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호텔리어>가 고전하는 까닭

우에토 아야, 배용준 등 호화 출연에도 시청률 하락세

등록 2007.05.08 15:45수정 2007.05.0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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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하얀 거탑> <101번째 프로포즈> <연애시대> <사랑따윈 필요없어> 등 일본 원작의 리메이크가 활발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일본 영화와 소설, 드라마 등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최근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리메이크가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006년 3분기에 방영됐던 나가세 토모야, 아라가키 유이 주연의 <마이 보스 마이 히어로>(니혼 티비)는 정준호 주연의 한국영화 <두사부일체>를 리메이크한 학원 드라마로 방영 당시 평균 2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로 3분기 드라마 최고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도 나츠카와 슈이치 감독의 동명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고, 본래 일본 드라마 <퓨어소울-내가 너를 잊어도>를 원작으로 했던 이재한 감독의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지난해 후카다 쿄코 주연의 스폐셜 단막극으로 제작되어 '재리메이크'라는 독특한 사례로 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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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스타 우에토 아야를 전면에 내세운 일본판 <호텔리어> ⓒ 아사히TV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올해 일본 드라마 2분기 시장에서는, 2001년 MBC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호텔리어>의 리메이크작이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일본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욘사마' 배용준을 비롯하여, 송윤아, 김승우, 송혜교 등 지금 봐도 초호화 캐스팅을 앞세워 방영 당시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일본 아사히 TV에서 원제와 같은 <호텔리어>(ホテリア-,2007)로 리메이크되며 매주 목요일 저녁 9시 전파를 타고 있다.

특정 소재나 직업군을 배경으로 한 소재주의 드라마가 보편화된 일본에서 한국의 전문직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엄밀히 말하여 <호텔리어> 역시 전문직 이야기보다는 후반부로 갈수록 멜로드라마의 성격이 강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특정 무대(일류 호텔)을 배경으로 한 전문직 종사자(호텔리어)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애환이라는 테마는. 일본드라마들이 항상 선호하는 아이템이다.

영화 <소녀검객 아즈미대혈전> <어텐션 플리즈> 등 일본의 대표적인 아이돌 스타로 인지도 높은 우에토 아야가 히로인인 도쿄호텔의 어시스턴트 매니저 '오다기리 쿄코'(원작의 송윤아) 역을 맡은 것을 비롯하여, 일본판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 이어 또다시 한국 원작 리메이크작의 주연을 맡게 된 오이카와 미츠히로가 M&A 전문가 '미즈사와 케이고'(원작의 배용준) 역을 맡았다.

이밖에도 일본의 명망있는 중견배우 타나베 세이치가 총지배인 '오가타 코헤이'(원작의 김승우)로, 신세대 스타 사에코가 코헤이를 연모하는 대기업 오너의 딸 '모리모토 아카네'(원작의 송혜교)로 출연하며, <스윙걸즈> <쉘 위 댄스>등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의 개성파 배우 다케나카 나오토와 한국팬들에게는 '유민'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후에키 유우코 등 반가운 얼굴들이 대거 조연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방영 3회를 넘긴 지금, 일본판 <호텔리어>는 당초 기대와 달리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시청률 조사기관인 비디오리서치에 따르면, <호텔리어>는 방영 첫회 11.1%의 저조한 성적으로 출발한 이래, 2회에는 8.0%로 한자릿수 시청률까지 추락했고, 지난 3일 방송된 3회 역시 8.6%에 그치며 2분기 일본 드라마 시장의 프라임 시간대를 통틀어 가장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판 <호텔리어>는 일단 한국 원작의 뼈대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도쿄호텔을 둘러싸고 인수합병을 노리는 부동산재벌 측과 이를 막으려는 호텔리어들의 대결구도, 애증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M&A전문가와 호텔 프런트 매니저의 엇갈린 사랑이야기, 다양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호텔리어들의 애환 등이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본판 <호텔리어>는 전문직 종사자들과 일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짜임새있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원작에서도 지적되었던 부분인데, 냉철하게 보이던 M&A전문가가 적대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호텔 직원과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져드는 모습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여기에 도쿄호텔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구도에 4명의 남녀주인공들이 펼치는 엇갈린 사각관계, 소소한 호텔리어들의 에피소드들이 수시로 끼어들다 보니 드라마는 확실한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박진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드러낸다.

<어택 넘버 1> <에이스를 노려라> <고교 교사> 등에서 주로 발랄하고 귀여운 신세대의 이미지로 어필했던 우에토 아야에게 성숙한 여성미를 요구하는 호텔 프런트 매니저의 캐릭터는 다소 미스캐스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 약간은 엉뚱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당차고 적극적인 오다기리 쿄코는, 여전히 커리어우먼이라기보다는 신출내기 직장인이나 아야 특유의 귀여운 소녀 이미지에 더 가깝다.

<호텔리어>는 극 초반인 1, 2회에 원작의 주인공인 배용준이 특별 카메오로 출연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원작에서와 같은 M&A 전문가 '신동혁'으로 특별출연한 배용준은, 우에토 아야를 돕는 남자주인공의 친구 역할을 맡아 한국어 대사로 연기를 했다. 드라마는 배용준이 출연했던 순간, 동시간대 시청률이 잠시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며 일본에서 배용준의 높은 인지도를 다시 확인시키기도 했다.

최근 일본의 2분기 드라마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황금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평일 오후 9시를 차지하고도 좀처럼 기세를 펴지 못하고 있는 일본판 <호텔리어>는 최근 2분기 드라마 중 가장 먼저 조기종영의 수모를 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을 정도다. 본격적인 갈등구도가 전개되는 4회 이후로 리메이크작 <호텔리어>가 원작의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호텔리어 #리메이크 #배용준 #우에토 아야 #아사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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