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의 인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마

[인터뷰] SBS 수목드라마 <쩐의 전쟁> 장태유 PD

등록 2007.05.18 11:52수정 2007.05.2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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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 열린 <쩐의 전쟁> 기자간담회에서 드라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장태유 PD. ⓒSBS

"뭔가 적나라하게 사람의 심리를 파고드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

만화 <쩐의 전쟁> 이야기다.

이 만화를 원작으로 SBS 수목드라마 <쩐의 전쟁>을 만드는 장태유 PD가 말했다. 그래서 김기덕 감독 영화 같다고도 했다.

"만화처럼 금나라가 감옥에 갔다 온 것도 해봤다. 그런데 너무 무거웠다. 거칠고, 정치적인 냄새가 나고 드라마의 소재로 맞지 않는 것 같았다.

한 남자가 몰락해서 사채업자가 돼 재기한단 기본 줄거리는 만화와 같다. 하지만 나머지는 다 다르다. 에피소드는 많이 갖고 왔다."


SBS 수목드라마 <쩐의 전쟁> 촬영에 한창인 장태유 PD를 지난 14일 SBS 일산 제작센터에서 만났다. 밤샘 촬영으로 피곤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박신양과 닮은 건 여전했다.

드라마가 된 만화 <쩐의 전쟁>

- 장태유 PD 전작이 <백한번째 프로포즈>, <불량주부>다. 이향희 작가도 <러브홀릭>, <술의 나라>를 썼다. 둘 다 약간 말랑말랑한 로맨스를 주로 했는데, 이번엔 결이 완전히 다른 드라마인 듯 하다.
"이런 드라마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자기가 안 해본 것 해보고 싶잖아."

- 어떤 게 매력적인가?
"이번 드라마는 멜로드라마 찍을 때처럼 커트 하나에 하나에 고민하고, 인물의 바스트(상반신) 찍을 때 머리카락 하나만 흘러내려도 NG를 부르고 그럴 필요가 없다. 이건 느낌이 필요하고, 연기가 살아있는 게 중요하고, 자연스러운 게 중요하다. 영화로 치면 김기덕 영화 느낌이다."

- 예전 작품과 극과 극 아닌가?
"극단적이다. 예전엔 되게 곱게 찍었는데 이번엔 되게 거칠게 찍었다. 다큐멘터리처럼. 줌인도 잘못 찍은 것처럼 팍 들어가고, 팬도 거칠게, 인물 화각에서 빠져나갔다 들어가고, 포커스도 나갔다 들어가고 그랬다. 다큐멘터리는 약속되지 않은 동선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따라가다 보면 핀이 나가고 그런다. 일부러 그런 커트를 이번 방송에 썼다."

- 사채업자 이야기잖나. 공중파 드라마로 만들자면 민감한 게 많을 거 같다. 제약이 많지 않았나?
"아무도 만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정확히 모른다. 애초에 검토를 오랫동안 했다. 한다 안 한다 그랬다. 심의도 까다롭고. 그래서 '첫 방'(송)부터 모자이크 처리돼 나가는 장면도 있다."

- 어떤 게?
"몸에 문신 있는 장면이 있으면 안 되더라."

- 어? 문신이 모자이크 처리돼 나가나? SBS에서 24일부터 <프리즌 브레이크>를 방영 하잖나. <프리즌 브레이크>는 아예 문신이 주요 컨셉트인데?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주인공 스코필드는 감옥 설계도를 온몸에 문신으로 새겨넣었다.)
"그건 외화니까. 영화는 욕도 나오고 거친 액션도 한다. 사극도 그렇다. 사극에서 활로 눈알을 쏘기도 한다. 모자이크 처리하지만. 현대물에선 칼날을 (손으로 단도를 바짝 다잡아 보이는 자세로) 이렇게 줘도 안 된다. 담배도 못 피우고."

- 칼을 쥐는 것 자체가 안 되는 건가?
"그렇다. 칼날이 살을 베고 들어가면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외과의사 봉달희>에서도 무척 조심했잖나. 또 욕도 안 된다. '새끼'란 말도 안 된다(그래서 '자식'으로 바꾸었다). 또 종교에 관련된 것도 안 되고,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거론해서도 안 된다. 되게 많다."

- 안 되는 리스트를 찾아봤겠다? 지금껏 그런 거 전혀 걸리지 않는 드라마만 했지 않나?
"그랬다. 한 드라마를 통해서 교육이 되는 거다.(웃음)"

'진짜 날것', 박신양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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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 열린 <쩐의 전쟁>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장태유 PD(왼쪽)과 박신양. ⓒSBS

- 주인공 금나라는 어떤 인물인가?
"보통 사람은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어서 강해진 인물이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목숨 걸고 치열하게 사는 정말 치사하게 사는 인간이다. 살면서 악한 짓도 많이 하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이다."

- 애증 어린 인물인가?
"그렇다. <하얀거탑>의 장준혁처럼."

- 금나라가 사채업자로 성공한다. 어찌 보면 사채업자를 약간 미화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말한다면 <올인>은 도박판을 미화한 드라마다. 어떻게 보느냐 따라 다른 것 같다.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불량주부>할 때 힘없고 불쌍하고 무기력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것처럼 사채업자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어느 분야에나 성공하는 사람이 있잖나."

- 박신양씨가 금나라역을 맡았다. 왜 박신양인가?
"박신양씨는 연기를 만들어서 하지 않고 몰입해서 하기 때문에, 진짜 날것 같은 느낌의 연기가 난다. 이 드라마에서 포인트는 진짜 같은 느낌이다. 이야기가 황당하기 때문에, 진짜 같이 보였음 좋겠다.

그래서 단순하게 콘티를 짜고, 좀 뭐랄까. 다큐멘터리 같이 보이려고 노력을 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잖나. 개가 담배를 피우고, 그런데 그걸 드라마에 쓰면 사람들이 보고 싶지가 않은 거다. '저렇게 공감을 주지 못해서…….' 이렇게 된다. 그런데 그건 진짜기 때문에 사람들이 본다. 시청률도 높고.

이 이야기가 만화라 황당하기 때문에 이 안에 움직이는 인물들이 진짜 같은 느낌을 줘야 된다. 그래야 황당해도 진짜 저럴 수 있을까 싶은 느낌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사채업자 성공기에 러브라인도 있다. 두 개가 이물질 같다. 요즘 전문직 드라마가 뜨면서 '사랑' 없이도 드라마가 된다는 걸 보여줬다. <하얀거탑>도 사랑 이야긴 없었지만 성공하지 않았나?
"성공하고 영향을 많이 미쳤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하얀거탑> 평균 시청률이 그리 높은 건 아니다. 그에 비해 영향이 컸던 거지. 그런 드라마는 한계가 있다. 그걸 뛰어넘기 위해서다.

그래서 드라마를 만든 건 아니지만, 주인공을 좀 더 입체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또 사람이 만날 돈 받아오는 이야기만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 이야기만 하면 3~4부로 끝날 것 같더라."

'돈 앞의 인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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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열린 <쩐의 전쟁>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신동욱·김정화·박진희·박신양·장태유 PD(왼쪽부터). ⓒSBS

-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게 뭔가?
"사람들이 돈에 시달리고 있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막상 '돈 벌 거야. 돈이면 돼.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이게 잘 안되잖나? 사람도 중요하고, 가족관계 친구 관계가 있으니까? 그 모든 것을 다 벗어던진 사람이 정말 인생에 토사구팽을 당해서 자기 인생을 다시 일으켜보겠다고 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을 그린다. 대리만족을 주고 싶은 거다. 왜, 그런 식으로 한 번 살아보고 싶기도 하잖아? 그런데 그런 식으로만 사는 게 꼭 정답은 아니다. 왜? 그 사람은 성공했지만 불행해지기 때문에. 금나라가 초기에 겪는 불행과는 다른 불행을 겪는다. 막판에."

- 돈이 행복의 조건은 아니다? 선결 조건이 아니라는 건가?
"그렇다. 너무 제너럴 한가? (웃음)"

- 드라마 처음엔 다르게 나가지 않나? 또 이 사회에선 돈이 행복의 조건이 되지 않나?
"어느 정도일 때지. 이 드라마는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다. 왜냐면 만화가 원작이기 때문에 설정이 황당하다. 만화이기 때문에 만화다 하고 봐야지. 그걸 현실이다 하고 보면, 너무 힘들다."

- 뭐가 가장 힘든가?
"이야기를 쥐어짜내는 거."

- 그건 작가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같이 해야 한다. 이야기가 사채업자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모든 부분을 다 디테일하게 작가가 잡아주진 못한다. 사실 <천국의 계단> 이런 거 보면, 뭐 어떤 회사를 둘러싼 이야기이기 때문에 인물관계가 중요하고, 성장과 실패를 거듭해도 정확히 뭣 때문에 실패하는지 보여주지 않아도 그럴 거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긴 다르다. 사람들이 평소에 접하지 않는 이야길 다루기 때문에, 그려줘야 된다. 대본에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게 필요하고, 살을 붙여야 한다."

- 촬영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겠다?
"그게 어렵다. 아주 힘든 장소만 가서 찍으니까. 보통 아무도 안 가는 장소. 왜? 그림이 안 돼서. 촬영장소로 삼지 않는 곳에 가서 촬영을 하니까 힘들다."

툭툭 튀는 거친 맛, <쩐의 전쟁> 매력

- 어떤 장소 말인가?
"시장통이라든지, 간판이 막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니면 길거리. 세트도 많지 않고, 조용한 곳에서 촬영하는 적도 별로 없다. 좋은 여건에서 차분하게, 이렇게 조건 다 갖추고 조명 하고 뭐 이럴 여력이 없고, 현장이 그런 걸 허락하지 않는다."

- 시간싸움이라서?
"그러니 데모테이프도 많이 찍게 되고 들고 찍기도 많이 찍게 된다. 그러다보니 거칠고, 그게 우리 드라마 맛이다. 툭툭 튀는 맛이 있다. 우리 드라마엔."

- 드라마 방송 전부터 대박 나겠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을 것 같다. 부담 되지 않았나?
"전에 한 번, 두 번 경험해봐서, 별로 동요하지 않는다. 특히 이번 건, 두려움을 제어하는 마음의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아무런 느낌이 없다."

- 그 연습, 어떻게 하나? 나도 좀 알자.
"매일 아침 일어나서 기도를 하는 거다. 옛날에 유명한 골프선수가 그랬단다. 타이거 우즈보다 더 좋은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다. 처음엔 그렇게 기도를 했다. '너무 욕심을 내지 않게 해달라. 또 제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게 해달라.' 그래야지 공을 똑바로 칠 수 있다고 하더라. 자기 실력대로. 지금은 어떤 평가에 대한 기대보단, 내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쩐의 전쟁 #박신양 #드라마 #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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