가지고 좋네 안좋네 하기엔 너무나 큰 사실을 빠뜨린 사실이 있다. 헌법재판소의 공로를 우리는 진정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법원과 검찰의 반대 속에서 1988년 9월 15일 헌법재판소가 출범했던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위헌법률 심판과 헌법소원 심판 등이 그 주된 권한임을 이제는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귀중한 헌법수호기관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국가공권력 작용에 대한 헌법소원을 가장 중요한 하나의 권한으로 가지고 있는 헌재는 출범후부터 곧바로 만권력으로부터 서자 취급을 받았다. 여기서 공권력이란 "입법, 행정, 사법의 모든 권력을 의미한다"고 스스로 선언하고도 헌재는 일반법원으로부터 '법원의 재판'을 제외시키지 않으면 헌재를 없애겠다며 달려드는 바람에 엄청난 고통을 받았고, 그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지금도 법원에서는 헌법재판소를 없애지 못한다면 헌재에게 빼앗긴 권한이라도 되찾겠다며 집요하게 애를 써왔다.

어찌보면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도 국민의 형사절차적 기본권 신장에 기여했다는 명분 뒤에는 그러한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행정소송법 개정도 오래 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대법원의 개정안이 헌재의 행정작용에 대한 통제권한도 되찾겠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개정안은 학자들로부터엄청난 반대에 부딪쳐 주춤하는 사이에, 이번엔 이러한 반대입장을 감안하여 법무부에서 다소 완화된 개정안 작업을 곧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한다.

지금 반발하고 있는 검찰도 헌재 출범 초기, 불기소처분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결정이 나오자 온갖 모욕적인 언사로써 반발했었던 것을 잊어선 안된다.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 수호기관으로 출범하였다. 우리 대한민국에서 군사독재의 종식을 상징하는 기관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당시만해도 훨씬 더 법원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 의한 국민의 피해는 심각했었던 것을 기억해보라. 그들이 무서워 피하던 일이 불과 십 여 년 전의 일이 아닌가.

지금도 순경온다는 말이 두렵고, 법원에서 우편물이 오면 겁부터 난다. 대학 들어와 법학을 접한 때로부터 삼십 년이 지나도, 법치주의의 고장 독일 유학을 했어도, 지금 학생들에게 기본권과 법치행정을 가르쳐도 여전히 운전하다가 단속경관이 보이면 그냥 겁부터 난다. 나에게 순경의 의미가 이러한데 일반인들에게는 오죽하랴.

헌재는 이러한 시대상황에서 분수에 맞게 조금씩 그 본래적 기능을 찾아왔다. 법원이 건국이래, 아니 일제때부터 거슬러도 법원의 재판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명령,규칙 즉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아 국민의 기본권을 구제하였고, 국가 통수권자의 암묵적 지시에 의한 재벌기업의 해체라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행위도 공권력작용의 하나이고, 법 앞에서는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선언하였다. 어찌 어느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었겠는가. 당시의 법원이 그런 말을 할 수 었었는가 아니면 당시의 검찰이 그럴 수 있었는가?

이런 상황에서 헌재는 007작전을 하듯 이런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해왔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지금보다도 더 많이 법원과 검찰에서 판검사들을 파견했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 단서는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보충성원칙이라고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법원이 적극성만 보이면 헌재는 모두 잃게 되어 있는 것이다. 형사소송법도 그렇고, 앞으로의 행정소송법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결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글은 어떡하든 헌재의 기능을 유지시켜주려고 하는 기관친화적 입장의 글이 아니다.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법원이 불기소처분 사건을 재판대상으로 하게 된 것에 헌재의 기능을 조금이라도 기억을 되새기자는 뜻이다.

이처럼 그동안 재정신청에 대한 일반법원의 재판권한을 배제했던 것을 회복시키게 된 역사적 배경은 최고권력자의 권력까지도 통제대상으로 하고자 했던, 실질적 법치주의를 찾고 지키고자 했던 헌재의 뼈저린 노력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글을 쓴 것은, 법원에게 형사재판에 있어 국민의 기본권 신장에 두 배 이상의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위함이다. 그리고 앞으로 행정소송법 개정에서도 단순한 잃어버린 권한의 회복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정의와 법치주의하에서의 기본권수호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덧붙이는 글 |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재정신청사건이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독재와 기성권력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기본권수호에 앞장섰던 헌재가 어렵사리 구축해놓은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이 이 개정으로써 법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법원과 검찰간의 힘겨루기 이면에, 기본권수호를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온 헌법재판소가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재정신청사건이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독재와 기성권력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기본권수호에 앞장섰던 헌재가 어렵사리 구축해놓은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이 이 개정으로써 법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법원과 검찰간의 힘겨루기 이면에, 기본권수호를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온 헌법재판소가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헌법소원 #공권력 #불기소처분 #재정신청 #형사소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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