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고 달리는 이명박-박근혜
'두 나라' 위기에도 멈추지 않는다

양쪽 캠프 모두 "양보는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검토 중

등록 2007.05.14 12:05수정 2007.05.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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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지금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뉴라이트교사연합 창립대회에서 각자 자기 자리에 앉는 두 사람. ⓒ 오마이뉴스 권우성


'치킨 게임(chicken game)'이다. 한밤 중에 양쪽에서 마주보고 차를 몰다가 결국 못 버티고 멈추거나 핸들을 돌리는 쪽이 지는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지금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강재섭 중재안' 상정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는 1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하루 앞두고서다.

[박근혜] 나흘만에 장외로... "입장 바뀐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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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사흘간 `장고`에 들어갔던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14일 수원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경선룰에 대한 원칙 고수입장을 재차 밝혔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당원 간담회 행사장 앞에서 박사모 회원들로부터 장미꽃을 선물받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나흘간 '두문불출'하며 침묵해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4일 밖으로 나온다. 이날 오후 수원 권선구와 장안구에서 열리는 당원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박 전 대표는 당원간담회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그동안 '숙고'의 결과를 자연스럽게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9일 그는 강재섭 대표가 내놓은 경선룰 중재안에 대해 "기가 막히다"면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음날(10일)에는 "1000표를 더 드릴테니 경선을 달라"고 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압박하는 그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그러던 그가 11일부터 입을 닫고 지인들과의 비공식 면담 이외에는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서는 14일 당원들과 만나는 공식 일정을 잡은 것이다.

김학원 상임전국위원장은 "두 대선주자의 합의가 없으면 중재안을 상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강재섭 대표도 "15일까지 합의가 안되면 16일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때문에 여의도 정가의 관심은 온통 박 전 대표의 '입'에 쏠려 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한나라당의 분열 여부가 달려있는 셈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존의 '원칙고수' 입장을 재차 강조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반국민 선거인단 투표율을 67%까지 보장해 주는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은 1인1표라는 민주주의 선거 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캠프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와 만나 "박 전 대표의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캠프에서는 15일 예정된 상임전국위를 저지하기 위해 다각도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캠프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곽성문 의원은 "중재해보려고 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중재가 안 될 것 같다"며 "(강재섭 체제가) 깨지고 서로 위기가 와야 돌파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상임전국위에 중재안이 상정되지 않을 경우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사퇴가 불가피하고 임시 전당대회나 비대위를 구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정면 출돌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결국 당이 분열로 가는 길인 셈이다.

[이명박] '친이' 당원 모아놓고 대규모 '단합대회'

'상임전국위 무산, 지도부 사퇴, 임시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구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은 이명박 전 시장측도 마찬가지다.

전날(13일)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며 강경 입장을 피력한 이명박 전 시장 역시 이날 2000여명의 대규모 지지 당원들을 모아놓고 '단합대회'를 여는 등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오후 전농동 동대문실내운동장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서울시 당원협의회 당원교육 행사'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45개 지구당 중 '친박' 성향의 12개 지구당에는 아예 연락조차 취하지 않은 명백한 '친이' 행사.

이 전 시장측은 15일 상임전국위원회에서 강재섭 중재안에 대해 정상적인 표결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날 행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 전 시장은 강 대표의 중재안을 거부하고 있는 박 전 대표 때문에 당의 분열이 초래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전날(13일)일 이 전 시장은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한 번 더 양보하자'는 캠프내 의견에 대해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있나"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정두언 의원은 "이 전 시장은 이미 강 대표의 중재안을 받아들임으로써 당의 분열을 막으려 했다. 우리가 다시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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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시당 당사이전식및 신년인사회에서 나란히 서서 박수를 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명박 #박근혜 #강재섭 #한나라당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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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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