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는 '이명박 고스톱'이 있다"

'전의' 불태우는 박근혜 캠프...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등록 2007.05.09 20:23수정 2007.05.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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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오후 대전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여러분, 고스톱 칠 줄 아시죠?"

9일 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한 말이다. 이날 오후 대전에서 열린 '한나라충청포럼' 초청 특강에서다. 이날 오전 강재섭 대표가 발표한 경선 규칙 관련 중재안 때문에 나온 말이다.

강재섭 대표는 가장 논란이 됐던 여론조사 반영비율과 관련 일반 국민투표율이 3분의2(67%)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를 3분의 2로 간주하고, 여론조사 반영비율의 가중치 산정에 적용할 것을 제의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요구가 반영된 안이다.

박 전 대표는 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기본원칙이 무너졌고 당헌당규도 무너졌고,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까지 무너졌다"고 맹성토했다.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는 "생각해봐라, 여러분 같으면 받겠느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전 대표 "기본 원칙 무너졌다"

박 전 대표는 '선진한국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도 '강재섭 중재안'을 염두에 둔 채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참석한 당원들에게 "고스톱 칠 때도 룰이 있지 않느냐, 고스톱은 치기 전에 룰을 정한다"며 "고스톱을 치다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룰을 바꾸면 되느냐"고 이 전 시장을 겨냥했다. 그는 "정치권부터 원칙을 지키는 것을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몇몇 당원들이 "옳소", "낙장불입(한 번 내놓은 패는 물리지 못한다)"을 외치며 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강연이 끝나고 나오는 박 전 대표에게 "고스톱은 칠 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박 전 대표는 "그걸 쳐봐야 아느냐"고 일축했다. 박 전 대표는 강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거듭 "기가 막힌다"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표측 구상찬 공보특보는 "시중에 '이명박 고스톱'이라는 것이 있다"며 "일단 패를 돌린 뒤, 자기 패를 보고 자기에게 유리한 룰을 그때그때 정해서 치는 게 '이명박 고스톱'"라고 꼬집었다.

"전의 불태우는 날...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오후 7시경 여의도에 있는 박근혜 캠프. 이날 하루 종일 '강재섭 중재안' 때문에 긴급 대책회의를 하는 등 어수선했던 캠프 관계자들이 사무실 앞에 있는 설렁탕집에 모였다. 한 관계자가 일어나 소주 잔을 들어올리며 "오늘은 전의(싸우고자 하는 의욕)가 불타는, 아니 전의를 불태워야 하는 날"이라며 건배사를 외쳤다.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한편 강재섭 대표는 양 대선주자의 수용 여부와 상관없이 상임전국위원회 등을 통해 중재안을 확정시키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이명박 전 시장은 "중재안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수용하겠다"고 밝힌 뒤, 10일 대선출마 선언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박 전 대표는 10일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박 전 대표는 '강재섭 중재안'에 대해서는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강재섭 대표에 대한 비판 발언은 자제하라"고 캠프에 지시했다. 싸워야 할 '적'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승부사 박근혜'가 내놓게 될 다음 '패'가 주목된다.
#박근혜 #이명박 #강재섭 #중재안 #고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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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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