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가 한국드라마에 한 수 위인 까닭

다양한 소재에 높은 완성도... 시청자 마음 훔쳤다

등록 2007.05.08 14:10수정 2007.05.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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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기드라마 <24>


주말 저녁, H양은 인기드라마 KBS2 <행복한 여자>가 시작하는 저녁 8시쯤 TV가 아닌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 이유는 한국드라마 대신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미국드라마(미드)'를 시청하기 위해서다.

그가 처음으로 본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는 현재 2시즌이 끝난 상태. <프리즌 브레이크>를 본 뒤로 미드에 '푹~' 빠진 그는 요즘 유행하는 미드를 하나씩 섭렵하느라 새벽이 짧기만 하다. 한 번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3일 안에 1시즌을 다 볼 정도로 그의 미드 사랑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요즘 끊임없이 등장하는 인터넷 용어 '미드족'은 H양처럼 미국드라마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전에도 분명 미국드라마에 열광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미드족은 그때와는 조금 다르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와 언론의 관심과 더불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더 빠르게 미드족이 된, 일종의 문화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미국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들에게 있어서 미국드라마가 한국드라마보다 나은 점은 무엇일까?

'사랑타령'만 하는 한국드라마, 이젠 싫다

우선 미국드라마엔 한국드라마가 가지지 못한 다양함이 있다. 한국드라마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사랑이야기다. 특히 한국드라마에선 시대가 변하고, 장소가 옮겨지고, 소재가 바뀌어도 '절대로' 사랑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 덕분에 미드족이 되었다는 P(29)씨는 "법정드라마는 변호사들의 사랑으로, 병원드라마는 의사들의 사랑으로 그려내는 한국드라마와는 달리, 미국드라마는 정말 다양한 배경과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드라마에도 사랑이야기가 중심인 몇몇 드라마들이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는 드라마는 주로 사랑이야기보다는 다양하고 전문적이며, 신선한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최근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그레이 아나토미> <24> <히어로즈>가 대표적이다. 즉, 미드족들은 한국드라마에서 찾기 힘든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다.

또 미국드라마에서 미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통해서 그 나라의 문화를 간접 경험한다.

미국드라마 <디 오씨>를 즐겨본다는 차예지(23)씨는 "<디 오씨>를 통해 한국에서는 알 수 없는 미국 상류층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험을 위해 외국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미국드라마는 외국여행의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전 제작으로 완성도 높이는 '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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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기드라마 <히어로즈> ⓒ 캐치온

미국드라마의 높은 완성도도 인기를 이끄는 데 한몫한다. 완성도는 극의 짜임새로 다시 설명할 수 있겠다. 그리고 좋은 짜임새는 좋은 각본에서 나온다.

한 에피소드 당 10명 이상의 작가가 투입되어 사전 제작하는 미국드라마와는 달리, 한국드라마는 이른바 '쪽대본'이 나올 정도로 인력과 시간과의 피 말리는 싸움을 한다.

지난해 방영되어 인기를 얻었던 <달콤한 스파이> 최종회의 경우, 방송시간까지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끝냈다고 한다. 이런 경우 완성도라는 면보다는 방송 사고를 막는 것에 제작진의 에너지가 집중되었을 것이다.

아울러 미국드라마는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미드족인 C(25)씨는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화면과 투자액을 가늠하기 힘든 규모 때문에 미국드라마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미국드라마에 비해 적은 투자로 만들어지는 한국드라마는 그 금액의 차이만큼 화면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은 미국드라마가 보여주는 엄청난 스케일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한국드라마의 평범한 화면보다 미국드라마의 화려한 화면에 압도당하여, 자연스럽게 미드족이 된다.

한국드라마들의 새로운 시도, 긍정적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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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는 <마왕> ⓒ KBS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내 제작진들은 빼앗긴 시청자들을 되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노력이란 바로 새롭고도 다양한 이야기를 찾는 것이다. 오랜만에 드라마에서 본 여성수사관의 활약상을 그린 <히트>, 그리고 미스터리 수사극 <마왕>, 레지던트 의사들의 삶을 다룬 <외과의사 봉달희>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불륜과 재벌2세라는 낡은 소재에서 벗어난 이 드라마들은 작품성면에서 인정을 받았다. 물론 이 작품들이 표절시비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한국드라마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드족인 신희도(25)씨는 "비록 완벽한 창작물은 아니었지만 이 작품들은 외국작품을 벤치마킹한 좋은 시도"라며 "새로운 시도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얘기되는 비판을 받아들여, 다음 드라마 제작시 반영한다면 현재보다 더 나은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드라마를 10작품 이상 시청했다는 강진선(24)씨 역시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며, 가장 우수한 사례로 <외과의사 봉달희>를 지목했다.

그는 "비록 이 드라마가 <그레이 아나토미>와 표절논란을 일으켰지만 내용이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음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드라마가 국내 정서에 맞게 변화를 준, 독자 노선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제 한드족도 늘어나길

미국드라마가 한국드라마보다 좋은 이유를 살펴보니, 그 이유는 단순했다. 바로 미국드라마가 미드족들의 욕구를 채워줬기 때문이다. 또 그것을 실제로 반영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국드라마도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제작시스템을 갖춘다면, 미드로 쏠린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하반기에 방영예정인 <태왕사신기> <에어시티>같은 작품들이 기대된다. 시청자들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한국드라마를 시청해주고, 제작진은 이러한 시청자들의 애정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겠다.

한 걸음에 많은 것이 바뀌지 않겠지만, 그 한 걸음이 먼 미래에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미국드라마와 한국드라마 모두를 아끼는 '미드족', '한드족'이 동시에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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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리에 종영한 <외과의사 봉달희>. ⓒ SBS

덧붙이는 글 | 최샘 기자는 티뷰기자단입니다.

덧붙이는 글 최샘 기자는 티뷰기자단입니다.
#미국드라마 #한국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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