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늘었다, 그러나 수송분담률은?

[자전거와 오해 ①] 자동차 댓수, 자전거보다 훨씬 많이 늘어나

등록 2007.05.13 12:34수정 2007.05.1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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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이용 인구는 매년 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이 늘었어. 길에서 자주 보여."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실제 자전거는 늘고 있다. 1996년 650만대 수준이던 자전거는 2005년 800만대로 늘었다.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 주말 한강을 비롯해 각 하천변 자전거 도로에 나가보면 자전거 인구가 늘고 있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오해가 생긴다.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늘었으니 자전거 수송분담률도 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행자부는 1996년 1.8% 수준이던 자전거 교통수송분담률이 최근 3% 수준으로 늘었다고 보고 있다.

자전거 도시를 표방한 지자체들은 이에 기반해 더욱 적극적인 수송분담률 목표를 내걸고 있다.

"송파구는 2010년까지 자전거 교통분담률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서울 전체 자전거 도로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총연장 106㎞의 자전거 도로망을 구축중인 '자전거 구'로 유명하다. (문화일보, (2007년 5월 8일)"

"대전은 2004년 말 기준으로 연간 교통혼잡 비용이 9482억원에 이른다. …적극적인 자전거타기 문화조성을 위해 자전거타기 시범학교와 주부 및 시민 자전거교실도 운영한다. 이를 통해 현재 4%에 그치고 있는 자전거 수송분담률을 2010년까지 10%로 높일 방침이다. (<서울신문>, 2007년 1월 23일)"

"2010년까지 자전거 교통 분담률을 20%대로 끌어올려 맑고 깨끗한 창원을 만들겠습니다. (<매일경제>, 2007년 4월 15일)"


결론부터 말한다면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떨어지고 있고, 이들 지자체들이 내건 목표는 달성 불가능하다.

이유는 자전거가 느는 속도보다 자동차가 느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1962년 3만대이던 우리나라 자동차는 1981년 57만대, 1992년 500만대, 1997년 1000만대로 급속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2000년대 들어와서도 2000년 1200만대, 2005년 1540만대, 2007년 2월 1600만대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자전거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50만대 느는 동안 자동차는 500만대 이상 늘었다.

자동차 대수 대 자전거 대수라는 단순 비교만 해도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수송분담률을 잘 따져봐야 한다.

수송분담률이란 여객 및 화물 총수송거리(수송량)에서 각 분야별 수송거리(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즉 자동차의 이동거리, 자전거의 이동거리를 비교할 때 제대로 된 수송분담률이 나온다는 뜻이다.

미국과 비슷한 한국 승용차의 평균 주행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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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자전거보다 더 많이 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그렇다면 우리나라 승용차의 평균 주행거리는 어느 정도 될까. 놀라지 마시라. 세계에서 가장 주행거리가 길다는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실제 우리나라 승용차의 대당 연간평균 주행거리는 1만8300㎞로 미국(1만9100㎞)과 비슷하며 일본(9800㎞)이나 프랑스(1만3800㎞)를 훌쩍 앞지르고 있다. (<경향신문>, 2005년 11월 7일)"

1만8300㎞를 365일로 나누면 매일 50㎞가량 달린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자전거의 평균 주행거리는 어느 정도 될까. 자전거에 관한 통계가 거의 전무한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 통계를 보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자전거 선진국인 덴마크의 1일 이동거리가 2.6㎞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네덜란드로 2.3㎞다. 지난해부터 국내·외 자전거 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지속발전연구실의 최진석 박사는 우리나라 1일 자전거 이동거리를 200m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27%, 우리나라가 2.6%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를 하면 이 정도 거리가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주먹구구식으로 부풀려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200m도 채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최진석 박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1% 이하다. 그리고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결국 자전거수송분담률을 높이기 위해선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자전거 증가 속도를 자동차보다 높여 수송분담률을 높이는 것이다.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더 많이 사고,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더 많이 타면 이론상 수송분담률을 높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살인적인 자동차 이용률을 감안했을 때 자동차의 이동거리를 자전거가 따라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단지 자전거만 많이 탄다고 해서 수송분담률을 높일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자동차에 대한 규제 없이는 자전거 수송분담률을 높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전거 도시를 표방한 유럽 도시들이 결국 선택한 게 바로 자동차 규제다.

유럽 자전거 도시들의 자전거 수송분담률 높이기

1990년부터 석유 자동차의 시내 통행 일절 금지. 모든 전기차들 시내 통행 시 속도 30㎞로 제한 - 스위스 체르마트

1960∼970년대부터 도심 역사유적지 4분의 1을 보행자중심 공간으로 지정하고 이곳을 자전거 도로로 조성. 일부 일방차로와 보행자 전용도로 및 교통억제지역에 자전거 통행 허용. - 이탈리아 페라라

도심 상가 상품 반입 제외하고 자동차 진입 금지 - 독일 프라이부르크

자동차 통행금지구역 지정. 1974년 대비 1990년 자전거 이동비율 75% 증가로 자전거 수송분담율 27% - 독일 에어랑겐

도심 자동차진입 금지지역 설정 - 핀란드 헬싱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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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는 현재의 자전거 수송분담률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 오마이뉴스 김대홍

그동안 자전거 정책에서 한 발 물러서 있던 프랑스조차도 2003년 시라크 대통령이 자동차 속도 감축 정책을 시작했고, 파리시도 올해 자동차 없는 거리 확대를 통해 승용차 수송분담률을 2013년 20%, 2020년 17%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국내에 이런 목표를 내건 곳은 없다. 조금이라도 의지를 갖고 있는 곳은 경남 창원시가 유일하다. 창원시는 현재 교차로 신호등 체계를 자가용보다 보행자와 자전거를 배려하는 쪽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을 갖고 관할 경찰서와 의견을 조율 중이다.

더불어 자동차가 자전거보다 4~5m 뒤에서 신호대기를 받게 해 자전거를 배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전거 전용도로에 수벽을 만드는 것도 그동안 이곳을 주차장처럼 사용한 자가용 이용자들에겐 압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창원시조차도 3년 뒤 20% 수송분담률 달성이라는 무모한(?) 목표를 내걸고 있다. 아래 지역신문의 보도에서도 드러나지만 자전거 수송분담률 1% 올리기가 무척 어려운 게 아니다.

"창원시가 지난 3월 중순 창원지역 기관단체에 자전거 타기 운동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는 공문을 보냈다. 1개월여 지났건만 흔쾌히 이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기관단체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남교육청에서 13명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겠다고 나선 것이 전부다. …도단위 기관들이 유난히 많은 창원지역에서 이들 기관단체들은 모두 자전거 안타기 운동을 작심이라도 한 듯하다. (<경남신문>, 2007년 5월 2일)"

결국 자전거 이용활성화를 내건 정부 관계자나 지자체는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늘고 있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리고 수송분담률 1% 올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자전거 선진 도시를 통해 배워야 한다. 그 뒤 2010년, 2020년 목표를 새로 발표해야 할 것이다.
#자전거 #수송분담률 #창원시 #최진석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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